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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핀란드 미디어교육 석학 시르쿠 코티라이넨 교수

핀란드에서는 정규 교육과정에 미디어교육을 포함한다이처럼 법제화를 통해 유럽에서도 미디어교육을 선도하고 있는 핀란드 미디어교육계의 중심에는 판란드미디어교육위원회가 있다학계와 미디어 업계그리고 정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미디어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연구와 활동을 하는 이 이원회의 창립 멤버이자 대표 미디어교육 학자인 탐페레대학의 시르쿠 코티라이넨 교수를 만나보았다



김아미(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핀란드는 2016년에 발표된 새로운 교육과정에 ‘멀티 리터러시(multi literacy)’라는 이름으로 미디어교육을 학교 안에서 실행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 국가 중 미디어교육 정책 입안이라는 측면에서 한발 앞서 가고 있는 핀란드의 대표 미디어교육 학자를 만나 핀란드의 미디어교육 진행 방향과 핀란드 미디어교육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시르쿠 코티라이넨(Sirkku Kotilainen) 교수는 탐페레대학 커뮤니케이션과학 학부에서 미디어교육 전공을 가르치고 있으며, 2005년에 창립한 비영리 단체 핀란드미디어교육위원회(Finnish Society on Media Education)의 창립 멤버이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한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 (좌) 코티라이넨 교수는 인터뷰 내내 ‘융합’을 강조했다. (우)


유럽 미디어교육 선구자 FSME

핀란드미디어교육위원회(이하 FSME)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FSME는 코티라이넨 교수 주도로 2005년에 만들어져 10년 넘게 미디어교육과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와 실천을 하고 있는 위원회로 알고 있다.


FSME는 교육부로부터 주된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기관이다. 교육부에서는 최소 3명의 상근자(1명의 대표, 2명의 코디네이터)를 고용할 수 있도록 재정을 지원한다. 핀란드는 유럽에서 미디어교육 관련 정책을 만드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FSME와 정부의 협력관계라고 할 수 있다.


FSME는 유럽의 디지털 리터러시 및 미디어교육과 관련된 정책을 고안하고 도입하는 데 있어 핀란드 정부와 밀접한 협력을 하고 있다.


FSME는 미디어교육과 관련된 연구 주제를 제안하고, 정부는 FSME 같은 NGO를 지원할 수 있도록 연구 기금을 조성한다. 연구 결과 발표는 FSME와 대학이 항상 함께한다. 정부는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연구자는 그 정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현장 도입 방안 및 실천 방안에 대해 고민한다.


FSME의 구성원은 매우 다양하다. 보호주의적 입장을 취하는 어린이 복지 관련 NGO부터 정부 관계자, 신문사나 방송국 등 미디어 업체, 미디어 관련 재단, 연구자 등이 FSME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게임 회사, 소프트웨어 회사들도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렇다. 미디어 업체 등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이유는 세금 감면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체가 사회에 기여할 경우 정부에서는 일정 부분 세금을 감면해 주는데, 미디어교육 지원이 사회 기여로 인정된다. 이를테면 FSME 구성원이 되어 미디어교육 콘퍼런스를 지원하면 세금 감면이 가능하다.

FSME에 정말 다양한 기관 및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미디어교육을 보는 관점에 충돌은 없는가? 예를 들면 보호주의적 관점을 주장하는 구성원과 창의적 제작 경험을 강조하는 구성원 간의 갈등은 없었는가?


2005년에 FSME가 창립한 이래 미디어교육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지닌 구성원들이 함께 해왔다. 서로 생각의 차이가 있지만 협의가 가능하다. 우리는 미디어 사용자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디어 관련 능력이 핵심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한다. 그런 공통적 합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프레임워크를 수용하고 서로 협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청취했다. 지금은 ‘부족(tribe)’이라는 용어로 서로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구성원은 테크놀로지에 초점을 맞춘 부족이고, 어떤 구성원은 사회적, 문화적 지향을 가지는 부족이며, 보호주의 중심의 부족도 있다. 미디어교육자로서 우리는 다양한 접근법을 모두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문제를 직시하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FSME 같은 미디어교육 NGO와 대학(연구자), 그리고 정부의 협력 관계가 공고하다는 느낌이 든다. FSME가 정부, 연구자(대학), 실천 현장을 연결하는 링크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FSME는 NGO이자 연구기관으로서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여 정책 개발에 일조하고 있다. 그 중요한 성과가 2016년에 발표된 유아교육부터 중학교에 이르는 새로운 핀란드 국가교육과정이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미디어교육 실천을 위한 세 가지 요소가 포함돼 있다. 멀티 리터러시, 코딩 교육, ICT 활용 교육이다.


미디어교육 3요소 ‘멀티 리터러시, 코딩, ICT교육’

새로운 국가교육과정에 미디어교육의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세 가지 요소에 대해 설명해 달라.


