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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다문화 미디어교육 실천 사례

한국의 다문화 교육은 타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보다 다른 민족의 학생들이 공평한 배움의 기회를 얻도록 돕는 데 그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훨씬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져 사는 미국과 유럽의 다문화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윤지원 (노스웨스트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부교수)


다문화 교육의 범위

한국에서의 다문화 교육(Multicultural Education)은 보통 ‘다문화 학생’ 즉, 한국이 아닌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주류사회에서 공평한 기회를 가지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일컫는다. 따라서 주류그룹에 속하는, 소위 일반 학생들은 이 교육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한국보다 더욱 다양한 민족들이 어우러져 사는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경우 다문화 교육은 단순히 비주류에 속하는 문화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포용력을 넓히도록 하기 위해서 그 사회에 사는 여러 민족의 역사, 문화 그리고 각각의 민족이 사회에 미친 영향력과 공헌 등을 가르친다. 그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출신 지역이나 배경으로 차별받지 않고 공평한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교사가 수업 내용이나 교수법을 조정하는 것 역시 다문화 교육의 담론과 연구에 포함된다.

따라서 해외의 다문화 미디어교육은 엄밀히 말해 미디어교육을 통해 사회와 개인에 내재된 편견과 차별을 깨닫고 대안을 제시하거나 조금 더 긍정적이고 편견 없는 내용을 직접 만들어 보는 식으로 진행된다. 구체적으로는 텔레비전이나 영화, 광고, 게임 속 인물들이 어떻게 재현되는지, 대중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캐릭터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그리고 그것이 이야기의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분석하게 하는 교수법이 자주 활용된다. 또는, 일반적인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이야기나 기존 미디어에 대한 논평을 담은 비디오, 팟캐스트, 블로그, 신문, 잡지 등을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게 하기도 한다.

실제로 필자가 시카고 공립초등학교에서 진행한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에서는 교사들과 수업내용을 정했는데, 함께 작업한 모든 교사가 미디어 속에서의 차별과 편견을 학생들이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토론하는 내용을 수업에 포함하길 원했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력 넓히는 미디어교육

필자가 필라델피아에서 참여한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 중에는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되는 중동지역에 대한 고정관념과 자신의 편견을 분석하고, 다양한 수업을 통해 중동국가와 중동 출신의 사람들에 대해 배우는 초등학생 대상 프로그램이 있었다.
UNAOC[각주:1]
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미디어교육연구소[각주:2]와 학교 도서관 사서의 준비기간을 거쳐 3, 4학년 교사들의 협력으로 완성되었다. 학기 초에 학생들은 중동국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에세이를 통해 표현하였다. 이후 Project Look Sharp[각주:3] 교재인 『Media Construction of the Middle East』의 ‘Picturing the Middle East Lesson Plan’을 이용하였다. 



Project Look Sharp 교재인 『Media Construction of the Middle East』의 ‘Picturing the Middle East Lesson Plan’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이 교재를 통해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중동국가의 이미지를 스스로 확인하게 했으며,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교사가 학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다음으로 디즈니 영화 「알라딘」을 함께 보면서 작품의 목적과 효과적 전달을 위해 사용된 창의적 기술, 청중에 따라 다른 이해, 작품 속에서 재현되거나 삭제된 특정한 삶의 방식이나 가치관, 관점에 대해 모둠별로 토론하게 했다. 학생들은 주인공이 악당보다 짙은 피부색을 가졌다는 점, 악당들의 억양이 특정 인종이나 민족을 연상시킬 수 있다는 점, 관객에 따라서는 중동에서 음식을 훔치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는 점을 직접 찾아내고 분석하였다. 사회 시간에는 중동 국가들의 역사와 정치,사회 등에 대해 배우고, 모국어(영어) 시간에는 중동을 배경으로 했거나 중동 출신 작가들이 쓴 동화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며,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보게 하였다. 또, 작가를 직접 학교로 초대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온라인 펜팔로 쿠웨이트 대학교 학생들에게 궁금한 것을 직접 질문하고,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미국 문화를 소개하는 비디오를 직접 기획, 스토리보드 작성, 촬영까지 하여 펜팔사이트에 올렸다. 학기 말에는 회의를 거쳐 공평한 공부 기회를 얻지 못하는 중동 사회의 여자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바자회도 기획·진행하여 수익금을 기증했다. 여러 과목과 연계하여 진행된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중동국가뿐 아니라 중동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을 더 잘 이해하고, 그들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갖게 되었다.



 

학생들은 중동국가에 관련된 에세이 쓰기, 중동국가를 배경으로 한 만화 영화 보고 토론하기 등의 활동을 통해 중동국가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 출처: ‘Media Literacy for Global Understanding’ 화면 캡처>



다문화 학생을 위한 미디어교육

이렇게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다문화적 감수성을 높여주는 다문화 미디어교육뿐 아니라, 해외에서 진행되는 소수인종, 이민가정 자녀를 위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은 모두 한국에서 진행되는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과 비슷한 취지의 교육이다. 소수인종이나 이민가정(이하 다문화가정) 출신 자녀들은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면서 모국의 문화와 관습을 부정해야 한다는 정서적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학생들이 미디어 콘텐츠를 분석해보고, 각 장르의 문법과 공식 속에서 모국이 어떻게 재현되었는지 살펴보는 활동은 본인이나 부모의 모국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나오는 것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개입이 될 수 있다(Kim, 1977; Lee & Chen, 2000; Maloof, Rubin, & Miller, 2006). 예를 들어 캐나다에 있는 무슬림 여성 대상의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은 캐나다 미디어 안에서 이슬람과 무슬림이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왜곡되고 있다고 여겼다. 물론 만연해 있는 부정적 이미지를 단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들은 무슬림 커뮤니티가 방송국의 잘못된 점을 지적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어린 무슬림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을 키워 부정적이고 왜곡된 미디어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여, 자존감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Bullock & Jafri, 2000).

