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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진흥재단 지원, 호주 미디어교육 연수 참가기

한국언론진흥재단은 미디어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호주의 교육 현황을 파악하고, 호주 미디어교육 기관 및 전문가의 협업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지난 9월, 6박 8일에 걸쳐 전국 교사 대상 2018 해외 미디어교육 연수를 실시했다. 본 글은 연수 참가 후기를 정리한 것이다.




신배화 (서울 용곡초등학교 교사)



우리 반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1위는 ‘스마트폰 게임’이다. 디지털 미디어가 아이들에게 가장 친근하고 가까운 대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강국인 대한민국의 학교 내 디지털 교육은 ‘보호’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

나는 그간 학생들에게 ‘미디어의 주인 되기’를 강조해 왔다. 분별력을 가지고 미디어를 이용하며, 혹여나 미디어를 통해 나쁜 영향을 받더라도 회복 탄력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미디어의 노예가 되지 않고 비판적으로 미디어를 선택·활용하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미디어를 이용할 때 ‘왜?’라고 질문하고 그 답을 고민하며, 자기 생각을 미디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실천해왔다. 

그러던 중 호주의 미디어교육에 관한 기사를 접했다. 1970년대부터 정부 주도하에 미디어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했는데,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지도를 통해 이를 정규 교육과정으로 정착시켰다는 내용이었다. 호주에서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미디어교육으로 수많은 예술가를 탄생시켰는데, 그중 <트루먼 쇼>, <죽은 시인의 사회>로 잘 알려진 피터 위어 감독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이것을 계기로 호주의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미디어교육 해외연수 참가 교사 공모사업’에 관한 공문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원한 결과 선정되어 본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연수의 시작, 한국에서 호주로

호주 미디어교육 연수는 2018년 9월 1일부터 8일까지 총 6박 8일간 전국에서 선정된 12명의 초·중·고 교사와 2명의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 담당자가 함께했다.



Australian Teachers of Media

공식 일정은 멜버른 대학의 Graduate House에서 열린 ATOM(Australian Teachers of Media) 주관 미디어교사 세미나로 시작되었다. ATOM은 호주의 미디어교사 연합 비영리 단체로 메트로(METRO)라는 제목의 잡지를 발행하여 미디어교육에 관한 정보 소통, 교재 개발, 교사 연수, 정부 및 방송 기관과의 제휴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였다. 우리 팀은 ‘2018 교사 및 학생을 위한 시험 개정 세미나’에 참석했다. 세미나에서 미디어 과목 시험의 내용, 구조, 채점 기준 및 전략, 모범 사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호주의 미디어 과목은 1~10학년까지는 별도의 과목으로 있지 않고, 모든 교과 교육과정에서 폭넓게 시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과정(college 1, 2학년)부터는 미디어교사 및 미디어 교과목이 따로 지정되어 미디어 관련 계열 학과(커뮤니케이션 전공 등)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필수 과목으로 이수해야 한다. 미디어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정착시키려고 노력한 모습이 느껴졌다.




ATOM 세미나에 모인 호주교사들의 모습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특히, 호주의 미디어교육은 인류, 문학, 자연, 정신건강, 사회 이슈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한 영상 제작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다양한 활용 프로그램을 가지고 짧은 영상에서부터 사진, 광고, 뮤직비디오, 인포그래픽,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단편 영화, 장편 영화에 이르기까지 제작·상영·평가의 전 과정을 전반적으로 교육했다. 또한, 사회·문화의 맥락 이해와 분석·비판·논리적 사고, 책임감 있는 표현 및 소통 기술을 통합적으로 가르치고 있었다. 관계자들은 미디어교육이 미디어 전문 인력 양성과 연계되어 있다고 했는데, 이러한 점에서 호주의 미디어교육이 매우 전문적이라고 느껴졌다.


