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터고 교장이 키우고 싶은 ‘미래 인재’란?

2011. 9. 29. 13:2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흔히 우리는 ‘기술자’라고 하면 한가지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요즘은 이전처럼 한 분야에 통달한 사람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두루 섭렵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다양한 분야로 생각을 키우고, 자신만의 기술을 가져 미래의 인재를 육성하는 학교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습니다. 바로 대전에 있는 ‘동아 마이스터고등학교’인데요. 이곳은 기술중심의 학교이지만 학생들에게 독서를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요.

무엇보다 독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위성욱 교장을 만나 미래형 인재를 만드는 동아 마이스터고등학교만의 경쟁력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마이스터고등학교’라고 하면 기술교육 중심으로 기술명장(meister)을 만드는 학교인데요. 이곳 ‘동아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는 어떤 분야를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나요?


마이스터 학교는 학교별로 산업별 특성화가 되어있어요. 저희 고등학교는 지역적인 산업구조를 고려해서 전자, 기계 산업분야 마이스터 고등학교로 지정받았습니다. 그래서 전자, 기계산업분야에 필요한 실무 능력을 가진 창의적인 글로벌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1학년 때는 전공과 관련 없이 공통 과정으로 운영하고 2학년 때부터 전자과, 기계과, LED조명과, 자동화시스템과의 네 개 전공으로 나뉘어집니다. 또한 기업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배울 수 있는 12개의 주문식 교육반을 방과 후에 운영하고 있죠. 

저희는 글로벌 역량을 키우기 위해 어학을 포함해서 전자와 기계, 반도체, LCD장비에 대한 기술을 중점적으로 가르쳐서 설비 엔지니어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 전교생의 90%이상은 이미 졸업 후 취업이 확정되는 큰 일을 이루기도 했어요. 





‘동아 마이스터고등학교’ 뿐만 아니라 다른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는 어떤 인재를 키우는 것이 목표인지요? 그리고 마이스터고등학교에는 어떤 학생들이 진학하면 유리할지 알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기술 분야에 대한 소질과 적성이 있는 학생이 와야겠죠. 대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라면 조금 힘들지도 몰라요. 저희는 ‘선취업 후진학’이기 때문에 기술인으로 성장하고자 목표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 들어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술명장을 육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자신이 어떤 부분의 명장이 되겠다는 꿈이 있어야겠죠. 그리고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역량을 통해 창조적이고, 도전적이며,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 글로벌 마인드를 갖고 도전을 한다는 생각을 가진 학생들이 입학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확고한 목표가 필요하다는 점이죠. 



‘동아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는 최근 삼성과 산학협력을 체결하는 등 많은 기업과 협약을 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기까지 교장 선생님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이 궁금한데요.


아무래도 제가 기업인 출신이기 때문에 그 때의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죠. 제가 이곳에 부임하고 나니 이런 특성화된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취업이 가장 큰 목표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100% 취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 후 얼마나 좋은 환경 속에서 일을 하느냐겠죠. 대기업의 산업체 등과 취업 관련 협약을 체결하더라도, 실제로는 그저 형식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것은 아무 의미가 없겠죠.

그래서 제가 삼성 출신이었기에 우선 삼성그룹 관련 업체와 협약을 맺기로 했죠. 특히 반도체와 LCD 등을 만드는 협력사 등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굉장히 실속있는 우량기업들 위주로 협약을 맺어갔습니다. 그저 단순히 취업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취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어요.

해외의 경우처럼 장인들,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가 더욱 좋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과 그에 맞춘 우리 학생들만의 기술이 만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뿐만 아니라 유망한 기업들과 구체적인 협약을 맺었어요. 특히 군 전역과 동시에 다시 그 회사로 돌아갈 수 있게 하면서 단순한 취업이 아니라 앞으로도 꾸준히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읽기’를 권장하면서 특히 졸업 전까지 ‘책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을 생각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기술만 가르쳐서는 안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창조적인 인재를 기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창의력이 있으려면 상상력이 필요한데요. 제가 생각할 때 상상력은 자신이 갖고 있는 언어적인 수준에서 좌우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풍부한 어휘력을 갖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독서’죠. 제가 신문이나 각종 뉴스를 통해 우리나라 독서 현실에 대해 많이 접해보니 성인의 평균 독서량이 일년에 열 한 권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우리 학생들이 졸업하기 전까지는 최소한 백 권의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년 9월 부임 후 학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다른 선생님들과 고민을 해봤습니다. 그때부터 ‘책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했구요. 