미디어교육은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미디어에 재현된 이주한 사회의 모습을 분석·비평하면서 미디어에 표현되지 않은 모습까지도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여 이주한 사회를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데에도 효과적이다(Arida, 2007). 또한, 제작 수업을 통해 미디어의 다양한 재현방식을 학습함으로써 대중문화에 나타난 사회와 문화를 총체적이고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유럽 여섯 국가의 이민가정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은 이민자로서의 경험을 시각화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이주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고 사회 여러 영역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Bing- Canar & Zerkel, 1998).

인터넷 역시 이민자들을 위한 미디어교육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미국 이민자 대상의 영어수업에서 직접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쓰게 하는 활동은 학생들의 영어 실력을 성장시켰을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닫게 하고,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Elias & Lemish, 2009). 또한, 영국에서는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 교육을 통해 서로의 경험과 생존에 필요한 정보들을 나눌 수 있었다(Georgiou, 2006).

제작 수업은 교사와 다문화 학생들 간의 소통에도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미국의 이민가정 학생들에게 본인의 삶 속에서 의미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고 설명하도록 했을 때 평소 교사와 커뮤니케이션이 없던 학생들은 그동안의 불편한 경험과 복잡한 감정을 비로소 나누기 시작했으며, 그 소통의 주도권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교사들은 학생들을 조금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답했다(Keat, Strickland, & Marinak, 2009).
이처럼 미디어교육은 다문화 학생들의 국내 사회 적응을 높이는 교육적 효과뿐 아니라 모든 학생의 다문화 감수성과 포용력을 높이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된다. 다양한 배경과 출신의 학생들이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라나는 요즘, 미디어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접근 방식의 다문화 교육이 모든 학생에게 제공되길 희망해본다.







참고문헌

Arida, H. (2007). Getting to the five C's. International Agenda, 6(3), pp. 10~13.
Bing-Canar, J., & Zerkel, M. (1998). Reading the media and myself: Experiences in critical media literacy with young Arab-American women. Signs, 23(3), pp. 735~743.
Bullock, K. H., & Jafri, G. J. (2000). Media (mis) representations: Muslim women in the Canadian Nation. Canadian Woman Studies, 20(2), pp. 35~40.
Elias, N., & Lemish, D. (2009). Spinning the web of identity: the roles of the internet in the lives of immigrant adolescents. New Media & Society, 11(4), pp. 533~551.
Georgiou, M. (2006). Diasporic communities on line: a bottom up experience of transnationalism. In K. Sarikakis & D. Thussu (Eds.), The Ideology of the Internet: Concepts, Policies, Uses (pp. 131~146 ). Cresskill, NJ: Hampton Press.
Keat, J. B., Strickland, M. J., & Marinak, B. A. (2009). Child voice: How immigrant children enlightened their teachers with a camera. Early Childhood Education Journal, 37(1), pp. 13~21.
Kim, Y. Y. (1977). Communication patterns of foreign immigrants in the process of acculturation. Human Communication Research, 4(1), pp. 66~77.
Lee, B. K., & Chen, L. (2000). Cultural communication competence and psychological adjustment: A study of Chinese immigrant children's cross-cultural adaptation in Canada. Communication Research, 27(6), pp. 764~792.

Maloof, V. M., Rubin, D. L., & Miller, N. (2006). Cultural competence and identity in cross-cultural adaptation: The role of a Vietnamese heritage language.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Bilingual Education and Bilingualism, 9(2), pp. 255~273. 

 










  1. The United Nations Alliance of Civilizations(UNAOC, https://www.unaoc.org/)는 UN 산하기구로 여러 사회와 문화 간 양극화의 원인을 분석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2005년도에 신설되었다. 이것의 일환으로 문화 간 이해와 소통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램을 기획·실행·후원하고 있다. [본문으로]
  2. 당시 미디어교육연구소(Media Education Lab)는 템플 대학교(Temple University, Philadelphia, USA) 산하에 있었으며, 현재는 로드아일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Rhode Island) 소속이다. 미디어교육연구소 홈페이지(https://mediaeducationlab.com/)에서 미디어교육 교재, 연구 논문, 강의 등을 확인할 수 있고, 뉴스레터에 이메일을 등록하면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된 최신 뉴스와 무료 세미나에 대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본문으로]
  3. Project Look Sharp(https://www.projectlooksharp.org)는 Ithaca College 산하에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기관으로 유치원부터 초, 중, 고, 대학교의 다양한 수업시간에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교육 교재를 개발하고,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배포하며, 교사연수도 꾸준히 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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