우리는 뉴스를 '본다'

2016. 6. 28. 09:3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서현정, 2016 다독다독 기자단



[요약] 시대에 따라 저널리즘의 소비행태는 변화한다. 라디오를 통해 뉴스를 ‘들었던’ 시대에서 신문을 통해 뉴스를 ‘읽는’ 시대로, 그리고 점차 인터넷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인포그래픽(Info-graphic), 카드뉴스와 같이 정보들이 소리에서 글을 넘어 그림으로 바뀌어가는 지금, 우리는 어떻게 저널리즘을 소비해야하는 것인가.

읽기의 행태가 변한다면 그 안의 내용도 바뀌는 것도 당연한 결과이다. 그 변화하는 콘텐츠 속 저널리즘의 원칙은 흔들리지 않고 견고하게 지켜져야 한다. 변화의 이면에 자리 잡은 우리 사회 스낵컬쳐(Snack Culture) 열풍은 읽기 문화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인가? 이 시대 현명한 뉴스 소비자가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변화를 수용해야하는가?


#뉴스를 '보다'


지난 201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는 스마트폰 이용자 천 여명을 대상으로 뉴스 이용 방법과 모바일 뉴스포맷 소비에 관해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이에 따르면 뉴스를 소비하기 위해 이용하는 매체 중 스마트폰은 항목 중 2위에 위치할 정도로 그 이용률이 크다. 종이 신문의 이용률이 9.1%에 그치는 것을 보아 뉴스 소비에서 종이신문의 활용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자료와 같이 뉴스의 소비 포맷은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매체의 변화는 몇 가지 저널리즘 소비방식의 변화를 수반한다.

첫째, 뉴스를 ‘선택’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TV 뉴스와 신문과 같은 기성언론에서는 아젠다 세팅을 하는 두 가지 단계가 있다. 하나는 '어떤 뉴스를 기사로 작성해 내보낼 것이냐'였고, 또 하나는 '뉴스의 보도 순서를 어떻게 할 것이냐'였다. TV 뉴스에서는 맨 처음으로 보도되는 첫 꼭지가, 신문에서는 1면이 어떻게 배치되었느냐가 뉴스보도에서 가장 중요하다 여겨지는 맥락과 맞닿아있다. 그렇게 언론인들이 준비하는 기사를 수용했던 기존의 매체와는 다르게, 스마트폰, 컴퓨터라는 온라인 매체는 뉴스가 노출되는 순서의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넘긴다. 결국 소비자가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것이다. 소비자가 선택하는 것은 곧 뉴스가 ‘상품’이 된다는 말과 직결된다. 따라서 눈에 먼저 보이는, 자극적인 뉴스를 찾기 마련이다. 결국 스마트폰으로 소비하는 뉴스는 읽기 전, 보는 과정을 필연적으로 겪는다. 

둘째는 스마트폰의 크기에 따른 뉴스의 소비이다. 신문의 넓은 지면과는 다르게 스마트폰이 지닌 액정의 크기는 작다. 그 창 안에, 한눈에 들어오는 뉴스의 정보를 담아야한다. 스마트폰 속 들어있는 텍스트는 길게 읽는데 한계가 있다. 작은 물리적 공간 안에 담긴 텍스트는 짧고, 한정적이다. 그렇게 매체의 변화 속에 저널리즘은 텍스트에서 점차 이미지의 형태를 취하게 된다. 카드뉴스, 인포그래픽뉴스, 1분 뉴스와 같은 콘텐츠의 부흥이 이를 보여준다. 방송사를 비롯한 신문사 등 기성언론들도 그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카드뉴스의 일인자로 불리는 ‘스브스뉴스’의 페이스북 팔로워 수는 21만명을 넘어선다. 또한 하루에 평균 5개의 콘텐츠를 생산하여 각각의 아젠다를 다루고 있다. SBS 카드뉴스의 페이스북 도달률은 100만에서 600만 건을 기록한다. 그 외에도 조선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많은 신문사들 또한 디지털콘텐츠팀을 따로 구성하여 카드뉴스를 제작하며 스마트폰 SNS로 소비되는 저널리즘의 생산에 힘쓰고 있다. 


그 배경 속에 있는 스낵컬쳐

카드뉴스와 같은 뉴스 포맷이 들어온 데에는 스낵컬쳐(Snack Culture)의 유입이 배경에 있다. 스낵컬쳐란 언제 어디서나 간편히 즐길 수 있는 스낵처럼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단편적인 정보의 소비를 말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스낵컬쳐로 소비되는 생산품들은 단순하고, 단편적이며, 받아들이기 쉬워야한다는 점이다. 하나의 유행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각광받으며 등장한 스낵컬쳐는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통근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에서 유래했다. 2~3분짜리 웹드라마로 이루어진 동영상을 보거나 포털에 주마다 연재되는 짧은 웹툰을 보는 것이 스낵컬쳐의 예시이다. 

