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네임리의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2018. 1. 11. 14:00해외 미디어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은 매년 11월 첫째 주 미국 미디어리터러시교육협회(일명 네임리’) 주최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는 전국적 행사이다올해로 3년째를 맞이한 이번 행사에는 학교시민단체방송사소셜미디어 등 255개 단체가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트위터니켈로디언페이스북 등이 후원자로 함께했다로이터통신 뉴욕 본부에서 개최된 킥오프 행사를 시작으로 일주일 간 진행됐던 2017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의 이모저모를 집중 탐구해보았다. 



류동협(콜로라도대 언론학 박사)


미디어리터러시교육협회(National Association for Media Literacy Education, 이하 네임리)가 주관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이 2017년 11월 6일부터 10일까지 시행됐다. 매년 11월 첫째 주에 개최되는 이 행사는 2015년에 시작되어 3회를 맞이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미국의 대표적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 학회 ‘네임리’

네임리는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을 통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토론하기 위해 이 행사를 기획했다. 학교, 교육자, 단체 등이 수업, 가상 행사, 온라인 채팅, 상영회, 패널 토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어 그 영향력은 더욱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네임리의 전신인 ‘미디어교육파트너십’은 1997년에 미디어교육의 이론과 실천을 공유하고 다양한 의견과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미디어교육의 질을 한 차원 높이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매달 이메일 회의를 하고 매년 학회를 개최했지만 전문 단체라기보다는 조직화의 정도가 약한 일반적인 미디어교육 모임이었다. 2001년 회원 강령과 핸드북을 만들고 10개의 세부분과를 꾸리고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서 회원이 300명 이상으로 늘었다.


2007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조직을 정비했다. 그리고 2008년에 ‘네임리’로 이름을 바꾸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선도하는 비영리 단체로 도약한 이후 현재 4,00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2009년부터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저널>도 발간하며 학자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실무자에게 토론의 장을 제공한다.


네임리는 2012년에 미셸 츌라 립킨(Michelle Ciulla Lipkin)을 회장으로 영입하면서 미디어 기업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눈부신 성장을 이룬다. 미셸 츌라 립킨 회장은 어린이 프로그램 제작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종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디어와 교육을 결합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1988년 라커비 폭탄 테러(편집자 주:스코틀랜드 라커비 상공에서 팬암의 103 여객기가 폭발한 사건으로 270명이 사망했음)로 아버지를 잃어버린 개인적 비극을 경험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어린 시절부터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는 미디어가 개인의 비극을 상업적으로 소비하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강변한다. 네임리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비판적 사고와 의견을 적절히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을 고루 배울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초점을 맞춘다.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행사는 올해도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올해는 트위터, 니켈로디언, 페이스북, 트렌드마이크로의 후원을 받았고, 중고등학교, 대학교, 미디어 시민단체, 방송사, 소셜미디어, 의료단체, 박물관, 도서관, 교육단체 등 다양한 파트너가 참여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이 행사는 학자들만 참여하는 여타 학회와 다르게 기자, 교사, 학생이 모여서 저널리즘과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토론한다. 2015년에 117개의 파트너로 시작해서 작년에는 148개, 올해는 벌써 225개의 단체가 협력하는 전국 규모의 행사로 성장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저널리즘과 신뢰, 음모론, 탐사보도, 기술 혁신 등의 주제가 다뤄졌다. 특히 이러한 주제들이 어떻게 교실에서 다뤄져야 하는지, 교육의 관점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관한 다양한 토론이 이뤄졌다. 이번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행사는 로이터통신 뉴욕 본부에서 진행되는 킥오프 행사와 요일별 일반 행사로 구성됐다.



이론과 실무가 만나다

킥오프 행사의 첫 번째는 ‘신뢰, 진실과 저널리즘의 미래’라는 주제의 패널 토론회였다. 스티븐 아들러(Stephen Adler) 로이터통신 편집장, 브라이언 스텔터(Brian Stelter) CNN의 프로그램 ‘믿을 수 있는 정보원’ 진행자, 쉐릴 허긴스 살로먼(Sheryl Huggins Saloman) 흑인 뉴스 전문지 더루트 편집장, 라이언 맥카시(Ryan McCarthy) 바이스뉴스 편집장이 토론 패널로 참석했고 진행은 카일 포프(Kyle Pope) 컬럼비아저널리즘리뷰 편집장이 맡았다. 이 토론회에서는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변한 저널리즘 환경에서 신뢰할 수 있는 뉴스가 되는 길은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브라이언 스텔터는 누구나 정보원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 가운데 신뢰할 수 있는 뉴스를 만드는 언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주장했다. 쉐릴 허긴스 살로먼은 소셜미디어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사회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허위 정보 홍수 속에 사실 확인의 필요성이 높아져 가고 있는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모두 동의하면서 패널 토론회가 마무리됐다.


