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에 대한 편견을 버리게 된 계기

2011. 10. 18. 14:30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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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발상과 스토리텔링 수업 대체로 강원대학교에서 ‘리더스 콘서트’ 특강을 들었다. <7광구>와 <해운대>, <색즉시공>, <두사부일체> 그리고 <낭만자객>과 <1번가의 기적>등으로 유명한 윤제균 감독님의 특강이었다.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감독님의 영화를 거의 다 본 터라 기대되었다. 또 이런 좋은 기회에 참여할 수 있어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 동안 특출한 사람만이 영화감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윤제균 감독님을 만나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감독을 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된 것이었으며, 그 전까지의 그는 신문 스크랩을 5년 여간 꾸준히 해온 것 말고는 평범하고 빚 조금 있던 샐러리맨이었다고 하셨다. 힘든 시절의 이야기도 웃으면서 하셔서 시종일관 재밌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나는 영화감독님을 처음으로 가까이서 만나는데 친근한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또 이 자리에 있는 누구라도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고 다독여 주셔서 시나리오작가를 꿈꾸고 있는 나에게 큰 힘이 되어주셨다.


 


시나리오에는 ‘문학성이 필요 없다’는 말을 몹시 강조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시나리오를 써본 경험이 한 번 있다. 국문학과다 보니 아무래도 소설과 더 가까웠던 나로서는 정확한 묘사보다는 풍부한 표현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시나리오와 문학성을 떨어뜨려서는 절대로 생각할 수 없다고 믿었었다. 결과는 참 안 좋았다. 쓸데없는 부분이 많다 보니 초반부터 진이 빠졌고 이야기도 산으로 가는 느낌이었다. 제일 중요한 구성 부분의 재미가 없었다. 세세한 부분만을 신경쓰다 보니 구성을 전혀 생각 못한 것이다. 이번에 졸업논문으로 시나리오를 한 편 써내야 하는데 문학성을 버리고 재밌는 구성과 뻔하지 않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모두 창조적인 생각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직접적인 경험이 많아야 다양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것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에게 소재는 늘 넘쳐난다. 뭐든지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생각해 보는 습관이 있는데 문제는 그걸 어디에다가 적지 않는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메모하는 습관이 몹시 부족하다. 오만하게 나의 기억력을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적어보려고 하면 당연히 생각이 날 리 없다. 그리고 한번 놓친 아이디어는 다시 그때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경우가 꽤 많아서 안타까웠던 적이 많은데 그럼에도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기가 힘들다. 요즘에는 펜이나 연습장을 가방에 꼭 챙기고 여의치 않으면 핸드폰에라도 적는 습관을 들이고 있다.

소재에 또 다른 소재를 더하는 방식은 나도 자주 써보는 방식이라 반가웠다. 전혀 상관 없는 두세 가지를 혼합하여 새로운 것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이제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유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늘 전에 없던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보려고 애쓰지만 쉽지 않을 뿐더러 분명 어느 부분은 기존의 이야기와 닮아있다. 창조라는 것이 꼭 남들이 몰랐던 것을 최초로 발견해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훨씬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신문 보다는 인터넷기사를 보는 편이다. 그런데 기사를 꼼꼼하게 읽는 편은 아니고 제목 보고 내용 대충 훑어보고 난 후 밑에 사람들의 댓글을 더 유심히 본다. 생각해보니 그런 것들도 나의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추천을 많이 받은 의견에 나의 의견까지 따라가는 경향이 많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신문이나 기사의 내용도 꼼꼼히 읽어보고 내 생각을 먼저 들어본 다음 다른 사람의 생각을 접해야겠다.

창조적인 글쓰기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특별한 비법은 없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책 읽기, 신문 읽기, 메모하기, 글 써보기 등등이 그나마 방법이라면 방법일 것이다. 그런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들이 쌓이고 정제되어 깜짝 놀랄 만한 아이디어로 혹은 글쓰기 실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요즘 전자 문서와 컴퓨터에 더 익숙한 우리에게 귀감이 될 만한 좋은 특강이었다. 세상이 많이 변한다고 해도 읽기와 쓰기의 중요함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은 ‘리더스 콘서트 감동 전하기’ 이벤트 <다독다독 상>에 당첨된 최그림(한림대 국어문학과)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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