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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Ⅰ」을 적용한 수업

본 글은 계간 『미디어 리터러시』 2018년 봄호(4호)에 실린 황치성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 전문위원의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사고Ⅰ-비판적 사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어떻게 변화시켰나」를 학교 수업에 적용한 후기다. 



글: 박미영(한국NIE협회 대표)


Ⅰ. 초등학교 수업 스케치 : 형사 놀이

“우리 엄마는 햄버거 먹으면 살찐다고 했는데”, “이제 햄버거 막 먹어도 되는 거예요?”, “아니, 그러면 어른들이 우리 햄버거 못 먹게 하려고 여태까지 거짓말한 거예요?” ‘하루 평균 2개…, 46년간 빅맥 3만 개 먹은 남자’ 기사를 읽고 학생들이 보인 반응은 ‘놀라움’과 ‘배신감(?)’ 이었습니다.


1) 언론에 보도된 햄버거 

먼저 학생들에게 언론에 보도되었던 햄버거 관련 뉴스 중 기억나는 것이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햄버거 먹고 병에 걸렸다는 기사를 봤어요.” 맨 앞에 앉은 똘똘한 여학생이 말했습니다. “맞아요, 속이 안 익었대요.” 짝꿍이 장단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죠. “햄버거 패티 만드느라 지구환경이 오염돼요. 소 방귀 때문에요” 키 큰 남학생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여기저기서 키득키득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콜레스테롤이 많다, 영양가는 없고 열량만 높다, 정크 푸드, 트랜스 지방, 성인병의 원인 등 학생들은 신문과 방송에서 보고 들은 햄버거에 관련 이야기를 자유롭게 발표했습니다.



 

기사를 읽고, 기사의 핵심 내용을 파악하는 활동(좌)과 TV 혹은 신문에서 보도한 햄버거 관련 뉴스를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하는 것(우)으로 초등학교 수업의 문을 열었다.



2) 믿을까? 말까?

“흠, 얘들아~ 이 기사 진짜일까?” 학생들에게 넌지시 물어봤습니다. “진짜죠. 신문에 나왔는데요.” 아이들이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그러나 뒷자리에 앉은 6학년 남학생의 말에 분위기가 반전되었죠. “근데 ‘가짜 뉴스’도 있잖아.” 학생들이 갑자기 뭔가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습니다. 가짜 뉴스라고? 말로만 듣던 그 가짜 뉴스? 갑자기 교실이 떠들썩해지며 생기가 돌았습니다. 아주 신이 난 표정들이었죠. “선생님, 이거 가짜 뉴스예요?”, “이거 진짜 가짜 뉴스예요?” 

신난 학생들에게 한 가지 활동을 제안했습니다. “얘들아. 우리 이게 가짜인지 진짜인지 밝히기 위해 형사 놀이를 해보자. 증거를 찾아보자고.” 학생들은 형사가 범인의 발자국을 찾듯이 꼼꼼하게 신문기사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화제’가 되었대요. 아무래도 진짜인가 봐요.” 4학년 남학생의 큰 소리에 다들 실망한 기색을 내비쳤으나 가짜도 화제가 될 수 있다는 다른 학생의 말에 다시 생기를 되찾았습니다. “영수증이 있대.” “진짜? 어디? 영수증 얘기가 어디 있어?” 학생들은 친구의 말을 따라 기사 이곳저곳에 밑줄을 그으며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져 보았습니다. 아니, 사실은 이 뉴스가 가짜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에 가까웠습니다.

“에이~ 뭐야, 영수증 모아놨대. 진짜인가 봐” 진짜 뉴스라고 생각되는 실마리를 찾으면 실망했지만, 이내 “혹시 영수증을 위조한 것 아냐?”, “근데 왜 영수증 사진이 없을까? 뭔가 수상하지?”라며 가짜 뉴스라고 생각되는 꼬투리를 잡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학생들이 기사를 읽는 도중에 “얘들아, 이 뉴스를 누가 썼지? 믿을만한 사람(기관)이 썼는지 그걸 살펴보자.” 슬쩍 한마디를 흘렸습니다. “『소년○○일보』 최 모 기자가 썼어요.”, “『소년○○일보』는 믿을 수 있는 신문사인가?”, “네~” 학생들의 목소리엔 힘이 빠져있었습니다. “최 모 기자도 진짜 기자예요. 신문에서 계속 이름을 봤어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이 기사를 최 모 기자가 직접 취재했을까?” 다시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마 그럴걸요?”, “‘아마’라니, 기사에서 확인해봐야지.” 제 말에 학생들은 다시 기사 읽기에 집중했습니다. “선생님!” 5학년 여학생이 급하게 저를 불렀습니다. “기사 말투가 뭘 보고 쓴 것 같아요.”, “말투가 어떤데?”, “‘사 먹었다고 합니다.’ ‘큰 이상은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끝나요. 직접 인터뷰한 게 아닌가 봐요.” “와, 찾았다. 여기 봐 『뉴욕데일리뉴스』를 보고 쓴 거야.” 5학년 남학생이 으쓱대며 기사를 연필로 가리켰습니다 “형, 다른 것을 보고 쓰면 가짜 맞지?” 옆에 앉은 2학년 남학생이 가짜 뉴스를 확신하는 말투로 5학년 남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얘들아, 보고 썼다고 다 가짜는 아니에요. 우리가 숙제할 때 다른 자료를 참고하기도 하잖아. 다만, 그 자료가 믿을만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지. 『뉴욕데일리뉴스』가 어떤 신문사인지, 검색해보자.” 몇몇 손 빠른 학생들이 재빨리 본인이 검색한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선생님, 뉴욕데일리뉴스는 믿을 수 있는 신문사인가 봐요.” “100년쯤 된 신문사라고 나왔어요.” “엄청 유명한 신문사래요. 상도 10번이나 받았대요. 백과에 나왔어요.” 아이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때, 6학년 여학생이 말했습니다. “어? 백과라고? 그건 일반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 틀린 정보도 있다고 배웠잖아!” 그 순간 바로 옆자리의 5학년 여학생이 말했습니다. “언니, △△백과에도 나왔어…….” 