주목을 모았던 또 다른 킥오프 행사로는 르네 홉스(Renee Hobbs) 로드아일랜드대 미디어교육 연구소장이 진행한 ‘음모론 가르치기(Teach the Conspiracies)’ 워크숍이 있다. 음모론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지만 정보기술의 급격한 발달이 음모론의 전파와 파급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어서 가짜 뉴스와 더불어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다뤄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됐다. 르네 홉스 교수는 검색 엔진 자동 완성 기능을 이용한 음모론을 미디어 리터러시 입장에서 정리하며, 인터넷에 떠도는 무수한 음모론이 과연 타당한 주장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블레이크 모리슨(Blake Morrison) 로이터통신 탐사보도 기자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다룬 상호작용에 대해 강연했다. 이 강연은 자신을 정보원으로 속이며 기사를 조작한 전 USA투데이 기자의 스캔들을 파헤친 탐사보도 사례를 들어서 진실과 허구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뤘다.


행사가 열린 11월 6일(월)부터 10일(금)까지 요일별로 여러 가지 일반 행사가 개최됐다. 보이지주립대는 ‘미국인의 마음 사로잡기(The Occupation of the American Mind)’ 영화 상영회를 월요일에 열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미국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떻게 미디어를 이용해 PR을 하는지 다룬 내용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같은 날 미국 전역의 교사들이 참여하는 선거와 미디어교육을 주제로 트위터 채팅이 이어졌다. 선거와 관련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화요일에는 랜싱커뮤니티칼리지에서 진실을 찾고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생들 주도의 워크숍이 있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기본 원칙을 설명하고 가짜 뉴스를 찾는 방법이 소개됐다. 같은 날 워싱턴DC에 있는 하워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는 ‘트럼프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심층 토론회’를 개최했다. 교사와 연구자가 모여서 디지털 미디어로 재편되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잘못된 정보가 가져오는 폐해가 얼마나 큰지 살펴보고, 또 그런 참사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울여야 할 노력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했다.


수요일에는 몽클레어주립대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디지털 중독을 벗어나 현실의 인간관계를 회복하는 경험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그리고 시카고존슨칼리지 부속 고등학교도 비영리 온라인 플랫폼 체콜로지(Checkology.org)와 협력해서 정보 홍수 속에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방법에 관해 배우는 시간을 보냈다.


목요일 행사 중에는 웨스트버지니아대에서 ‘인공지능과 여성’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이 열렸다.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리고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때 어떻게 여성의 시각이나 관점을 포함시킬 것인지를 논의했다. 세인트루이스 리트나워 고등학교는 각각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어떻게 진실을 확인하는지에 관한 수업을 실시했다. 이 수업에서 광고와 기사, 사실과 의견 등을 구별하는 방법을 교육했다. 금요일에는 교육개발센터(Education Development Center)에서 학교나 방과후 프로그램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자료를 공개했다. 비판적 미디어 분석 능력을 기르기 위한 다양한 자료가 포함됐다.


북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선구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인 교실에 관한 토론도 이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주제였다. 기술적 혁신이 교실에서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현장 교사와 학생 관점을 중심으로 확인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미디어 리터러시와 정치적 토론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살펴보는 세션도 있었다. 현재 가장 큰 쟁점이 되는 가짜 뉴스에 관한 다양한 웹세미나가 열렸다. 학자들은 가짜 뉴스 개념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교사들은 학교에서 가짜 뉴스를 어떻게 판별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그리고 디지털 중독, 프라이버시 침해, 트럼프 시대에 달라진 미디어 환경, 사라지는 미디어 다양성 등의 주제로 심층 토론이 이어져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았다.


이 행사는 미국 전역의 다양한 단체들이 주관하는 특성에 걸맞게 특정 개최 장소에 국한되는 제약을 넘어서 인터넷을 통해 중계됐다. 워싱턴DC에 위치한 뉴스 박물관 뉴지엄도 파트너로 참여해 미디어 리터러시 알리기에 공헌했다. 뉴지엄 쪽은 2016년 대선 이후 가짜 뉴스라는 용어가 자신의 견해와 반대되는 뉴스를 지칭하는 것으로 잘못 쓰이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조작, 편견, 오류를 포괄하는 ‘쓰레기 뉴스(Junk News)’로 대체할 것을 제안했다. 바바라 맥코맥(Barbara McCormack) 뉴지엄 교육부 부회장은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에서 쓰레기 뉴스에 대응해서 뉴스 분별력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실시할 것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뉴지엄 교육부는 가짜 뉴스와 싸우는 방법에 대한 수업을 온라인을 포함해 12차례 실시했다.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은 이미 12회나 열린 캐나다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에 영향을 받아 시작됐다. 네임리의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과 같은 기간에 진행되는 캐나다 행사는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계 속의 통합’이라는 주제하에 디지털 공간 속에 다양한 관점과 목소리를 존중하자는 목표를 강조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은 미국과 캐나다를 망라하는 북미 대륙의 미디어교육 행사로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은 교육계, 언론계, 정부, 비정부기구가 공동으로 참여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알리고 현황을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