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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뉴스 리터러시 교육 현황

미디어교육의 강자 프랑스에서는 오래전부터 비판적 뉴스 소비와 콘텐츠 제작에 중점을 둔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이러한 프랑스에서 최근 미디어교육의 범위가 미디어교육에서 미디어와 정보 교육으로 확장됐다디지털 시대 보다 자율적이며 능수능란하게 정보를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이 시민들에게 요구되기 때문이다



진민정(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


프랑스는 ‘뉴스 리터러시’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오래전부터 비판적 뉴스 소비와 생산에 중점을 둔 미디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민주 시민을 위한 자질 형성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러한 미디어교육의 전통은 19세기 청소년 저널에서 출발했다. 대혁명 이전에 탄생한 청소년 저널은 1820년대에 황금기를 누렸다. 당시 이러한 청소년 저널의 목적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교육용 저널에 그치지 않고, 젊은 독자들의 판단 능력을 형성하고 퀄리티 저널리즘을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고자 했다(Corroy, 2012).


이러한 전통은 20세기 초반, 세계적 교육자인 클레스탱 프레네(Cléstin Freinet)와 그를 따르는 일군의 교육자들에 의해 교실에서 학생들이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계승됐다. 1982년 유네스코의 ‘그룬발트 선언’은 프랑스가 본격적인 미디어교육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그룬발트 선언은 “커뮤니케이션 현상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개발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콘텐츠 분석과 창의적인 실천, 교육자 양성 등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도록 권고했다. 교육부 산하 공적 기구인 끌레미(CLEMI, 교육과 정보 미디어 연계 센터)는 바로 이러한 프랑스 미디어교육의 대표 기구이다.


‘미디어교육’에서 ‘미디어와 정보 교육’으로

끌레미는 모든 종류의 학교와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교육 도입을 목적으로 1983년 미디어교육 전문가인 자크 고네(Jacques Gonnet)가 설립했다. 설립 당시부터 미디어교육의 방향 설정과 활성화를 위해 행정기관, 언론계, 교육 시스템의 주체와 이용자들이 함께 참여했다. “학생들의 미디어에 대한 지식과 비판적인 분석”을 돕고, “학생들에 의한 미디어 생산”을 장려하는 끌레미는 이를 위해 미디어교육 교사 양성, 미디어교육 자료 생산, 학교 미디어 제작 지원 및 미디어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의 미디어교육은 최근 ‘미디어와 정보 교육’으로 범위가 확장됐다. 기술 발달이 정보의 생산과 소비, 유통 방식을 변화시킴에 따라 기존의 미디어교육이 아닌 새로운 교육, 즉 언론이 제공하는 뉴스의 영역을 넘어 정보 전반에 대한 교육으로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제는 디지털 기술에 의해 정보의 과부하 현상이 일어나면서 보다 합리적이고 자율적이며 더욱 능수능란하게 정보를 이용할 줄 아는 능력이 시민에게 요구되는 상황이라는 것이 미디어와 정보 교육을 도입한 배경이다.


2014년 7월부터 미디어와 정보 교육은 교육법 L332-5조에 의거, 모든 중등교육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교육법 L111-2조에 의하면 이러한 교육은 “정보사회에 필요한 지식과 역량, 그리고 시민권을 행사하는 능력을 개발”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비판적 뉴스 생산과 소비뿐 아니라 개인 정보를 보호할 줄 알고, SNS상에서 건강한 정보 이용을 위해 필요한 규칙들을 지키고, 자신들의 디지털 능력을 평가할 줄 아는 미래 시민을 키우는 것이 이 교육의 목적이다.


끌레미가 언론 매체, 시민단체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제공하는 다양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메디아틱스 콩쿠르, 동영상 르포 콩쿠르, 제로 클리셰 콩쿠르. <사진 출처 : 필자 제공>


2013년부터 미디어와 정보 교육을 전담하는 기관이 된 끌레미는 모든 언론 매체, 국가기관, 시민단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미디어교육은 다양한 교과과정 내에 자연스럽게 통합되어 이루어지고 있는데, 끌레미는 모든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미디어교육의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관심 분야와 자신들의 세계에 대해 다루는 청소년 저널을 지원하기도 한다. 아울러 청소년들의 신문, 라디오 방송의 뉴스 프로그램이나 뉴스 사이트 제작, 다양한 저널리즘 콘텐츠 제작 또한 독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제작한 뉴스 매체를 선발하는 메디아틱스 콩쿠르도 있고, TV 채널 아르테(Arte)와 함께 중고생들을 대상으로 조직한 동영상 르포 선발 대회도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 중이다. 또한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남녀평등을 주제로 한 저널리즘 콘텐츠를 선발하는 ‘제로 클리셰’라는 콩쿠르도 있다. 이 대회에는 코제트(Causette), 레누벨 뉴스(Les Nouvelles News), TV5몽드 등의 언론 매체가 참여한다. 뉴스 소비자가 생산자이기도 한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교육은 뉴스의 비판적 소비 뿐 아니라 뉴스 콘텐츠 제작을 포괄해야 한다는 것이 이러한 대회를 조직하는 이유다. 끌레미를 이끄는 장 마리 뒤퐁(Jean-Marie Dupont)에 의하면, 이처럼 직접적인 뉴스 제작 경험은 학생들이 언론의 다원주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뉴스의 편집과 유통, 언론 시스템을 이해하도록 돕는다(Dupont,2012).


