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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1

  우리나라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지만, 비판적 사고가 여전히 뒤로 밀려나 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제는 우리가 비판적 사고에 대해 논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며, 이에 ‘비판적 사고를 적용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원리와 방법, 그리고 적용사례를 시리즈로 전한다. 




황치성(한국언론진흥재단 전문위원, 언론학 박사)


미디어교육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40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전국적으로 최신 설비를 갖춘 미디어교육 센터만 해도 현재 40여 개에 이르는가 하면, 국회는 미디어교육의 체계적 지원을 위해 법 제정에 나서기까지 하고 있다. 또, 교육계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지식정보처리 역량과 함께 그 하위 요소로 ‘비판적 사고’와 ‘매체 활용 능력’의 함양을 공식화했다. 이는 학교 안팎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즉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발전은 더없이 좋은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비판적 사고의 희미한 존재감 때문이다.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센터(CML)는 ‘비판적 사고가 없는 교육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아니다’라고 규정할 정도로 비판적 사고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실에서 비판적 사고는 여전히 뒷전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비판적 사고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에, ‘비판적 사고를 적용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원리와 방법, 그리고 적용사례를 알아보고자 한다.


왜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개념을 강조하는가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수학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양성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한 특징이지만, 그 다양성 속에서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다섯 개의 핵심개념, 즉 ‘저자’(authorship), ‘형식’(format), ‘수용자’(audience), ‘내용’(content), ‘목적’(purpose)이 기본원리로 작용하고 있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핵심개념들은 어디에서 연유했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왜 그토록 강조하는가? 여기에는 미디어 이론에서 교수학습 이론, 그리고 교육공학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학문적 배경이 깔려 있다.


그 출발점은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의 미디어 이론에서 찾을 수 있다.[각주:1] 매클루언에 따르면 각각의 매체는 고유한 기술적 문법이 있으며, 독특한 방식으로 메시지를 창출하는 편향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같은 사건을 보도 할지라도 매체 고유의 속성에 따라 각기 다른 인상과 메시지를 만들어낸다.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경구는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국의 미디어교육자인 렌 마스터만(Len Masterman)은 미디어의 편향성 개념에 기초해서 실제를 특정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미디어의 ‘재현’(representation) 원리에 주목했다.[각주:2] 즉 미디어는 중재의 매개체로, 실제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미디어 텍스트가 해독이 필요한 상징적 기호체계라는 의미다.


마스터만은 텔레비전을 재현 시스템으로 본다면 ‘누가 이러한 재현을 만드는가?’라는 질문이 당연히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각주:3] 질문은 계속된다. ‘보고 있는 것은 과연 중립적인 것인가?’, ‘재현되는 세상의 속성은 무엇인가?’, ‘그 속에 있는 가치와 전제는 무엇인가?’, ‘TV가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고 사용한 기법은 무엇인가?’, ‘TV가 재현한 것은 시청자에 의해 어떻게 읽히고 이해되는가?’ 등등.


마스터만은 자신의 저서 <미디어 교수법>(Teaching The Media)에서 이러한 질문을 더 체계화하고[각주:4], 미디어의 구성된 속성, 관심을 끌기 위해 사용한 기법, 목적, 저자, 편향성, 가치, 라이프스타일, 관점, 생략, 파워 등의 개념들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기초로 미디어교육은 미디어의 기술적 특성에 상관없이 미디어 텍스트에 대한 비판적 수용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04년 금경축을 맞은 반예문 신부가 청주 내덕동 주교좌 성당에서 안젤루스 도미니 단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1955년에 한국에 선교사제로 들어왔던 반예문 신부((Raymond F. Sullivan, 1927~2015)는 1971년부터 매스컴위원회 감사를 맡아 활동 했으며 

1977년 이후에는 메리놀미디어교육연구소장을 맡아 비판적 수용자를 위한 TV 시청 훈련 방안을 보급했다. <사진 출처:가톨릭신문, 2016년 10월 30일자>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 개념

한편 캐나다 미디어 리터러시 협회(Association for Media Literacy) 창립자인 배리 덩컨(Barry Duncan)과 그 동료들은 마스터만의 논거를 바탕으로 미디어에 내재한 8개의 기본 속성들을 제시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기본 원리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각주:5]



덩컨 등이 제시한 이 개념들은 캐나다의 교육계에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1989년 온타리오주 교육부가 세계 최초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 교육과정에 반영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편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센터를 창립한 엘리자베스 토만(Elizabeth Thoman)은 마스터만과 덩컨 등이 제시한 기본 원리를 다시 5개의 핵심개념들로 압축했는데, 이는 비판적 사고를 적용한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의 일반적 모델로 활용되고 있다.[각주:6]


* 이 표는 비판적 사고를 적용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다섯 가지 핵심개념과 핵심질문을 미디어 소비자와 생산자 차원에서 구분해서 정리한 것이다.


그 후 2008년에 미국 미디어 리터러시 센터는 다섯 가지 핵심개념에 두 가지 특성을 추가한 새로운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모델을 개발했다.[각주:7] [각주:8]


그 중 첫 번째는 미디어 리터러시 영역에서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수학습 방법으로 세부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미디어 메시지에서 다양한 차원의 의미를 읽어내고,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것은 학습자들에게 비판적 사고에 대한 동기부여와 함께 참여를 북돋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실생활에서 학습자의 사고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핵심질문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방향과 맥을 같이 하는 부분이다.


두 번째, 일반인들이 미디어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는 프로슈머 시대에는 미디어 텍스트를 분석할 때뿐만 아니라 스스로 제작할 때도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토만은 이와 관련하여 “미디어 메시지 분석이 창의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결합할 때 이론과 응용이 연결되며,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다양한 층위로 연결된 미디어의 소비 및 생산 과정에 비판적 사고력을 적용한 학습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주장한다.[각주:9] 특히 분석과 제작 역량의 상호결합은 커뮤니케이션 테크놀로지가 일상에서 널리 활용되고, 메시지의 소비와 제작 사이에서 아주 빠른 메시지 처리 과정을 요하는 오늘날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1. McLuhan, M.(1965). Understanding Media. 박정규 역 (1997). 『미디어의 이해-인간의 확장』. 커뮤니케이션북스. [본문으로]
  2. Jolls. T. & Wilson, C.(2014). The Core Concepts: Fundamental to Media Literacy Yesterday, Today and Tomorrow. Journal of Media Literacy Education 6(2). The National Association for Media Literacy Education. 68-78. [본문으로]
  3. Masterman, L.(2010). “Voices of Media Literacy.” Accessed on January 25, 2014. [본문으로]
  4. Masterman, L.(1985). Teaching The Media. Abingdon, Oxon, England, 1985. Comedia Publishing Group. [본문으로]
  5. Carolyn, W and Duncan, B.(2008). “Implementing Mandates in Media Education: The Ontario Experience.” Accessed on January 10, 2014. 127-140. [본문으로]
  6. Jolls. T. & Thoman. E. op.cit.14. [본문으로]
  7. Jolls. T. & Thoman. E.(2008). Literacy for the 21st Century : An Overview & Orientation Guide To Media Literacy Education. Center for Media Literacy. [본문으로]
  8. Jolls. T. & Thoman. E. op.cit.14. [본문으로]
  9. Jolls. T. & Thoman. E. op.cit.14.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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