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영자신문 읽기 사례

2016. 8. 4. 17:47다독다독, 다시보기/영자신문 읽기



양승진, 코리아헤럴드 기자·주니어헤럴드 에디터



[요약] 구나 따라할 수 있는 영자신문 활용 영어공부 법! 특히, 청소년에게 도움이 되는 영자신문 공부법을 알려드립니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영어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네요. 공부해야 한다는 의지는 있지만, 체력도 금방 떨어지고…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나오는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요? 


오늘은 3가지 개인적인 경험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제가 알게 된 주변 지인들이 어떻게 영자신문을 통해서 영어 실력을 향상했는지에 대한 사례입니다. 영자신문에 대한 경험은 개인별로 차이가 큰 편입니다. 애초에 영자신문을 볼 기회가 없었던 분들도 많고요, 영자신문을 구독하더라도 제대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거나 어떻게 읽어나가야 하는지 안내가 부족해서 포기한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 알려드리는 사례를 통해서 영자신문에 입문하는 청소년이나 성인 독자분들이 조금이라도 영자신문을 읽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매일 아침 영자신문 읽기


대학교 시절 같은 동아리에 무지막지하게 영어를 잘하는 A선배가 있었습니다. 연합 동아리라서 학교와 전공은 달랐지만, 옆에서 지켜보면 '정말 어떻게 저런 표현을 다 알까'라는 궁금증이 드는 선배였죠. 


이 선배는 후배들의 영어 스터디를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당시 어떻게 영어를 잘해야 할지 막막한 새내기들에게 매주 한 번씩 <타임>, <뉴스위크> 등의 영어 시사주간지를 가지고 독해 연습을 지도해줬습니다. 


방식은 일단 돌아가면서 번역을 하는 것이었는데, 문제는 그 번역의 방식이었습니다. 미리 지정된 기사를 집에서 사전을 찾으면서 읽을 때에는 대충의 뜻을 알 수 있었지만, 다 같이 모여서 돌아가면서 기사를 한 문단씩 소리 내서 번역하려고 하니 뻔히 아는 영어단어도 한국어로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문장이 뒤죽박죽 엉키고 제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더군요. 문장의 구조도 익숙하지 않았고 시사주간지가 많이 다루는 국제정치, 경제 등의 이슈도 잘 몰라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A선배는 스터디를 할 때 기사의 전체적인 맥락은 물론이거니와 배경지식, 그리고 각 단어의 뉘앙스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특히 영어문장을 매끄러운 한국어로 잘 번역했습니다. 해박한 지식과 영어가 결합한 경우인데 어떻게 그런 수준에 올라갔는지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A선배에게 나중에 물어보니 일단 영자신문을 6개월 정도 읽은 뒤에 <타임>, <뉴스위크> 같은 시사잡지로 넘어갔다고 합니다. 


A선배의 공부방식은 매우 간단했습니다. 아침 일찍, 보통 6시경 영자신문이나 영어잡지 기사를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읽고 공부했다고 합니다.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신문을 읽고 공부한 것이죠.


중요한 것은 그냥 눈으로 기사를 읽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기사를 눈으로 보면서 동시에 말로 번역하는 문장구역(sight translation)을 매일 습관화했다는 것입니다. 문장구역은 보통 동시통역 연습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식인데 눈으로 독해하면서 자신이 말로 번역하고 있는 문장을 동시에 모니터링 해야 하고 순발력과 영어 실력, 배경지식 등이 종합적으로 갖춰져야 가능하기 때문에 강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런데 A선배는 이런 방식으로 매일 기사를 일정 시간 아침에 직접 번역해 보고 모르는 표현은 참고도서를 사용해 찾아보고 정리하고 외우는 공부를 계속해온 것이죠. 


A선배의 “매일, 하루도 빼먹지 말고 계속 읽어야 한다.”라는 말은 아직 제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매일 영자신문 기사를 읽다 보면 내용에 대한 이해가 점점 높아지고 실력이 쌓이는 것이 매우 당연한 현상이지만, A선배처럼 끈질기게 매일 일과에 영자신문 읽고 공부하는 시간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A선배가 매일 반복한 문장구역을 통해서 영자신문 읽기는 처음에는 무척 힘들지만, 습관으로 만들기만 하면 확실하게 영어 실력을 올리는 방법이었습니다. 



# 영자신문 기사에 익숙해지기


같은 동아리의 B동기는 처음에는 영어 실력이 평범했습니다. 전공도 영어 쪽이 아니었고 해외에 살다 온 경험도 없었지요. 그런데 같이 영어를 배우는 기간이 흐르면서 B의 영어 실력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아리에서 매주 영어로 토론했기 때문에 실력이 얼마나 되는지 바로 알 수 있었지요. B의 영어는 위에서 언급한 A선배와 비교하면 낮았지만 그래도 같은 학년의 동기들과 비교해보면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B에게 제가 물어봤습니다. 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공부했는지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


B의 대답에도 영자신문이 핵심이었습니다. B는 영자신문을 구독하면서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도 너무 많고 기사의 내용도 몰라서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기사가 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영어기사가 쉬워지다니! 실은 기사 자체의 난이도가 낮아진 것이 아니고 기사의 이해도가 높아진 것이었습니다. B는 기사를 한번 볼 때 표현도 자세하게 공부하고 내용도 열심히 파악했는데, 날이 갈수록 더 많은 기사가 이미 공부한 주제나 사건에 관한 기사였습니다. 이미 주요 단어도 공부해서 알고 있고 배경지식도 갖춰진 상태에서 최근에 일어난 업데이트 부분만 이해하면 되니까 B의 입장에서는 기사가 점점 쉬워진 것이었습니다. 


