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는 우리사회에 던지는 유홍준 교수의 한마디

2011. 10. 4. 13:59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스마트 기기와 인터넷이 우리 삶을 주도하는 요즘, 많은 명사들은 유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그들은 읽기가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했다고 말하는데요.

비록 명사들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말을 잘하거나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을 보면 신문이나 책을 즐겨 읽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많습니다. 신문과 책은 대체 어떤 힘을 갖고 있는 걸까요?

온라인 매체가 발달하고 오프라인 매체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요즘, 오프라인의 중요성에 대해 유독 강조하고 있는 유홍준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깊이 있는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29일 전남대학교에서 열린 <리더스 콘서트>현장에서 유홍준 교수가 전한 읽기의 힘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온라인 시대 속 오프라인 매체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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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 교수는 모든 것이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현실을 언급하며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기에 오프라인을 고집하라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대신에 오프라인의 강점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했는데요. 특히 오프라인 매체를 대표하는 신문의 경우 종이신문과 인터넷 신문은 똑같이 정보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온라인 신문은 기사의 가치를 종이신문처럼 나타내기는 어렵겠죠.

독자가 신문을 펼쳤을 때 기사의 경중을 확실히 가리고, 전체적인 맥락을 알기 쉽도록 배치하는 것이 종이신문이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합니다. 일면에 큰 제목으로 나오는 것이야말로 우리사회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사안이고, 이를 알도록 해주는 종이신문의 편집이 가지는 힘에 대해 유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자신도 인터넷 신문을 자주 접하지만, 너무 어지럽게 펼쳐져 있어서 신문을 읽는 맛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하는 그는 “인기검색어 순위를 보다가 하나 눈에 띄는 것이 있으면 클릭하여 보는 그런 식의 읽기만이 된다”며 온라인 신문매체가 주는 단점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신문 지면이 주는 힘에 대해 계속 강조하며 “지금의 사회가 32면 속에 전부 들어있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오프라인 신문의 가치를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에게 ‘1톱 3박’이라는 말로 그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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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는 “신문 1면에 톱으로 기사가 나가고, 3면이나 그 뒷면에는 해설박스로 기사를 실음으로써 어떤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신문의 ‘1톱 3박’이 요즘처럼 사색의 깊이를 잃어가는 읽기문화 속에서 깊이있는 읽기를 도와주는 힘이라고 했습니다.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그런 사람들은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는데요.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힘이 신문에 있고, 신문을 읽지 않으면 어떤 흐름으로 세상이 변해가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우리가 신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또한 우리가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신문 속 광고도 중요한 정보라고 하는데요. 그는 신문 일면에 백화점 세일에 대한 광고가 크게 실린 것을 예로 들면서 “우리 소비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는 정보”라고 했는데요. 이것은 이런 광고가 우리의 소비문화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세상의 중심을 잡아주는 신문읽기

신문을 왜 읽어야 하는지 이야기하던 유 교수는 효율적인 신문읽기 방법에 대해 여러 신문을 함께 보는 것이 좋다고 했는데요. 진보다 보수다 이런 점을 떠나서 대상을 보는 데 있어서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신문사의 특성상 두 개의 신문을 비교해서 보면 중립적인 입장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어느 시각으로 쓰는 것이 맞는지는 판단할 수 없지만, 서로 다른 입장을 비교하면 오피니언 리더들이 기사를 어떻게 쓰고 또 어떤 방향으로 사고하는지 알 수 있다”며 특히 신문 사설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신문의 사설을 보면 처음에는 글쓴이의 이야기를 통해 배움을 얻지만 나중에는 그 사람을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수준이 되면 비로소 우리에게 ‘비판적 시각’이 생긴다고 하는데요.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말하는 유 교수는 우리가 무언가를 알아야 남을 평가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세상에 대한 넓은 시각을 키우는 것이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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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 대학생들에게 던지는 한마디

대부분이 대학생인 청중들에게 유 교수는 “여러분들은 어찌됐든 이 시대의 지식인으로 살겠다고 작정하고 대학에 들어온 사람들입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직장에 갈지는 모르지만, 사회 구성원으로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오늘날 대학생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전공을 ‘아카데미즘’, 신문을 통해 배우는 것을 ‘저널리즘’이라고 말하며, 이것은 이론과 현실의 양극에 있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즉, 전공의 지식과 세상의 지식 사이. 이론과 현실 사이에서 비평적 시각을 갖는 전문가가 되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합니다.

