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없는 충남외고 학생들이 선택한 사회와의 연결고리는?

2011. 10. 19. 12:5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우리가 TV를 보는 이유는 대부분 여가 생활을 즐기고,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또한, TV라는 매체는 정보전파가 빠르고, 다루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매일매일 새로운 소식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알 수가 있죠. 하지만 이렇게 우리에게 익숙해져 버린 TV가 없다면 어떨까요?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도 들을 수 없고, 볼 수도 없으며 정보 또한 꽉 막혀버린 듯한 ‘바보’가 된 느낌에 빠져들지 않을까요?

이런 시대에, 지방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TV 접촉을 차단시켜 놓았다고 합니다. 충남 아산에 있는 충남외국어고등학교에는 학생들이 생활하는 기숙사동에 TV가 전혀 없기 때문에 미디어 매체와의 접촉이 상당히 적다고 하는데요. 대신 이 학교에서 택한 매체는 ‘신문’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뉴스에 대한 정보와 시사적 이슈 전달을 대신했다고 하는데요. 한 마디로 충남외고 학생들에게는 신문이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된 셈입니다. 

지난 <2010 신문활용공모전>에서도 소개된 충남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의 신문활용법. 이들이 사회와 소통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

 

충남외고에서도 처음부터 신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진 않았다고 해요.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지만 자신이 흥미있는 스포츠면 등 특정 면만 집중해서 구독하거나, 신문을 대충대충 읽는 학생들이 많았는데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 실제로 이러한 것들이 수업과도 연관이 있다는 걸 알았다고 합니다. 특히 사회 관련 수업을 들을 때에는 지식이 부족하여 선생님께 핀잔을 많이 듣기도 했죠. 그래서 충남외고의 몇몇 학생들은 <The link>라는 동아리를 결성해 ‘사회와 우리, 그리고 나를 연결한다’라는 목표를 가지고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동아리 학생들은 평소 관심있었던 기사에 대한 분석 및 자신의 칼럼을 직접 작성해 보고 편집하는데요. 모인 기사를 토대로 <The connection>이라는 시사 잡지를 3개월에 1번씩 직접 발간•편집•디자인하여 배포한다고 합니다. 


<The connection 시사잡지>


또 관련된 자료를 함께 보고 발표 자료 등을 만들어 다른 친구들과 공유하는데요. 실제로 동아리 시간에 회원들의 의견으로 주제를 선정한 뒤, <theme day>, <생각해봅시다>, <두 사설을 두고 의견차>, <자신의 의견 생각하기>, 주제와 관련된 영상 자료 시청 등 여러 가지 작업들을 진행하여 ‘나’, 그리고 ‘너’ 모두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The link> 동아리의 확동목표
1. 세상에 대한 눈을 가지자
2. 세상과 소통하며 함께하는 삶을 살자 
3. 다른 사람과의 소통하는 우리가 되자 



이러한 활동으로 학교에서는 ‘한 학급 신문 읽기’를 장려하여 현재까지도 각 반 별로 보편화가 되었고, 학생들은 기사를 직접 읽고 써보며 한번 더 생각함으로써 자신의 관점, 의견을 명확히 세우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기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The link>의 제 1대 기장인 김무진 학생을 만나 좀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The link> 김무진 학생 미니 인터뷰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The Link> 동아리에 대한 소개와 하는 일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The Link 동아리 제 1대 기장 김무진입니다.
저희 The Link 동아리는 시사와 청소년의 만남이라는 목표로 2009년 8월 31일에 설립되었습니다. 동아리 현재 인원은 1학년 16명, 2학년 45명, 3학년 17명으로 총 78명이고 지도교사는 역사과 한승흠 선생님, 수학과 김용준 선생님(초대)이십니다. 그리고 2011년 제 2대 기장은 전성민 학생, 부기장은 김은태, 김종우, 이혜인 학생입니다. 저희는 각종 사회적 이슈에 관하여 학생들 스스로 주제(법, 사회, 교육, 문화, 스포츠)를 선택하여 기사를 작성하고, 편집 및 발행 기획,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저희의 결과물을 학교 구성원들에게 배포하여 그 의견을 정기적으로 구하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3년차 동아리로서 2~3개월에 1번씩 동아리지 <The Connection>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충남외고는 시외곽에 위치하고 학교 및 기숙사동에 TV가 전혀 없는 특성상 매체와의 접촉이 상당히 적기 때문에, 학생들이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위해 ‘신문’을 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문을 구독한 후 가장 많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제가 1학년이었을 때는 신문을 구독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사회와 시사 관련 부분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수업시간과 기타 여러 경로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이제는 충남외국어고등학교 모든 학급이 1개 이상의 신문을 구독하고, 개인적으로도 구독하는 학생들이 많을 정도입니다. 아침자습시간에도 학생들이 졸기 일쑤였는데, 이제는 신문을 보면서 자신의 배경지식을 키우려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답니다. 그러면서 진로와 자신의 생활에 대해 고민하고 일정한 결과를 성취하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저희 동아리의 창립 멤버인 3학년 조영경, 고소진, 김선희, 박정연 학생을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위 학생들은 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면서 정치나 시사, 복지 관련 이슈를 동아리 잡지에서 영어와 중국어로 자신의 관점으로 직접 표현하면서 외국어와 국문 작문 실력 향상과 함께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아울러 저 역시 법 관련 이슈에 대해 심도 있게 짚어볼 수 있었고, 법무부 정책 블로그 기자단 등에서 법무부 장관상 수상 등 여러 가지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작년 <2010 신문활용공모전>에서 개인•공익 실천사례 우수상을 수상하셨는데요. 수상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The connection 시사잡지 일부>


