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리터러시란 무엇인가

2017. 9. 19. 09:48특집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중첩되면서도 구별되는 속성을 지닌다. 디지털 도구와 기술의 활용,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활용능력,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것 모두가 디지털 리터러시에 해당된다. 디지털 리터러시의 개념은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구본권(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디지털 시민의 필수·보편적 능력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는 개념과 정의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로 쓰이는 용어다. '디지털'은 지칭하는 영역이 광범한 데다 이질적이고 다양한 형태를 융합하는 단어로, 기술과 서비스, 콘텐츠를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다. '리터러시'는 기본적으로 문자의 보급과 더불어 형성된 개념으로,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문해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부호로 구성된 문서(소프트웨어 프로그램)를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을 '코드 리터러시'라고 말하지만, 디지털 리터러시의 일부분이라고 본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디지털 활용 능력'이라는 의미인데, 이 또한 충분하지도 정확하지도 않다. 디지털은 도구이면서 기술과 서비스이고, 콘텐츠이기도 한 다양한 속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해 미국의 미디어교육학자 루블라와 베일리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능력과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를 아는 능력"[각주:1]이라고 규정하였고, 미국도서관협회(ALA)"발견, 평가, 창조, 정보소통을 위해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이용하는 능력으로, 인지적 능력과 기술적 능력을 요구한다"고 정의한다.



누군가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췄다고 말할 때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디지털 도구와 기술을 잘 활용하는 상태인가, 아니면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이해와 활용능력을 의미하는가, 또는 디지털 기술과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접근하며 중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이해를 갖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디지털 리터러시는 이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주로 말과 글로 이뤄진 콘텐츠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일컬어온 기존의 리터러시 개념과 구분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기술과 도구 사용능력(기술 리터러시), 코드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 뉴스 리터러시, 소셜미디어 리터러시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와 기술 활용 능력을 의미하는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필수적이고 보편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중첩되면서도 구별되는 속성을 지닌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기본적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포함하는 각종 커뮤니케이션 도구와 기술을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와 영역이 중첩되고 개념이 유사하다. 하지만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디어 차원으로 포괄하기 어려운 디지털 환경에서 다양한 차원의 개인적·사회적 역량과 태도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미디어 리터러시와 구별된다미디어 리터러시가 표현과 소통 수단으로서 디지털 미디어에 접근하는 것에 비해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디어적 차원만이 아닌 디지털 기술의 구조와 영향에 대한 이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구별된다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활용만이 아니라 디지털 세상에서의 삶과 관계교육 등에 요구되는 다양한 기능과 태도를 포괄한다이는 개인, 사회적 생활방식과 관계를 구조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인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응활용능력을 의미한다때문에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는 시민에게 요구되는 권리와 책임, 기술을 포괄하는 디지털 시민역량 차원으로 다뤄져야 한다.


기술에 의존하지만 기술 구조와 영향엔 무지

디지털은 이전의 아날로그와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구조의 기술이기 때문에 사용자에게 새로운 이해와 접근을 요구한다아날로그 정보와 기술은 원자(Atom)로 구성된 물리적 세계인 것에 비해디지털은 단위가 전기 신호(Bit)로 이뤄진 전자의 세계다디지털은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원본과 진본의 구분이 사라지는 무한복제와 보존성실시간 동시유통이 가능하다디지털 정보는 모든 정보를 연결해 소통하고 조작할 수 있게 하는 인터넷과 결합했다기존의 정보 전달과 소통 방식사회적 관계 형성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이다.



디지털 기술은 이전의 아날로그 형태를 획기적이면서 불가역적으로 변화시키는 구조적 차원의 근본적 변화이지만, 현실에서 사용자가 그 구조적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닌다. 디지털 기술은 다양한 표현방법과 융합성으로 인해 기존 아날로그 방식과도 매끄럽게 결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 문서와 전자문서, LP 레코드판과 MP3 음악 파일의 관계처럼 디지털은 아날로그로 이용하던 것을 디지털로 매끄럽게 표현할 수 있다. 사용자들에게는 동일한 콘텐츠를 편리하게 이용하는 경험이지만, 기술적 구조에 있어서 디지털은 기존과 전혀 다르다. 이러한 속성으로 인해 이용자들은 디지털 기술의 구조와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도 디지털 기술의 편리함과 풍부함을 누릴 수 있다. 복잡한 구조와 강력한 힘을 갖추면서도 편리한 사용법은 기술의 기본적 지향이다


과학소설 작가 아서 클라크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디지털 기술에서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기술은 편리하고 강력하지만, 그 작동 구조가 드러나지 않는 블랙박스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설계자, 전문가와 달리, 실제 사용자는 기술 구조에 무지한 채 이용하는 상황이다. 우리가 경험한 가장 강력하고 매혹적인 기술인 스마트폰인공지능 기술과 사용자는 기술 의존적 관계를 맺게 된다. 깊이 의존하지만, 그 기술의 구조와 영향에 대해 무지한, 정보 비대칭 상황은 디지털 시대의 그늘이다.


