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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다문화 재현의 문제점

예멘 난민 문제가 연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를 통해 ‘혐오 발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대다수의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외국인 이주민과 교류할 기회많지 않으므로 그들을 이해하는 데 미디어가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미디어에서 다문화 관련 담론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 감수성의 현주소를 가늠해본다. 



장은미(서강대 언론문화연구소)


요즈음 SNS상에서는 예멘 난민 문제로 인한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혐오 발언’이 성찰적 이슈로 부상했다. 외국인 혐오, 인종 혐오, 소수자‧약자 혐오는 미디어를 통해 일파만파 유통되고 증폭되는 중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일상생활에서 외국인 이주민과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소통을 할 수 있는 경험이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미디어는 난민, 이주 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사회에 대한 일정한 인식과 태도를 형성하고,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판단기준을 형성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황경아, 2018). 이러한 이유로 미디어에서 다문화 관련 담론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한국 사회 다문화 감수성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작업이다. 


수평적 시각에서 ‘다문화’ 바라봐야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한 사회 내 존재하는 모든 문화 간의 평등을 전제로 그 다양성을 인정하고 평화로운 공존을 강조하는 이념 혹은 사상이다. 또한, 문화적 다양성의 인정을 핵심 가치로 하며, 정책적으로 실현하기도 한다(윤인진, 2008). 그런데 한국의 다문화주의는 문화적 다양성의 원칙을 강조하는 서구의 다문화주의와 달리 이주민의 한국 사회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발전되어온 것이 특징이다. 이 과정에서 다문화주의의 주요 가치인 ‘차이와 타자에 대한 관용과 인정’에 주목하여 이들이 한국 사회에 무리 없이 편입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의 이산적 정체성을 인정하고 공감하기보다 적응과 동화의 이야기 전개를 지배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다문화 관련 미디어 재현의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다문화 주체를 동화주의적 시각으로 바라보며, 온정주의적이고 시혜적 대상으로 이해한다. 특히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한국 여성보다 더 한국적인 부인‧며느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을 지속해서 부각한다.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환경과 조건을 짚어내기보다 동남아의 가난한 나라에서 시집 온 여성으로만 바라보는데, 이러한 미디어의 환원주의적 시각은 정서적 온정주의의 대상으로서 그 이미지를 고착화한다(이소현, 2014).


둘째,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들을 온정주의적 시각으로 타자화하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재생산이다. 동화주의적 시각에서 다문화가정을 안정적인 주류로 안착시키기 위해서 한국 제도권이 원하는 바람직한 이미지가 강조된다. 이 과정에서 주로 구현되는 이야기 전개는 ‘고부간의 갈등’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부장적 가족주의이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는 표면적으로는 이주 여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을 계급과 민족의 차원에서 여성들 간의 갈등 관계로 설정함으로써 가부장적인 민족주의를 강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결혼이주여성들을 ‘이상적 소수자’로 전형화함으로써 다문화가정을 둘러싼 전통적 가치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를 부각한다. 


셋째, 문화적·민족적 고정관념의 고착화다. 이주 노동자들을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 또는 불법 체류자’, ‘기아를 피해온 난민 또는 노예’, 혹은 ‘부정한 존재 또는 오염의 근원’ 등으로 재현하는 것은 전형적인 부정적 프레임이다. 주혜연과 노광우는 국내 드라마에서 외국인이 어떠한 유형으로 묘사되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크게 ‘동경집단’과 ‘동정집단’, ‘근접집단’, ‘기타집단’으로 유형화하였다(주혜연·노광우, 2013).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 드라마에서 미국인이나 미국계 백인 혼혈인은 대개 동경집단에 속해 있으며 긍정적인 분위기로 묘사되고 있었다. 반면, 동남아시아인과 중앙아시아인, 그리고 흑인 혼혈인이 속한 동정집단은 대개 도움이 필요한 사람, 그리고 어두운 이미지로 그려졌다. 이들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으로 묘사되고 있었으며, 결혼이주여성이나 혼혈자녀의 경우 폭력이나 왕따를 당하는 등 사회적 차별을 받는 것으로 재현됐다. 또한, 다문화 청소년은 대다수가 비(非)백인 혼혈로 온순하고 소극적인 성격이며, 자신을 향한 차별적인 언행에 저항하지 못하는 약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재현들을 통해 드러나는 문제점들은 결국 다문화 주체들에 대한 타자화로 연결된다. 사설이나 기사에서 결혼이주여성이나 이주 노동자를 ‘효용적 가치’ 측면에서 논한다거나 ‘착한’ 외국인과 ‘나쁜’ 외국인으로 구별하는 것은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정체성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가를 다양한 층위에서 살펴보기보다는 ‘배제와 포섭의 장치’를 작동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몰아내야 할 외국인에게는 법을 엄격히 적용해야 하지만, ‘착한’ 외국인은 보호되어야 할 가치가 있다는 논리는 이 사회에 살아가는 데 적합한 존재를 상정함으로써, 불쌍한 외국인을 품어주겠다는 우월의식과 다르지 않다. 예를 들어, 한 인터뷰에서는 다문화가정을 다문화정책에 의해 주어지는 무분별한 특혜의 수혜자로 묘사함으로써 다문화정책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실상은 선량한 타자일 때만 수용 가능함을 내비침으로써, 차이와 타자성(otherness)의 정치가 이분법적 표상을 통한 통치에 의존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열린 ‘다문화’로 가는 길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다문화’가 다문화 감수성을 키우고 다양성의 감각을 확장시키기보다 이주결혼 가족을 중심으로 담론화되면서 이들을 가리키는 ‘인칭대명사’로 한정적인 사용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지 질문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요즈음 점점 가시화되는 반(反)다문화주의 즉, ‘반발(backlash)’에 직면하여 이주민이 진정 ‘관용의 대상’으로 재현되었는가를 성찰하고, 이럴 때일수록 혐오와 차별에 맞서야 한다. 즉 차이와 다양성이 공존하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안진(2015). “나는 왜 백인 출연자를 선택하는가?: 어느 TV 제작자의 자기민속지학적 연구”. 미디어, 젠더&문화, 제30권 제3호, pp. 83~121.

윤인진(2008). “한국적 다문화주의의 전개와 특성: 국가와 시민사회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국사회학, 제2권 제2호, pp. 72~103.

이소현(2014). “TV 속의 다문화가정 2세: 이산적 정체성의 포섭과 배제”. 미디어, 젠더&문화, 제29호, pp. 5~36.

주혜연·노광우(2013). “드라마 속에 재현된 외국인과 한국의 다문화주의”. 만화애니메이션연구, pp. 335~361.

황경아·이인희(2018). “다문화 담론 지형의 변화와 언론의 재현”. 다문화사회연구, 제11권 제1호, pp. 8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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