저희가 생각하지도 못하게 우수상을 받게 되어서 많이 놀랐는데요. 수상 이후 저희 동아리는 대내외적으로 인정받은 명실상부한 교내 최고 시사동아리가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내에서도 저희 동아리지 <The Connection>의 내용과 구성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하고, 아울러 따끔하게 비판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한편 과거에는 저희가 하는 일이 맞는 것인지하는 생각이 많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우리 동아리 구성원들 모두 스스로가 하는 일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과거의 연간 3회 발행에서 대폭 증회하여서 연간 6회 발행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아리지 발행 뿐만 아니라 시사 관련 동아리 활동을 위해서 관심사와 학년에 따라 A팀, B팀, C팀, D팀으로 나누어서 전문적으로 시사 및 편집 관련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아리에서는 <The Connection>이라는 시사 잡지를 발간하고 있는데요. 기획, 기사작성, 편집, 디자인, 취재 등 프로세스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작년까지는 편집 같은 경우는 거의 기장인 제가 맡아서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해부터는 전문화를 위해서 저를 포함한 10명의 편집위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문 및 외국어 팀의 각 팀원들이 함께 자신들의 글을 수정하고 편집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아울러 디자인은 저희 학교 학생이 아니지만 서울 광문고등학교 조인국 학생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비록 학생이 작업하지만 전문가 정도의 실력을 뽐내주고 계셔서 저희가 걱정이 없답니다. 

아울러 전체 구성의 역할을 맡은 제가 각 호 취재 직전에 동아리 부원들에게 한 이슈에 대해 찬반 의견을 담는 ‘Do you agree or disagree?’ 라는 코너 등을 배분하고 있습니다. 간혹 추석과 같은 행사 때문에 인터뷰가 있는 경우에는 최우주 전문기자가 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희 발행 기간은 보통 45일 정도로, 취재 및 편집 25일, 디자인 20일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The connection 시사잡지 일부 중 김무진 학생이 쓴 기사>


<The Connection> 시사 잡지를 직접 기획하고 발간하면서 안타까운 점이나 어려움은 없었나요?  

학생들이 이러한 활동을 하는데 적절한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 점이 상당히 안타까웠습니다. 청소년들이 학습과 병행할 수 있는 동아리에 정부부처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 신문 관련 동아리 지원사업을 통해 저희와 같은 동아리를 육성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실제로 발행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망설이는 타 학교 학생들을 많이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수능을 앞둔 시점에서 신문 구독이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말씀해 주세요. 

저 같은 경우에는 대학에서 전공하고 싶은 법, 행정 분야에 대해서 깊이있게 살펴볼 수 있었던 기회가 됐습니다. 위증죄, 바가지 요금 등 다양한 사례를 접하면서 실제로 제가 취재했던 기사가 포털 다음의 메인페이지에 2일 정도 게시되기도 하였습니다. 아울러 학생으로서 본분인 교과 역시 충실히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언어영역의 비문학 부문을 쉽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공 희망 과목인 사회 분야의 성적이 월등히 높아졌습니다.

 



아직 어린 고등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사회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잡지까지 발행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대견스러운데요. 김무진 학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점은 학습이란 결국, 본인이 모자라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부모님의 잔소리 대신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서 하는 활동은 그만큼 성취감이 높을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2010 신문활용공모전>에서 수상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TV는 빠르고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대신 내용을 곱씹고 되새겨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신문은 언제든지 펼쳐볼 수 있고, 모르는 내용이 있다면 이해가 될 때까지 여러번 읽어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시각매체와는 다른 활자매체만이 가지는 장점이기도 하지요. 충남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은 신문이라는 ‘느리지만 빠른 길’을 택해 묵묵히 그들만의 속도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요? 그들이 사회에 나올 때 쯤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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