1, 2 학년 때 40권씩 그리고 3학년 때 20권. 이렇게 하면은 한달 3권 정도만 읽어도 충분히 100권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책을 읽으라고 하면 힘들죠. 그래서 아침 수업 시작 전에 40분 정도 독서시간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그 시간만큼은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책을 읽는 시간이 되도록 말이에요. 원래 처음에는 영어회화를 하고 있었지만, 그보다는 책 읽는 활동이 더 좋을 것 같았습니다.

책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책을 읽고 나서는 반드시 독후감을 쓰도록 권장하고 있어요. 워드로 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쓰도록 하면서 각자 독서노트를 만들게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손으로 직접 써봐야 더 기억에도 남고, 독서노트를 채우는 재미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이렇게 하다 보니 대전 시내 학교 중 일인 도서 대출량을 조사했던 적이 있었는데 저희 학교가 3위더라구요. 다른 학교에 비해서 독서 문화가 활발하게 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보람을 느낍니다. 


요즘은 인터넷과 전자기기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기회가 훨씬 많아지면서 읽기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학교 내에서 독서를 전파하면서 느낀 요즘 학생들의 읽기문화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자연스러운 책 읽기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까요?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평소 책에 관심을 갖도록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점이 있다면요?


요즘은 읽기보다 보는 것을 더 좋아하잖아요. 학생들도 그래서 읽기가 아닌 보는 것을 즐겨해요.사실 그렇게 얻는 정보는 쉽게 잊어버린다는 단점이 있죠. 아무래도 눈으로 읽는 정보가 오래 기억이 되겠죠. 그래서 독서에 대한 환경을 제공해주니 학생들도 서서히 독서에 재미를 붙이더라구요.

그리고 처음부터 어려운 책이나 권장도서 이런 것을 읽게 하지는 않았어요. 흥미를 가질 수 있다면 만화로 된 책도 괜찮다는 생각이에요. 어쨌든 읽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아무거나 읽고 싶은 책을 읽도록 권장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상 제도도 마련하고 있어요. 큰 상품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독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상품을 수여하기도 하구요.

그리고 대상 도서를 학생들에게 주고 그 책을 통한 독서퀴즈대회도 했습니다. 이런 이벤트를 통해 책 읽기 습관을 확산시키려고 노력하고, 학생들도 많이 동참하니 전부는 아니더라도 책에 관심을 갖는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또한 학교 내에서 가끔 명사특강을 하기도 하는데요. 특이한 점은 방문하는 명사들마다 자연스럽게 독서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시더라구요. 어느 분야든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통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명사들로부터 그렇게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듣게 되면서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어쨌든 학교에서는 이렇게나마 학생들에게 책 읽기 강요가 아닌 책에 관한 흥미유발과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요즘들어 기업과 지자체 등에서 고졸 채용을 더 늘리겠다는 소식이 많아지면서 고졸 취업률도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 소규모 산업체 위주의 취업이 주를 이뤄서 불리한 취업구조에 직면해있는 것이 현실인데요. 그래서 좀 더 다양한 분야로 나아가고, 경쟁력을 갖는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학교와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학생들이 기업에 가서 정당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학생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죠. 그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학교가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이죠.

하지만 직업교육이란 학생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독일 같은 경우에는 기업에서도 일정부분 직업교육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어요. 무슨 이야기냐 하면 학생들이 기업에서 직접 실습을 통해 현장학습을 합니다. 그 비용은 기업에서 부담을 하는데요. 그러려면 상당한 비용이 들죠.

하지만 그렇게 교육을 시킨다고 모두 자기의 회사로 오는 것은 아니라고 해요. 그런데 왜 이렇게 투자를 하는 걸까요? 이유는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직업교육을 시키기 때문이에요. 기업에서 한 명의 학생을 역량 있는 인재로 만들어 다른 기업에 보내듯이, 다른 기업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이 자기 기업으로 올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기업에 대해 정부에서 지원도 해주고 있구요.

이처럼 정책적으로도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와 정부 그리고 기업의 협력이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여주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경쟁력을 갖춘 학생이 많아야 가능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생을 다양한 능력을 갖춘 준비된 인재로 만들 책임이 있습니다.



 



취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도록 교육시켜야 하는 곳이 바로 학교라고 말하는 위성욱 교장. 그와의 만남을 통해 좋은 학교란 단순히 취업률이 높고, 좋은 대학을 보내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는데요.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하나같이 착하고 순수한 심성을 갖고 있어요”라고 말하며 학생들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위 교장의 신뢰와 철학이 있기 때문에 기술력과 인성을 갖춘 학생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동아 마이스터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앞으로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어 다양한 곳에서 활약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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