“얘들아, 조사를 마쳤으니 이제 기사를 읽으며 각자 신뢰도 점수를 매겨보자. 내가 믿는 만큼 0~5개까지 별점을 매기세요. 가장 믿을 수 없는 정보에는 별표 0개를, 가장 믿을만한 정보에는 별표를 5개까지 주도록!” 학생들이 신뢰도 별점을 매기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아무래도 이 뉴스 진짜인 것 같아요, 앞으로 햄버거 맘껏 먹을래요.”, “맞아, 3만 개를 먹어도 살이 안 쪘잖아.”



아이들은 기사 속 정보의 신뢰도에 별점을 매기는 활동을 통해 뉴스의 진위를 판단해보았다.



3) “기자님, 후속 기사 써주세요.”

‘햄버거 3만 개를 먹은 남자’ 기사가 믿을만한 뉴스인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하자 학생들은 기사 내용에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근데 햄버거를 그렇게 많이 먹고도 어떻게 건강하죠?”, “사진을 포토샵 처리한 것은 아닐까요?”, “헬스클럽을 다녔을까요?”, “아니면 이 사람 체질이 특이체질인가요?”, “혹시 안 아픈 척하는 것은 아닐까요?”, “햄버거 먹으면서 채소를 엄청 많이 먹었나요?”

“얘들아, 그렇게 궁금한 것이 많으면 기자에게 편지를 쓰도록 하자. 후속 기사를 써달라고 요청하는 편지.” 학생들은 오늘 수업을 통해 궁금했던 내용을 취재해서 알려달라고 편지에 적었습니다. 과연 후속 보도가 나올지 그건 알 수 없지만, ‘누가 쓴 기사인지’ 확인하는 연습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Ⅱ. 중학교 수업 : 아빠~ 전원주택 사지 마세요. 

중학교 수업은 4인 1조 조별수업을 통해 진행되었습니다. 1교시에는 조별로 자신들이 선택한 부동산 부문 지면 또는 건강 부문 지면의 기사를 읽으며 정보의 신뢰도를 평가했습니다. ‘만약 아빠가 그 부동산을 산다면?’ ‘엄마가 그 약을 산다면?’이라는 가정하에 기사 속 정보를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지 조별로 토의했습니다. 2교시에는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신뢰도를 평가했습니다. ‘만약 수행평가 과제를 할 때, 그 사이트의 자료를 참고해서 제출하면 몇 점이 나올까?’ 상상하며 신뢰도를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수업을 관통하는 핵심질문은 ‘누가 만들었는가?’였습니다. 


1) 신문기사 평가: 기사야? 광고야?

“‘우리 집이 이리로 이사한다면 어떨까?’ 생각하며 기사를 읽도록!” 설명이 끝나자 학생들은 조별로 토의를 시작했습니다. “봐봐, 이 동네 엄청 좋아.”로 시작한 기사 읽기는 차츰 의혹으로 바뀌었습니다. “어? 기사에 왜 문의 전화번호가 있지?”, “객원기자는 그냥 기자랑 다른 거야? 객원기자가 쓴 기사는 왜 좋은 얘기만 있어?”, “기사에 물건 가격이 원래 나오는 거야? 여기 집값이 있어.” 학생들의 의혹은 차츰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사에는 이 집의 장점만 있어.”, “부동산 기업의 자랑코너 같아.”, “이거 광고야, 안 그래?” 그리고 학생들은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만약 여기에 살면 나는 어떻게 학교에 다녀요? 난 우리 아빠가 이 전원주택 계약하는 것 반대예요.”