Office of the eSafety Commissioner

다음 방문지는 멜버른의 Office of the eSafety Commissioner(이하 e안전국)었다. e안전국은 중앙정부산하 기관으로 정부, 업계 및 비영리 단체의 온라인 안전 노력을 조정하고 이끄는 기관이었다. 

e안전국은 심각한 사이버 괴롭힘을 경험한 젊은 호주인 대상 상담·불만 서비스, 불법 온라인 콘텐츠 식별·제거, 이미지 기반 범죄 해결, 온라인 안전교육 콘텐츠 제공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피해 사례와 관련된 변호사 연결 지원의 역할과 다양한 사이버 범죄, 실태에 대해 연구·조사·분석하여 관련 자료를 제공하고 정책 입안과 추진을 돕는 역할도 한다. 미디어교육 차원에서는 e안전국 웹사이트에서 학생, 부모, 교사가 교육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온라인 안전 예방 교육에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5~25세의 사람들에게 24시간 무료 온라인 상담 및 전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즈 헬프라인(Kids Helpline)도 마련되어 있었다.

미디어교육은 미디어 이용뿐만 아니라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 위험 예방법 및 피해 대처 방법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호주 e안전국에서 적극적으로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Office of the eSafety Commissioner 방문 <사진 출처: 필자 제공>





ACT Government Education

다음 일정은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서 이루어졌다. 캔버라는 호주의 수도 특별구(Australian Capital Territory, ACT)로 불리기도 한다. ACT Government Education은 교육부 산하기관으로 캔버라의 공립교육청이다. 호주는 각 주마다 자율적이고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사용하나, 우리가 방문한 캔버라 학교들은 호주 특별구에 속하여 호주의 교육과정을 사용하고 있었다.








호주 교육과정의 세 가지 차원





호주의 교육과정은 학습 영역, 일반적인 능력, 3개의 교차 커리큘럼 우선순위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학습 영역은 영어, 수학, 과학, 건강 및 체육, 인문/사회과학, 예술, 기술, 언어 총 8개로 구성된다. 일반적인 능력에는 리터러시, 연산능력, 정보통신 기술역량, 비판·창의적인 사고, 개인 및 사회 역량, 윤리적 이해, 다문화 이해가 있다. 마지막으로 교차 커리큘럼의 주제는 토레스 해협 섬 주민들의 역사와 문화, 아시아, 그리고 호주의 아시아 참여 약속, 지속 가능성 등이다.

호주의 미디어교육은 3차원의 교육과정 전체에서 다루어진다. 또한, 학교에서는 크롬북을 사용하여 수업하고,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해 과제 및 수업 자료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미디어 자료를 이용하고, 분석하여 실제의 삶에 활용할 수 있는가?’였다. 로봇이 하지 못하는 인간만의 능력, 예를 들어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윤리적 이해, 다문화 관계 기술 등의 품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했다.



Narrabundah College, Radford School

그리고 우리는 캔버라 Narrabundah 지역의 Narrabundah college(나라반다 공립고등학교)를 방문했다. Narrabundah College는 11학년과 12학년 학생들(우리나라의 고등학교 2, 3학년)이 공부하고 있는 학교로 ACT ATAR 시스템, 아이비리그 코스, 국제 학사 학위 및 프랑스 Baccalauréat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었다.




Narrabundah College 미디어 교실에서 학생이 제작한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 <사진 출처: 필자 제공>






학교 소개 및 질문 시간 이후 미디어 교실에 들어가 미디어 선생님과 면담을 진행했다. 미디어 선생님은 학생들이 영화, TV, 신문, 잡지, 포스터, 라디오 및 컴퓨터 기술과 같은 매체를 통해 시각, 청각, 구두 및 쓰기 등의 아이디어와 메시지 전달하는 방법을 학습한다고 했다. 또한, 최신 멀티미디어 컴퓨터를 광범위하게 사용하여 일반 정보 기술을 개발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프로젝트에서 다른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도록 돕고 있었다. 마침 교실 뒤편에서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편집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촬영하고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고등학생이 만들었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 수준이 매우 높았으며, 창의적이었다. 

오후에는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Radford School(래드포드 사립학교)를 방문했다. 나와 일행은 먼저 미디어 수업 참관을 위해 초등학교 교실로 향했다.

교실 안으로 들어가니 교복을 입은 5~6명의 학생이 모둠으로 둘러 앉아 있었다. 총 5그룹이었다. 이날의 학습주제는 ‘Recreate Connection to place’로 장소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 이미지, 생각, 상징성 등을 태블릿 PC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How can you animate this? (어떻게 움직이도록 만들 수 있는가?)’, ‘What transition can you use? (어떤 전환을 사용할 수 있는가)’, ‘Consider using sound. (소리 사용을 고려하기)’의 조건을 가지고 저마다 장소를 구상하여 영상을 만들었다. 