B의 영어 실력 향상의 비결은 자신에게 익숙한 기사의 비중을 계속 높여나가도록 기사를 철저하게 공부하고, 한번 공부한 기사의 경우는 추가적인 정보와 새로운 표현만 체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국, 꾸준하게 기사를 철저하게 공부해서 관련 영어표현과 배경지식에 익숙해지는 것이 심리적인 학습부담을 줄이면서 더 많은 기사를 읽게 하는 비결이었습니다. 




# 해외 출장에서 목격한 영어회화 달인


시간이 한참 흘러 제가 <코리아헤럴드>에서 정보통신 분야를 취재할 때 알게 된 분이 있습니다. 당시 국내에 지사를 둔 해외 기업에서 근무하시던 C부장님이신데 같이 미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출장을 간 미국 도시에서 기업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관련 취재를 하는 것을 부장님이 도와주셨습니다.


같이 일정을 함께 하면서 제가 깜짝 놀란 것은 부장님의 영어회화 능력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부장님의 절대적인 영어 실력이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출장 기간 내내 직접 현장에서 회화하는 것을 보니 감탄사가 나왔습니다.


일단 부장님은 미국에서 누구를 만나더라고 금방 친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친화력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금방 친해진 사람과 매우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눕니다. 보통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 사람의 경우 독해력은 높지만, 막상 해외에서 원어민과 대화를 하려면 화제가 부족하거나 경험이 부족해서 인사말을 한 뒤에는 대화가 금방 끊어지는데 부장님은 청산유수로 계속 대화를 이어나갑니다. 


부장님의 비결은 바로 스포츠에 있었습니다. 이분은 스포츠를 정말 좋아하고 스포츠에 대한 지식이 거의 준전문가 수준에 있었습니다. 미국 프로농구, 미식축구, 야구는 물론 유럽의 주요 축구리그 등 거의 스포츠 전 분야에 걸쳐서 주요 팀과 선수들을 알고 있더군요. 


부장님도 열심히 영자신문을 읽고 계셨는데, 다른 섹션은 전혀 읽지 않고 스포츠 섹션만 읽는다고 하더군요! 각종 스포츠 기사를 매일 챙기면서 TV의 중계방송 등을 통해서 스포츠를 즐기는 부장님은 미국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를 스포츠로 시작했습니다. 정치나 경제 종교처럼 어려운 주제가 아니라 대부분 사람이 부담을 적게 느끼고 자신이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 이야기가 나오면 호감을 느끼게 되는 스포츠를 대화의 주요 화제로 삼은 것이죠. 


예를 들어 처음 만나면 어디에서 왔는가 물어보고, 해당 지역의 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단연히 자기 지역에 있는 스포츠팀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오면 상대방은 대화의 열의를 보이게 되지요. 부장님은 최근의 그 팀의 전적이나 주요 선수에 대한 이야기, 혹은 TV에서 본 경기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를 진전시킵니다. 


부장님은 본인이 가진 영어 실력을 스포츠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결합해서 효과적으로 원어민과 대화를 시작하고 이끌어나가는 좋은 사례였습니다. 저도 원어민과 편안한 대화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C부장님의 사례를 보면서 스포츠는 대화에 적합한 좋은 주제라고 느꼈습니다. 


비슷하게 처음 만나서 이야기해도 부담 없는 주제는 엔터테인먼트가 있습니다. 최근 영화나 인기를 끌고 있는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은 부담도 적고 호의적이 반응을 끌어내기 쉽지요. 


C부장님의 영자신문 활용방식, 즉 매일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 기사만 열심히 읽는 것은 좋은 전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신문의 전체 내용을 두루두루 읽는 것도 좋지만, 자신이 애정을 품고 있는 분야의 기사만 열심히 읽는 것도 좋습니다. 신문은 다양한 내용을 제공하지만, 전체 내용을 모두 읽으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관심 가는 기사를 취사선택해서 읽으라는 취지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영자신문은 매일 일정한 시간을 정해 놓고 읽는 것이 효율적이다. 

2) 문장구역(sight translation)을 사용해서 강도 높은 능동적인 기사 읽기 연습도 가능하다. 

3) 기사는 처음에 힘들지만 제대로 한번 공부하면 이후에 같은 주제의 기사 독해가 수월해진다.

4) 기사의 주제별 주요 표현과 배경지식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5) 새로 추가되는 시사 정보와 신규 표현을 확인한다. 

6) 영자신문을 회화교재로 사용해보자. 

7) 특정한 섹션을 집중적으로 읽어보자. 본인이 관심 있는 섹션에서 시작하자. 

8) 일상적인 대화를 위해서라면 문화,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기사를 많이 읽고 회화에 응용해보자.


다독다독 독자 여러분, 더운 여름에 건강 유의하시면서 흥미로운 영자신문 기사도 많이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