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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 #4

미디어 이용자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경험과 축적된 지식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디어 메시지를 수용하고 분석한다. 이에 비판적 사고를 가지고 던져볼 수 있는 질문과 유의해야 할 점을 알아본다.



황치성(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 전문위원, 언론학 박사)


사람들은 미디어 메시지를 접할 때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미디어 메시지와 상호작용 한다. 누군가는 특정 메시지를 드러난 그대로 받아들이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그 메시지를 거부하거나 상이한 방식으로 처리한다. 미디어 텍스트에 연령, 성, 교육, 문화적 기반 등 자신만의 독특한 생활 경험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에 대한 해석도 달라진다. <핵심개념 3>에 대한 핵심질문은 ‘사람들은 같은 메시지를 어떻게 달리 지각하고 이해하는가?’에서 시작한다.


핵심개념 3. 사람들은 같은 메시지를 다르게 지각한다.

핵심질문 3. 사람들은 같은 메시지를 어떻게 달리 지각하고 이해하는가? 




덴마크 심리학자 에드거 루빈(Edger Rubin)이 그린 ‘루빈의 잔(Rubin’s vase)’의 

검은 부분에 관심을 가지면 두 사람이 마주 보거나 입맞춤을 하려는 그림으로 보일 수 있고,  흰 부분에 관심을 가지면 꽃병 혹은 술잔으로 보일 수 있다.


스키마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핵심개념 3>은 교육 현장에서 자주 인용되는 장 피아제(Jean Piaget)의 ‘스키마 이론’을 적용해 설명할 수 있다. 피아제에 따르면 사람들은 각자 개인과 사회를 보는 자신만의 인식 틀, 즉 스키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정보를 선택하고 기억하며, 능동적으로 재구성한다.[각주:1] 스키마는 특정의 개념이나 대상에 대해 인간의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어 형성된 하나의 인지 단위로서 기억에 저장된 총칭적인 개념을 표상하는 자료 구조 및 지식의 다발이다. 따라서 미디어가 제공하는 메시지를 통해 지각된 정보를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는 스키마의 지식 구조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새로운 정보가 스키마 구조에 적합하게 받아들여지면, 그 정보는 변형 없이 기존의 스키마 구조에 동화되지만, 스키마 구조에 적합하지 않으면 정보는 소멸한다. 예를 들어 TV 선거 토론회를 시청할 때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 토론자가 발언한 내용을 더욱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스키마 구조에 새로운 정보가 동화된 것이다. 

반면에 새로운 정보가 스키마 구조와 일치하지 않으면 그 정보는 거부된다. 그런데 기존의 스키마 구조가 새로운 정보에 맞게 동화되는 특수한 경우가 있다. 이것을 조절이라고 하는데, 변형된 스키마 구조로 인해 새로운 정보의 유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비판적 사고를 적용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기존의 스키마에 일치하는 정보뿐만 아니라 일치하지 않는 정보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핵심개념인 수용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세부 질문을 제기해 볼 수 있다.


* 하나의 미디어 텍스트로부터 얼마나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가? 

* 미디어 텍스트에 나오는 상황이나 텍스트와 관련된 경험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실제 생활에서 경험과 것과 얼마나 유사한가?

* 다른 사람들은 그 미디어 텍스트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 같은 텍스트가 그것을 제작한 사람이나 집단의 배경정보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인식되는가?

* 같은 텍스트가 매체별로 다르게 보도되었을 경우 사람들은 어떤 매체를 가장 신뢰하는가?


메시지를 해석할 때 유의할 것 중 하나는 메시지를 해석하는 사람 본인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의 개입이다. 최근 SNS 이용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에코 챔버(echo chamber)가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다. 에코 챔버란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의 의견이나 신념이 비슷한 사람들하고만 소통하면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경향을 강화하는 현상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는 것도 바로 이런 현상의 반영이다.