이러한 문화 열풍은 저널리즘에도 영향을 끼쳤다. 저널리즘 소비 방식이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면서 수많은 언론사들이 소셜미디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SNS에 공식 계정을 등록하였고 긴 글의 뉴스 뿐만 아니라 SNS 속 한 눈에 확 들어오는 카드뉴스를 제작하게 되었다. 뉴스를 ‘한눈에’ 보는 것이 중요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뉴스는 상품화 되었고 SNS의 특성에 기대어 바이럴 마케팅을 타겟팅하기도 한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설문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3.6%가 지난 주에 1회 이상 지인들에게 뉴스를 공유한 적 있다고 답했다. 


그렇게 공유되는 뉴스 속에 읽는 문화 대신, 카드뉴스와 같은 뉴스를 보는 문화가 있다. 텍스트가 짧아지고, 글을 통한 상상력으로 구현되던 현장의 모습은 사진이 대체한다. 스낵컬쳐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긴 글을 읽는 데에 큰 피로감을 느낀다.

이처럼 스낵컬쳐 속 생산되는 저널리즘의 소비문화는 ‘읽기’라는 방식에서 시각적 ‘포착’이라는 변화를 이끌고 있다. 


카드뉴스라는 저널리즘의 변화, 효과와 한계는?

시대에 따른 매체 변화의 요구에 부응해 새로운 콘텐츠를 양산하는 것도 대중과 맞닿아야 할 저널리즘의 외면할 수 없는 속성이다. 실제로 카드뉴스, 1분으로 축약된 1분 뉴스, 인포그래픽 뉴스 등을 통해서 언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계정을 팔로우해 지속적으로 소식을 받고,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며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 언론이 대중과 친근해지는 것이다. 매체의 변화에 포맷을 바꾸며 대중에게 한 발 다가가는 것은 소비가 전제되어야 하는 언론, 저널리즘의 역할을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저널리즘의 변화에 몇 가지 물음을 던질 차례다. 하나는 카드 뉴스에 담긴 정보들이 ‘뉴스’의 가치에 부합하느냐이다. 언론이 그동안 주요 뉴스로 다루었던 정치, 경제와 같은 사회 이슈에도 카드뉴스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카드뉴스로 제작되는 주요 소재들은 가볍고, 감성적이며 미담 혹은 생활 정보들이 많다. 관심끌기용으로 제작되는 콘텐츠는 형식의 단순함으로 인해 이해하기 쉽고 이목을 끄는 내용만을 담을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맥락의 부재이다. 대부분 카드뉴스 한 슬라이드에 담겨있는 글은 다섯줄을 넘어가지 않는다. 대부분 요점정리에 치중해있고, 단순화되다보니 객관적 정보의 양이 부족하고 만든 이의 주관적 판단이 이를 대체하는 것이다.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학부의 이재경 교수는 저널리즘의 읽기형태로 카드뉴스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 뉴스는 슬라이드에 압축적으로 정보를 담아야하기 때문에 흐름이 끊기고 맥락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사건의 핵심을 파악하기에는 객관적인 정보의 양이 부족하다.” 또한 스낵컬쳐 속 파생된 저널리즘 행태에서는 기존의 기사가 담은 긴 글에서 추구하던 적확한 단어의 선택, 그리고 사건의 맥락들이 점차 축소되고 단순화되고 있다. 이는 저널리즘이 지향해야하는 사실성과 정확성, 그리고 사건에 대한 통찰을 제한하기도 한다. 또한 독자들의 사유와 상상력을 유도하는 기존의 ‘글’에서 다소 쇠퇴하는 측면이 있다.

결국 이러한 시대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우리는 어떠한 자세를 지녀야할까. 끝없이 의문을 던지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시각적 매체 속에 숨어있는 정보의 간극을 물음과 함께 찾아나가며 채워야한다. 객관적 정보와 판단을 구분하고 그 판단의 근거들을 찾아 자신의 주관과 비교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관적인 뉴스의 흐름 속에 묻혀 자신의 판단을 침식당하는 것을 언제나 경계하며 소비해야한다. 그렇게 끝없이 물음을 던지는 것이 이 시대 저널리즘을 제대로 향유하는 길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미디어 이슈(Media Issue)', 2권 1호,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201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