이러한 미디어와 정보 교육에 대해 학부모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11월과 12월 두 달 동안 끌레미가 실시한 전국 규모의 설문조사에서 78%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한 학교 미디어교육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83%가 미디어교육 기관이 인터넷의 위험성을 아이들에게 주지시켜 줄 것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판적 사고를 여는 시동 장치

이러한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해 끌레미가 올해 선보인 새로운 미디어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가 ‘데클릭 크리틱크(Déclic’Critique)’다. 거짓 정보, 정보의 출처, 팩트체킹, 개인 정보 보호 등 인터넷이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아우르는 ‘데클릭 크리틱크’는 ‘비판적 사고를 여는 시동 장치’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올해의 테마는 ‘정보/거짓 정보’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특정 주제와 관련된 정보를 보여준 후 질문을 던지고 이들의 반응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자체 사이트나 유튜브를 통해 배포하는 방식이다. 교사가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핵심 개념과 사용된 자료들 역시 제공한다. 데클릭 크리틱크는 서로 다른 형태의 왜곡된 정보들을 단계별로 다룬다. 첫 번째 단계는 ‘SNS상의 거짓 정보’, 두 번째 단계는 ‘전통 매체의 거짓 정보’, 세 번째 단계는 ‘비즈니스 모델에 의해 영향을 받는 메시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디어적 기법들과 이데올로기적 편향’이다.


끌레미의 ‘데클릭 크리틱크’가 제공하는 ‘플라스틱 쌀 : 정보/거짓 정보?’편 화면. <사진 출처 : 끌레미 홈페이지 화면 캡처>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 번째 단계인 ‘SNS상의 거짓 정보’의 경우 SNS에서 유통되는 동영상의 진위 여부를 판별하고 정보의 출처를 검증해보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다뤘다. 그중 하나가 ‘중국산 플라스틱 쌀의 진실’에 대한 동영상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해당 동영상을 보여준 후 이 동영상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알아낼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가령, ‘누가 이 동영상을 포스팅했나? 동영상 제작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플라스틱 쌀이 존재하는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검색엔진에서 어떤 단어를 이용해 검색할 수 있나? 정보의 출처를 어떻게 확신할 수 있나?’ 등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언론에 등장한 거짓 정보를 통해 가짜 뉴스와 언론이 생산하는 오보를 구분하도록 돕고 동시에 저널리즘 윤리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언론사의 대주주나 광고주에 의해 저널리즘 콘텐츠가 영향을 받는 사례들을 통해 기사형 광고와 일반 기사를 구분하도록 돕는다. 또한 네 번째 단계에서는 토론이나 인터뷰 프로그램에서 저널리스트의 질문 방식이 어떻게 정보를 왜곡할 수 있는지, 혹은 남녀를 다루는 시선의 차이, 소수자들을 대하는 방식 등을 통해 미디어가 어떻게 차별을 재생산하는지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외에도 미디어의 비즈니스 모델, 광고에 대한 비판적 해독, SNS에 대한 이해, 데이터 저널리즘, 뉴스 큐레이션, 정보 검색 방식 등 학교 미디어교육의 범위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이처럼 프랑스의 미디어교육은 언론이 생산하는 뉴스에 대한 교육에서 벗어나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를 포괄하는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단순한 정보의 비판적 소비뿐 아니라 저널리즘의 언어가 생성되는 과정을 이해하도록 돕고, 데이터와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참고문헌

• CLEMI 2017~2018 미디어와 정보 교육 프로그램, Médias et Information, on apprend!

• Jean-Marie Dupont(2012). Quand ils produisent leurs propres médias, les jeunes se posent les bonnes questions,

  Jeunes et Médias, Les cahiers francophones de l’éducation aux médias n°4 171-174

• Laurence Corroy(2012). Education aux médias en France. Jeunes et Médias, Les cahi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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