수업 후반부에 담임교사는 교실 앞쪽으로 학생들을 둥글게 앉혔다. 그리고 학생들과 ‘Connection to place’에 관하여 정리 질문과 소감 등을 주고받으며 수업을 마무리했다. 사실 참관한 수업은 우리나라 수업 현장에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활동이었다. 하지만 태블릿 PC가 구비되어 있고, 편하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점, 다양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점은 미디어 수업의 접근을 용이하게 해주고 있었다. 

수업 참관을 마치고 학교 강당으로 이동하여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만났다. 이들은 ‘다양한 국가’를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 결과를 발표했다. 강당에 여러 개의 책상이 펼쳐져 있고 그 위에 노트북, 태블릿 PC, 포스터, 물품, 지도, 직접 작성한 설명서 등이 올려져 있었다. 학생들은 자신이 궁금한 또는 소개하고 싶은 국가를 정하고 나라별 소개 내용이 담긴 영상, 포스터, 물건, 보고서 등의 자료를 몇 주간 준비했다고 했다.

학생들이 교사에 의해 주어진 학습 목표를 따라가면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내용의 조사·연구·발표·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스스로 참여하는 모습이 감명 깊었다.





‘다양한 국가’를 테마로 프로젝트 수업 결과를 발표하는 학생의 모습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캔버라대학교 미디어연구센터 미디어교육 세미나

학교 방문을 마친 후, 우리는 캔버라 대학교의 미디어연구센터로 이동하여 미디어교육 세미나에 참여했다. 미디어교육 세미나에서 캔버라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박소라 교수(‘뉴스와 미디어연구센터’ 소장)와 연구원인 이지영 교수 그리고 세 명의 미디어교육 교사를 만날 수 있었다. 특히 한국인으로 호주의 미디어교육에 공헌하고 있는 박소라 교수와 이지영 교수를 보니 무척 자랑스러웠다. 




캔버라 대학교 미디어연구센터에서 호주 연수단을 위해 마련한 세미나에는 호주 학교의 교사, 

학생이 발표자이자 패널로 나와 호주 미디어교육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사진 출처: 필자 제공>




세미나는 미디어교육을 통해 비판적 사고 능력, 분석력, 창의적 사고를 기르는 것이 목적이며, 학생 중심 교육을 중요시하고 있었다.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영어(모국어) 과목을 통해 많이 이루어지되, 전 교과에서 다뤄지고 있었다. 미디어교사들은 미디어교육 시간에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을 이해하고 토의·토론하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며, 정보를 습득하기보다는 생산하기 위해 미디어를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미디어교사들이 지도한 학생들이 나와 직접 제작한 영상, 광고 등을 보여주고, 감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제작은 보통 4주 16시간 수업을 통해 이루어지며, 제작 전 좋은 영화의 조건, 영화의 역사, 미디어 제작 기술 등에 관해 공부한다고 했다. 미디어교육을 통해 인간 존중 정신 및 다양한 사회 문화의 공존에 대해 이해하고 자기 생각과 경험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해외 미디어교육 현장 탐방으로 한 뼘 더 성장하다

이번 호주 미디어교육 연수는 미디어 수업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호주의 미디어교육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인간성 회복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방적으로 제공되는 지식과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교육이 아니라, 나의 경험과 가치, 생각을 미디어 생산자로서 표현하고 창조하는 교육이었다. 또한 나의 경험과 생각, 가치의 표현 못지않게 상대방의 경험과 생각을 존중하는 교육을 실현하고자 노력했으며, 나아가 ‘나’와 ‘너’, ‘우리’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함께 공존하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정책을 통해 미디어교육을 지원하고, 사회는 다양한 기관들을 통해 ‘나’와 ‘너’, ‘우리’ 사이의 충돌을 조정·조율하는 모습이 체계적으로 느껴졌다.

호주 미디어교육은 정보와 지식이 단순히 권력을 독점한 자들에게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상대방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해 줄 수 있는 사람, ‘나’와 ‘너’의 생각과 의견을 ‘우리’의 입장에서 함께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민주시민의 몫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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