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

2016. 11. 16. 17:0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약] 올해 초 우리나라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웰다잉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8월부터 말기환자에 대한 호스피스가, 20182월부터 임종기환자의 연명 의료 중단이 가능해집니다. 환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시행 중입니다. 2002년 네덜란드는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했고, 최근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 합법화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벨기에, 스위스 등에서도 안락사를 허용했습니다. 특히, 벨기에의 경우 나이 제한 없이 환자가 자신의 상태와 안락사의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만 있으면 안락사를 할 수 있습니다. 세계의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소개합니다.

 

#죽음을 스스로 선택하다

 

2012 런던 페럴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냈던 마리케 베르보트는 14살부터 난치성 척추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그녀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매일 밤 다른 사람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근육 통증으로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다이번 리우 패럴림픽이 끝나는 대로 안락사 준비에 들어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베르보트는 리우 페럴림픽 400m 휠체어 스프린트 경기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그 후 그녀는 자신의 안락사 계획에 대해 참을 수 없는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여전히 안락사를 고려하고 있으나 지금은 아니다며 안락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람들이 더 열린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안락사 서류에 서명한다고 해서 2주 뒤에 바로 죽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2008년도에 서명했지만, 2016년인 지금 이렇게 은메달을 땄다. 안락사를 살인 행위로 치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안락사가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특히, 벨기에는 2014년부터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연령대에 안락사를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성년자가 자신의 상태와 안락사의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조건으로 합니다. 또 안락사 시행에 전문의사 판단과 부모 동의 등 요건을 갖춰야 합니다. 현재까지 벨기에에서 미성년자가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것은 지난 91717세의 불치병 소년이 처음입니다.


죽음을 선택할 권리는 안락사를 넘어 조력 자살(Assisted Suicide)’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조력 자살은 불치병이나 말기질환의 고통을 받고 있지 않더라도 삶을 다 살았다고 느낀 사람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돕는 것을 의미합니다.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공식 허용한 네덜란드는 최근 조력 자살 합법화를 논의 중입니다. 네덜란드 보건 및 법무부 장관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신중한 고려 끝에 인생을 마무리했다고 여기는 이들이 엄격하고 사려 깊은 기준에 따라 존엄한 방식으로 인생을 끝낼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에게도 조력 자살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스위스에는 안락사 지원 전문병원만 4곳이 있습니다. 그 중 유일하게 외국인을 받아주는 곳은 디그니타스(Dignitas)’협회입니다. ‘존엄하게 살고 존엄하게 죽기 위해서라는 모토로, 당사자의 자율 의지와 스위스 형법과 디그니타스 자체 규정에 따라 심사한 뒤 의료적으로 자살을 돕습니다. 디그니타스 자체 집계를 통해 1998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2127명이 안락사 했고, 그중 스위스 거주자는 약 7.5%(160)이라고 밝혔습니다. ,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찾아 스위스를 방문하는 외국인의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것입니다.

 

 

#웰다잉법, 우리나라에서도 시행 한다

 

올해 1월 프랑스에서 웰다잉법(Well dying)’이 통과하였습니다. 웰다잉법은 불치병 말기 환자를 대상으로 연명치료 중단 또는 마취제를 이용해 깊은 무의식 상태로 만드는 방법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초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웰다잉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에 내년 8월부터 말기 환자에 대한 호스피스가, 20182월부터는 임종기 환자의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해집니다. 말기와 임종기의 기준은 의료계가 잡은 초안을 바탕으로 보건복지부가 세부 지침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말기는 항암치료를 받아도 암이 계속 진행돼 수개월 내 사망이 예상되는 암 환자 소변이 나오지 않는 간신 증후군을 동반한 만성 간 경화 환자 숨이 차 의자에 앉아 있기 어려운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환자 뇌 병변을 동반한 에이즈 환자 등이 해당합니다. 임종기 대상은 급성 질환, 만성 질환, 만성 중증질환, 에크모(체외막산소화장치) 시술 환자 등 4가지로 각각 기준을 달리했습니다. 임종기를 누가 어떻게 판단할지는 논란 중입니다. 법에는 담당 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2명이 판단하도록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사전적 의미대로 해당 전문 분야에서 3~4년 레지던트를 마친 뒤 진료 과목별 자격시험을 통과한 의사만 연명 의료를 결정할 수 있게 하면 환자가 대형병원을 전전해야 하고 의료 체계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논의하여 구체적인 지침과 시행령, 규칙 마련 등을 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

 

아직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해서는 찬반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대 견해는 안락사, 조력 자살 등이 생명경시라고 주장합니다. 찬성 측은 인간이 가지는 하나의 기본권으로 누군가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 행사할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