비평적 시각으로 건강한 비판을 하고,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문가만의 일이 아니라 건강한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책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요즘 사회를 보면 어떤 사안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해주고, 평가를 해주는 문서가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래서 필요한 비판적 안목을 기르는 힘이 바로 읽기라고 하는데요. “비판적 안목은 제가 이렇게 강연을 통해 이야기하니까 어려운 일인 것 같지만 이런 안목은 자연적으로 길러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어서 “그래서 신문을 읽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신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답니다. 

자신은 비록 오프라인에 뿌리를 뒀지만 온라인을 버리지 않고 진화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유 교수는 처음에 키보드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했던 예를 들면서 “이런 나도 진화하면서 살기 위해 온라인에 익숙해지려 노력하듯이 젊은 세대들도 오프라인의 근본적인 뿌리를 잃지 않도록 노력해주면 좋겠다”며 자신의 지식과 정보의 뿌리는 결국 오프라인 매체에 있다고 했습니다.  


읽기만큼 중요한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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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는 또한 자신은 글쓰기 수업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신문, 잡지를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오려서 스크랩을 하며 모아 글을 익혔다고 하는데요. 

지금 현재 연재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국보순례’ 칼럼을 예로 들면서 글쓰기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제 글의 분량이 원고지 5.2매인데 연재가 100회를 넘어가니 세상만사가 5.2매로 보인다”면서 "그 짧은 글 안에도 기승전결이 살아있어야 하고, 그것이 없으면 독자들이 전혀 읽어주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이처럼 형식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내용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는데요. “내용이 형식을 압박하지 형식이 내용을 압박한다고 할 수 없다”는 그는 자신이 문화유산답사기를 출판했을 당시의 이야기를 하며 사실 ‘답사기’라는 것을 생각해 본적이 없이 그저 20년 동안 아이들에게 배움을 주면서 함께 답사했던 내용들을 글로 쓴 것이 ‘답사기’였다고 했습니다. 

그는 또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들도 저처럼 2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긴 시간 무언가 한가지에 집중해서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그것을 쏟아낼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비록 글쓰기를 예로 들면서 이야기했지만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죠.

글을 쓰고 싶을 때 남들과는 다른 내용과 형식이 있을 때에만 시작하라고 강조하는 유 교수는 스스로 쌓은 내공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는 사람만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며, 글쓰기의 기본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라고 강조하면서 강연을 마무리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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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난 후 질의응답 시간에 한 청중이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알려달라”는 질문을 했는데요. 유 교수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일이지만 정부에서 그리고 다른 누군가 지켜주길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문화유산이라고 해서 그게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질문을 던진 질문자에게 유 교수는 "이렇게나마 문화유산이 망가진다는 것에 가슴 아파하고 공감해줘서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우리 국민들의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이동하고 있는 요즘 세상 속에서 오프라인을 수없이 강조하던 유홍준 교수는 강의를 끝내며 “오프라인 문화를 버리고 무시하지 말아달라. 그것은 온라인 문화의 뿌리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는 멋진 말을 남겼습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읽기문화와 신문에 대한 관심 속에서 왜 우리가 읽어야 하는지 가슴 깊이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요. “바른 읽기란 전문적인 지식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데 힘이 되고 세상에 눈을 뜨기 위한 것”이라는 그의 말처럼 여러분들도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는 읽기의 중요성을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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