정확한 분석과 평가를 가로막는 확증 편향

에코 챔버나 가짜뉴스를 사실로 믿는 현상에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는 심리적 특성이 작용한다. 확증 편향이란, 사고와 문제해결 과정에 있어서 자신의 신념 혹은 선호 가설을 뒷받침해주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무의식적인 인지 과정이다.[각주:2] 이와 같은 확증 편향은 메시지를 정확하게 분석‧평가하는 데 큰 장애가 된다. 따라서 미디어 메시지를 해석할 때 메시지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해석자 자신이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질문 3. 나의 메시지는 수용자들에게 각기 다른 반응을 자아내는가? 


창의적 기법의 사용은 미디어 메시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이것만으로는 수용자의 주의를 끌기 부족하다. 청중의 유형과 특성에 따라 요구하는 바와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메시지 제작자가 목표로 하는 수용자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그 수용자의 반응을 끌어낼 기회도 많아진다. 만약 수용자가 반응을 보인다면, 그 수용자는 내가 만든 메시지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 메시지를 보고, 들을 가능성이 커진다. 메시지를 제작하는 입장에서 <핵심개념 3>과 관련하여 제기해 볼 수 있는 세부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내가 만든 미디어 메시지의 타깃 수용자는 누구인가?

* 내가 타깃 수용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내가 그 사람이나 사람들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특징은 무엇인가?

* 내가 만든 미디어 메시지는 타깃 수용자의 사생활이나 자존감을 존중하고 있는가?

* 내가 만든 메시지에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들어가 있지 않은가? 혹은 그런 어휘를 사용하지는 않는가?

* 어린이, 청소년 또는 장애인과 같이 특별하거나 취약한 잠재 고객들을 배려하고 있는가?

* 나는 수용자의 배경 및 특성과 조화를 이루는 메시지를 사용하고 있는가?


메시지를 해석‧제작할 때 작용하는 편견이나 확증 편향은 일종의 무의식적 인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또, 본능적으로 순식간에 나타나고 언어적 지시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각주:3]


편견 극복을 위한 방법, ‘반대 입장에서 생각하기’

교육 현장에서 자주 이용하는 방법의 하나가 ‘반대 입장에서 생각하기’다. 이 방법은 단순히 타인의 관점에서 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더 나아가 자신의 판단이 틀릴 수도 있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게 한다. 즉, 학습자에게 다양한 의견이 존재함을 막연히 인식시키기보다 학습자의 믿음과 일치하지 않는 관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반대되는 관점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이 방법을 교과 내용이나 생활과 결부시킬 경우, 편견을 더욱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 신문 활용 교육(NIE)을 할 때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반대되는 시각을 가진 두 신문의 사설이나 칼럼을 비교‧분석해 보는 활동이 이것의 대표적인 예다.

미국의 올사이즈(AllSides)사가 2017년부터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판 균형 잡힌 사전 서비스는 학생들이 불일치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민감한 어휘나 용어를 다양한 각도에서 제시하고 있다. 올사이즈 딕셔너리(AllSides Dictionary)란 이름으로 서비스되고 있는 이 사전은 사회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수백 개의 단어와 개념을 선정하며, 각각의 용어나 개념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기술하고 독자들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도 수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테러리즘’이란 용어를 클릭하면 테러리즘의 일반적 정의와 언어적 기원, 용례, 그리고 이 용어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이 제시된다. 또, 테러러즘에 대해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질문을 제시한다.


올사이즈는 다양한 관점의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사 연수 및 관련 자료를 서비스하고 있다. <사진 출처: 올사이즈 딕셔너리 홈페이지 캡처>









  1. 조은진(2006). “세 가지 인지/학습이론의 비교 분석: 교수원리 및 교육적 적용을 중심으로”. 서울여자대학교, 사회과학논총, 제13집, pp. 147~158. [본문으로]
  2. 이예경(2012). “확증 편향 극복을 위한 비판적 사고 중심 교육의 원리 탐구”. 교육과학연구, 제43집, 제4호. pp. 1~31. [본문으로]
  3. 이예경. 앞의 책. p. 16.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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