첫 번째 요소인 멀티 리터러시라는 개념은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멀티 리터러시는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과 디자인 기반 교수법(pedagogy), 다시 말해 실천 중심 교수법이 결합된 것이다. 또 멀티 리터러시는 교육과정 안에서 다양한 교과목의 융합을 내포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현재 1학년에서 9학년에 이르기까지 일주일에 한 시간 모국어 수업 시간을 활용해 멀티 리터러시에 대해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중학교에서는 모든 교과목에 멀티 리터러시 요소를 결합하려고 시도한다. 특히 탐페레 지역 학교들에서는 멀티 리터러시를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탐페레대학은 지역 내 3개 중학교와 협력하여 멀티 리터러시를 학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두 번째 요소는 코딩 교육이다. 단순히 코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미디어교육과 연관시켜 실천하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코딩을 일종의 언어로 접근하고 있다. 코딩 교육은 수학, 물리, 화학 교과목 안에 포함되어 진행되는데, 코딩도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실행해보는 방식(hands-on)으로 가르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여러 활동을 하면서 접하는 콘텐츠나 서비스에 대해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홍보되는지 연결시켜 가르칠 수 있다. 현재 탐페레대학에서는 미디어교육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데, 코딩이나 컴퓨터 언어 전공 학생들 중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코딩을 언어로 받아들이고, 코딩의 비판적 이해가 중요함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미디어교육 교사들이 코딩 능력을 갖출 필요는 없다. 하지만 코딩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참여해야 하는 것은 맞다. 이와 같은 융합적 미디어교육 실천 중요 흐름이 지금 유럽 전역에 퍼져 있다.


세 번째, ICT 활용 교육과 미디어교육의 결합이다. 최근 10년 동안 미디어교육 연구자와 ICT 활용 분야 연구자들의 협업 관계가 더 증진됐다. 온라인으로 교육을 할 때도 학습자의 비판적 이해 능력 함양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전통적인 ICT 활용 교육에 대한 전통적인 접근이 있으므로 미디어교육과 연결하여 생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이와 같은 세 가지 요소의 연관성을 어떻게 찾아서 융합적인 미디어교육을 실천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각 영역의 사람들이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법도 있다.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가까이하며 그들이 어떤 연구와 작업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 공동의 세미나나 콘퍼런스를 개최하여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를 기조 발제자로 초청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코딩이나 ICT 활용 교육 등 다른 영역 종사자들도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교육과정에 위의 세 가지 요소가 포함됐다는 것이, 학교 밖 기관(NGO)이나 연구자, 학교가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그랬으면 하고 희망하기도 한다. 국가교육과정이 발표된 것은 2016년이다. 그 당시 학교들이 새로운 교육과정을 가르칠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다. 이제 정부는 교사 연수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지원한 공동 기획취재 참가자들이 시르쿠 코티라이넨 교수를 방문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 : 언론진흥재단 지역신문팀>


핀란드의 미디어교육 관련 교사 연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디지털 환경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코딩, 가상현실 등과 연계해 미디어교육을 시도해 보는 등 교사 연수에서도 교사가 스스로 생각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교사 연수도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실제로 인식하고 실험해보도록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탐페레 지역의 경우 지방 정부에서 일 년에 하루 혹은 일주일 시간을 내어 추가적인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지방 정부는 대학들이 앞에서 언급한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을 제공하도록 돕는다. 탐페레대학에서도 지방 정부의 지원을 받아 융합적 미디어교육 연수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수를 결합해 진행 중이다.


기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재교육도 중요하지만 미디어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신규 교사를 양성하는 사범대학에서 연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핀란드에서는 교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아야 한다. 이러한 신임 교사 양성 과정에 미디어교육이 필수적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올해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신임 교사 양성 프로그램에서 교과목 교사들이 미디어교육을 접한 비율은 45%에 불과했다.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진은 많은가?


현재 핀란드에는 미디어교육을 강의할 수 있는 강사진을 갖춘 대학으로 탐페레대학과 라플란드대학이 있다. 이 두 대학이 협력하여 온라인 미디어교육 강좌 자료를 만들기도 한다. 탐페레대학에서는 나와 게임 연구 교수, IT 교수가 협업해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 강좌들을 혼자 만들기는 어렵다.


탐페레대학에는 미디어교육 석사과정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사회과학대학 내에 미디어교육 석사과정이 있었다. 내년부터는 사회과학대학과 기술과학대학이 공동으로 기존의 세 가지 석사 프로그램-휴먼 컴퓨터 인터렉션, 게임 연구, 미디어교육-을 결합해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전공 석사과정을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탐페레대학의 미디어교육 전공은 게임 리터러시, 정보 리터러시, 미디어 리터러시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핀란드에서는 사회 전 구성원이 미디어교육을 위해 협조하고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들려서 매우 부럽다. 핀란드에서 사회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나 미디어교육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단계이다. 정부 안의 최소한 한 사람에게라도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한 사람이 지식을 전파할 수 있다. 정부뿐 아니라 대학도 설득해야 한다. 미디어교육 관련 연구와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와 관련된 과제도 있다. 한국의 학교 교육에서는 비판적 능력 양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핀란드에서는 비판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첫 번째 목적은 아니다.


핀란드 교사들의 첫 번째 목표는 학습자가 창의성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판적 역량을 키우기 위한 미디어교육의 필요성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능력과 비판적 능력이 완전히 별개의 능력이 아님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온라인 콘텐츠를 접할 때 비판적 판단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현재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이보다 더 중요하고 필요한 능력은 없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

시르쿠 코티라이넨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핀란드가 미디어교육을 국가교육과정에 포함시킨 선도적 국가가 된 이유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학습자의 미디어 문화와 관련된 기초 연구 및 미디어교육 관련 실천 결과에 대한 연구, 학습자의 요구 분석 등 다양한 연구들이 정부와 미디어 유관기관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미디어교육 정책이 수립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코티라이넨 교수가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융합적(integrated) 접근’은 미래 미디어 환경 및 교육 환경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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