지능정보화 사회에 필요한 시민 역량

사용자가 디지털 기술에 대해 깊이 의존하고 있지만, 그 구조와 영향에 대해 무지한 상태가 디지털 리터러시가 요구되는 배경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는 쌍방향성으로 인해 과거의 매스미디어와 달리 이용자에게 많은 선택과 통제권, 기회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능력을 갖춘 경우 주도적 이용자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의존성은 높으나 주도성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은 마치 아이가 모국어를 배우듯 환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지만, 기술의 구조와 그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영향은 저절로 습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디지털 환경에서 이용자에게 이전보다 강력하고 다양한 권한과 선택이 제공된다는 것은 양날의 칼이다. 이용자 권한 강화는 기술의 속성과 구조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의도에 맞게 활용하려는 적극적 이용자에게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지만, 기술의 속성에 대해 무지한 수동적 이용자에게는 과중한 선택의 부담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미디어 이용자는 디지털 환경에서 기존보다 많은 시간을 미디어 이용에 할당하지만, 수동적 이용에 머물 수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디지털사회의 시민역량은 구체적으로 다음의 영역을 포함한다. 디지털 사회에서 살아가자면 소프트웨어와 알고리즘에 기반한 경제와 사회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코드 리터러시를 포함하는 기술 리터러시를 갖춰야 한다. 기술 리터러시는 단순한 기술의 조작법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사용자와 사회 구성원이 벗어나 생존할 수 없는 지배적 환경이 된 기술의 영향력에 대한 이해이다. 영향력이 막대한 기술의 빛과 그늘을 함께 보아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인터넷은 사회적 존재로 사람이 유지해온 전통적 인간관계와 사회관계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동력이자 플랫폼이다. 휴대전화와 같은 개인소통수단과 소셜미디어가 등장할 때만 해도 오늘날과 같은 보편적 도구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지 못했다. 소셜미디어 환경에서 소통 행위와 정보 생산 행위가 갖는 의미와 영향을 파악하는 소셜미디어 리터러시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의 영역이다. 세대별로 디지털 소통수단에 대해 다른 인식과 사용행태를 보이는 만큼, 이는 기성세대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이해하고 교육하는 데 필수적 역량이기도 하다.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중첩되는 만큼, 미디어 이해와 활용의 핵심이 되는 비판적 사고력 함양을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디지털 리터러시는 정보의 디지털화로 인한 지식의 유효기간 단축과 이로 인한 평생학습을 의미하는 디지털 시민역량을 지향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디지털 리터러시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고, 다양하게 중첩된 영역을 세분화하고 구체화하여 현실에서 실천적인 학습 프로그램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디지털 역량, 뉴스 리터러시와 직결

우리가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기술을 일상적으로 만나는 환경을 고려할 때 디지털 리터러시의 다양한 영역 중에서 우선적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게 미디어 리터러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뉴스 리터러시에서 출발한다. 날마다 뉴스를 통해 사회생활에 필요한 새 정보를 받아들이는 환경에서 각 구성원이 얼마나 활용능력과 주체적 수용 능력을 갖췄느냐가 중요하다. 더욱이 정보의 유효기간이 단축되는 사회에서 미디어를 통한 평생학습은 구성원들의 뉴스 리터러시와 직결된다. 디지털과 스마트폰 환경에서 대부분의 뉴스 이용은 디지털로 매개되는 만큼 뉴스를 제대로 읽는 능력은 디지털 리터러시와 분리될 수 없다.

 

가짜 뉴스 사태는 디지털 리터러시와 뉴스 리터러시가 왜 함께 중요한지를 알려준 사례다. 시민의 지적 역량과 학습 능력이 한 사회와 국가의 현재와 미래의 운명을 결정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언론 자유와 시민들의 문해력 향상을 위한 초석을 놓은 것이 미국을 최고의 강대국으로 만든 출발점이 된 것처럼, 디지털 시민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시민에게 디지털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회적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1. M. Rubbla, G. Bailey(2007), Digital Citizenship in Schools, Eugene, OR: ISTE, p.2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