학생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허허실실 점수를 매기는 듯했으나 제법 냉정하게 평가를 했습니다. 부동산 부문 한 면에 실린 기사 3개에 준 신뢰 점수의 평균은 100점 만점에 약 57점이었습니다. 건강 부문 기사의 신뢰 점수 평균은 더 낮았습니다. 약 28점. “여기서 수술을 받으면 그 날로 퇴원 할 수 있대.”, “기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 병원 이름만 여러 번 나왔어. 새 기계를 들여왔고, 의료진이 전문가래.”, “그런데 원래는 치료 잘하는 병원을 여러 군데 소개해야 하는 것 아냐?”, “바이라인을 보니까 글쓴이가 기자거든? 근데 내용은 꼭 광고 같아.”, “1면 기사의 중간에 나온 영양제가 2면의 광고에도 나왔어. 어쩐지 1면 기사까지 못 믿겠어.” 토의 내용을 들으니 기사에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그 영양제를 무작정 사 먹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2) 인터넷 자료 평가: 수행평가 과제, 이것을 베껴내도 될까?

2교시에는 인터넷 사이트를 평가했습니다. 1교시에 신문 기사로 연습을 해서인지, 학생들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능숙하게 평가했습니다. 평소에 자주 접촉하는 매체여서 후한 점수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의외로 신문기사에 주었던 것보다 더 박한 점수를 주었습니다. 100점을 받은 항목도 있었으나 학생들이 과제 작성할 때 많이 참고하는 지식인 항목은 ‘불확실한 정보를 올려 대부분 믿기 어렵다’라는 이유로 낮은 점수(32점)를 받았습니다. 카페(30점)와 블로그(15점)는 광고(45점)보다 점수가 낮았습니다. ‘방문객 수를 늘리기 위해 과장한 내용이 있으며, 일반인이 만들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이거 누가 만든 거야?” 수업시간에 학생들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었습니다. 미디어를 평가하는 질문이지만, 자신의 매체 활용 습관에 적용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했습니다.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한 조별발표 내용을 들으며, 이 정도면 우리 학생들이 엉뚱한 자료에 속아 넘어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사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활동(좌),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즐겨 방문하는 곳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활동(우)



Ⅲ. 고등학교 수업 스케치 :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우리에겐 안 통해! 

고등학교에서는 ‘비판적 읽기’라는 수업 주제로 2인 1조 조별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먼저 스마트폰을 활용해 검색어 ‘#햄버거 3만 개’로 관련 기사를 수집한 후, 기사가 전달하는 정보를 어느 정도 신뢰하는지 평가해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중학교 수업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수업에서 수업을 관통하는 핵심질문은 ‘누가 만들었는가?’였습니다. 기사를 읽기 전,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설득의 3요소(에토스, 파토스, 로고스) 중 화자(話者)에 대한 신뢰를 의미하는 ‘에토스’에 중점을 두며 읽으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보발신자에 대한 신뢰’ 여부에 주목하되, ‘정보발신지’ 즉 정보를 발신한 곳을 추적‧조사하며 기사를 읽도록 한 것입니다. 


1) 뉴스, 누가 만들었는가?

학생들은 신속하게 ‘#햄버거 3만 개’를 검색해 18건의 관련 기사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무려 18건의 기사가 보도된 것으로 보아 많은 언론사가 다양한 관점에서 취재, 보도한 것이니 → 기사가 전달하는 정보가 비교적 방대하고 정확하며, 신빙성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읽기를 시작했으나 → 기사 18건의 내용․맥락․단어선택 심지어는 사진까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을 발견, → 한 언론사가 작성한 것을 그대로 베껴 쓴 기사로 추정되므로 → 18개의 바이라인이 아니라 1개의 바이라인으로 봐야 한다. → 따라서 ‘18건’이라는 숫자가 다양한 관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 만약 최초로 뉴스를 발신한 1개의 언론사가 오보일 경우 18개 전체가 오보일 것이므로 → 18건의 뉴스가 같은 내용이라고 해서 뉴스 속 정보를 액면 그대로 100% 신뢰하기는 어렵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검색한 자료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활동(좌), ‘바이라인 확인’의 필요성을 주제로 글쓰기 활동(우)



2) 인용 자료, 누가 만들었는가?

조별활동 도중 A조 학생들의 표정에 갑자기 생기가 돌았습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다가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서로 마주 보더니, 이내 옆 조를 의식하는 듯 낮은 목소리로 은밀하게 속닥속닥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재미있는 실마리를 찾아낸 표정이기에 살며시 다가가서 논의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A조 학생들이 관심을 둔 것은 기사 중간 부분의 ‘…2016년 빅맥 소비 기네스 신기록을 세웠다…’는 문장이었습니다. ‘기네스북’은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익히 들어온 나름대로 권위(?) 있는 출처입니다. A조는 ‘기네스북의 권위는 인정하되 권위를 맹신하는 오류를 저지르지 않겠다’라는 결기로 기네스북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 것이었습니다. 정보발신지를 추적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추적조사 끝에 ‘기네스북에서는 2000년대부터 음식 먹기 같이 윤리적·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는 행위는 등재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발견했습니다. A조는 이 안내문에 근거하여, 2018년 5월 9일자의 ‘햄버거 3만 개’ 기사 내용을 과연 믿어도 되는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학생들은 정보의 출처를 반드시 따져봐야 하는 이유를 인식했고, 바이라인 확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습니다. 또한, 내가 정보를 전달할 때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올린 정보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도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정보전달자의 책임감이 무섭고, 무겁게 느껴진다는 학생들의 소감을 끝으로 수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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