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해도 스토리텔링의 본질은 즐거움

2016. 7. 13. 10:29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오선민조희형 이화여대 프런티어 저널리즘스쿨


[요약] SDP 2016의 저널리즘 특별 세션 '스토리텔링의 진화', 그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스토리텔링의 길을 찾고 있었다.


#스토리텔링의 미학


파쉬나-코타스는 뉴욕타임스에서 VR 저널리즘을 선보였고, 쉐이는 내셔널지오그래픽 인스타그램 계정에 글을 써 5,000만 명이 넘는 팔로어를 모았다. 메츠는 1시간짜리 탐사 다큐를 2분짜리 SNS 동영상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스토리텔링에 관해선 기어리의 생각과 궤[각주:1]를 같이 하고 있었다. 세션 시작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쉐이는 롱폼과 숏폼을 떠나, 사람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어딘가로 여행하고 싶어 하고 즐거워지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세션이 끝나고 진행한 인터뷰에서 기어리는 이를 스토리텔링의 미학이라고 했다. 이야기는 단순히 정보를 주는 것에서 벗어나 독자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도록, 기억하고 싶어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지금껏 지켜왔던 스토리텔링의 방식이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닐 쉐이, 제임스 기어리, 앤드류 메츠, 율리아 파쉬나-코타스(출처: SDF 2016 제공)


#디지털 시대 매거진에 찾아온 위기

 

기어리는 유럽에서 23년간 매거진에만 몰두한 정통 매거진 저널리스트그러나 그가 추구해오던 저널리즘은 디지털 시대에 위기를 맞았다. 저널리즘은 매우 빠르게 변화했지만, 저는 모든 변화에 대처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에서 기어리는 자신이 유럽판 타임 웹 사이트의 초창기 편집장이던 1998년을 회상했다.

기자들에게 웹 사이트에 글을 올려야 한다고 이해시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자들을 처음엔 받아들이기 어려웠지만, 곧 그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매거진 기자들은 일주일에 한 편씩의 글을 쓰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었다.


기어리가 매거진 산업에 종사했던 2007년 당시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는 2005년 이후 매거진에 광고가 급격하게 줄면서, 타임이나 뉴스위크 같은 거대 뉴스 매거진이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2월엔 투자자문 및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미국 매거진 산업의 부진한 매출이 지속될 것이라 전망했다인터뷰에서 기어리는 매출 부진이 단지 매거진만의 위기가 아니라 저널리즘산업 전체의 위기라 했다. 하지만 매거진이 더 큰 타격을 받은 이유는 디지털 시대 수용자들이 원하는 만큼 즉각적으로 뉴스를 생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 밝혔다.


기어리는 매거진 산업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매거진은 영어로 창고라는 의미입니다. 많은 것들을 쌓아놓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 그게 저널리즘이라 생각합니다.” 그는 '매거진 정신'의 가치는 계속될 것이라 말했다. 모든 정보를 600자짜리 기사나 300자짜리 SNS 포스팅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롱폼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매거진 정신은 바로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킵니다.”

 

 

#저널리즘의 수준을 높이는 일

 

저널리즘의 수준을 드높이고 이를 널리 전달하기 위하여(To promote and elevate the standards of journalism).” 니먼 재단[각주:2] 웹 사이트 첫 화면에 있는 문장이다. 기어리는 저널리스트 개인에 대한 투자가 니먼 재단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니먼 펠로우십이 대표적이다. “펠로우들은 프로그램 수료를 위해 논문을 쓸 필요도 없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니먼 펠로우십 이후 저널리스트로서의 삶이 니먼에서 배운 가치를 보여주면 됩니다.”


현재 저널리즘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에 대해 그는 저널리즘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온 전문가들이 저널리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자각하는 일이라 했다. ‘방문 펠로우십(The Knight Visiting Nieman Fellowships)’은 바로 이에 부합한다. 니먼 펠로우십의 큐레이터 앤 리핀스키가 4년 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저널리스트들뿐만 아니라, 개발자, 사업가, 미디어 분석가, 출판업자처럼 저널리즘과 연계된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선발한다. 방문 펠로우들은 저널리스트일 필요는 없지만, 그들이 하게 될 연구가 저널리즘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들이 하는 연구의 범위에 따라 최대 석 달까지 하버드에 머문다. 유튜브를 만든 스타트업의 최고기술책임자 홍 쿠는 2013년 방문 펠로우십 기간 동안 트위터에서 기사를 더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애플리케이션인 키퍼(Keepr)’를 개발했다. 키퍼는 실제로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당시 트위터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구분해내는 알고리즘을 보여줬다. 기어리는 다른 영역의 전문가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또 그들 역시 우리 재단의 저널리스트들에게 도움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끝머리에서 기어리는 미국 밖에서도 저널리즘의 수준을 높이는 것 역시 니먼 재단의 중요한 과제라 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저널리스트들은 우리의 자산입니다.” 니먼 펠로우십은 매년 12명의 미국 국내 저널리스트와 12명의 국외 저널리스트를 선발해왔다. 얼마 전 MBC 김경태 부장이 2017년 인터내셔널 펠로우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도 니먼 펠로우십의 명성은 오래됐다. 당대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은 저널리스트들이 선발돼왔다. 기어리는 여러 나라의 기자들을 하버드로 데려올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년 전엔 쿠바에서 첫 펠로우를 받았고, 올해는 우크라이나에서 첫 펠로우를 받았다. 그는 여러 새로운 국가들로 니먼 펠로우십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한다고했다


태산이 높다고만 하지 말고, 산을 오릅시다(Let us not say the mountain is high. Let us climb).” SDF 세션에서 기어리가 말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 말의 뜻을 다시 한번 설명했다. 이 시조는 산을 이야기하지만 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걸 의미합니다. 저널리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고 있습니다. 이 시조의 의미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말이죠.” 




[활용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 2016. 06.



  1. 궤(櫃) : 물건을 넣도록 나무로 네모나게 만든 그릇. [본문으로]
  2. 니먼 재단 : 저널리즘 학과가 없는 하버드대의 유일한 언론인 지원 기관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