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오초등학교 학생들이 신문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

2011. 10. 21. 09:04수업 현장




 


보통 초등학교 등교시간은 9시지만, 아이들 스스로가 일찍 일어나 8시 40분까지 등교하는 학교가 있다고 합니다. 한창 잠이 많을 나이지만 이렇게 아이들이 불평 한마디 없이 빨리 등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8시 40분부터 개인 책상에 놓여져 있는 신문을 읽기 위해서인데요. 수업 시작 전 신문읽기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경기도 남양주시 양오초등학교(유현의 교장)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양오초등학교에는 현재 교실을 늘리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요. 처음 개교했을 때에는 8학급으로 전교생이 316명 밖에 없었다고 해요. 그 후 2008년 유현의 교장이 취임된 후, 36학급으로 늘어났는데요. 다른 구역의 학부모들도 자녀를 양오초등학교에 보내고 싶다고 요청해 6개 학급을 더 늘리기로 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답니다.

마침 양오초등학교를 방문하는 날, 조회시간이 있었는데요. 보통 조회라고 하면 전교생이 운동장에 나와 줄을 서있어야 하고,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을 듣는 걸로 생각하겠지만 양오초등학교는 다른 학교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각 반별로 설치되어 있는 TV로 말이죠.

▶ 양오초등학교만의 특별한 아침조회 시간 

첫째 주 애국조회 :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
둘째 주 애교조회 : 교감선생님의 예절교육이나 한달 동안 지켜야 할 주의사항
셋째 주 주제조회 : 교직원 부장 12명이 돌아가며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대해 발표
넷째 주 발표조회 : 학년별로 자신의 재능이나 특기 등 발표  


이외에도 양오초등학교만의 특별한 교육들이 많습니다. 특히 전 직원이 1년 동안 자체적으로 개발한 ‘생각팡팡 창의쑥쑥’이라는 NIE(신문활용교육)교재를 전교생에게 배포한 일이 있는데요, 학생 수준에 맞춰 학년별로 다른 교재를 만들었다고 해요.

 

 


유현의 교장은 “교사시절 NIE강의를 많이 다녔는데 토론을 겸하다 보니 지루하지도 않고 가장 재미있게 느낀 강연이었다”며 “교장이 되면 이러한 학습을 아이들에게도 가르쳐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는데요. 특히 유 교장은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의 생각을 풀어 쓰는 방식이다. 그러기 위해서 신문은 가장 좋은 자료가 된다”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학부모들의 반발도 많았지만 “교육은 감동이다”라는 유현의 교장의 남다른 교육철학이 결국 양오초등학교의 신문 구독률 100%라는 결과를 낳지 않았나 싶습니다.

얼마 전, 양오초등학교에서는 개교일에 맞춰 우리학교 자랑거리가 무엇인지 3가지를 적어 내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고 해요. 그 결과 1위가 ‘우리학교는 NIE수업을 한다’였다는데요. 당당히 1위에 선정된 <NIE 수업>이 왜 이토록 아이들의 자랑거리가 되었을까요? 2학년 2반의 수업 현장을 다녀와 보았습니다.

 


교실에 들어서자 칠판에 <글자와 사진 이어 붙여 재미있는 문장 만들기>라는 주제가 써 있었는데요. 이것이 바로 오늘의 신문 주제라고 해요. 특히, 이민경 연구부장은 “NIE 강의를 듣거나 사이트를 통해 매번 다른 주제를 선정한다”고 하는데요. 뒤에 있는 게시판을 보니 요일별 신문공부에 주제가 붙어 있었습니다.


▶ 2학년 2반 친구들의 요일별 신문공부
 

월 : 글자와 사진을 함께 사용하여 재미있는 문장 만들어 보기
화 : 신문에 인물 사진 오려 붙이고, 나라면 어떻게 할지 상상해서 써보기
수 : 신문기사 오려 붙이고 뒷이야기 상상해서 쓰기
목 : 신문 사진 2장 연결하여 재미있는 이야기 꾸미기
금 : 광고 사진으로 퍼즐 조각 만들기
토 : 책 읽기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 무섭게 개인별로 책상에 있는 신문을 펼치는데요. 구석구석 살펴보더니 마음에 드는 글자와 사진을 아이들이 오리기 시작합니다.



 


 


한쪽 편에서는 ‘생각팡팡 창의쑥쑥’ NIE교재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한 학생은 새끼 호랑이를 오려 붙여 놓고 “내가 설명하려는 것은 동물의 왕 호랑이 입니다. 호랑이는 밤에 활동을 합니다. 호랑이가 먹는 음식은 생고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그리고 호랑이는 싸울 때 손으로 공격을 합니다. 호랑이는 눈치가 뛰어납니다. 호랑이는 산속의 왕이기도 합니다.”라며 쓰기도 했습니다. 2학년이라고는 믿기지 않게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풀어내는 모습에 놀랐는데요. 이민경 부장은 “사실 2학년이 이렇게 길게 쓰기 힘든데, 신문 수업으로 사고력과 글쓰기의 능률이 많이 올랐다”고 했습니다.



 



다 쓴 학생들의 발표시간이 되었는데요. 아이들의 상상력이 참 풍부하더군요. 발표하는 한 아이는 강아지라는 글자와 익룡을 붙여놓고 이렇게 썼습니다.

“강아지가 어디론가 가고 있었는데 구덩이에 빠졌다. 그때 갑자기 익룡이 나타났다. 강아지는 무서워서 떨고 있는데 익룡이 자기 아이인줄 알고 데리고 가 버렸다. 그래서 강아지를 품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또 구덩이에 빠져서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건 꿈이었다. 강아지는 이상해서 기절해 버렸다.”

참 개성적이지 않나요? 신문의 글자와 그림만으로도 저렇게 풍부하게 상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는데요. 아이들이 한 사람씩 발표한 후 다른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또 질문하는 형식으로 발표력도 늘고 사고력도 늘게 되는 신문수업이었습니다.

 


NIE 수업을 반대했었다는 한 학부모는 “처음에는 시간낭비라 생각했지만 아침마다 신문을 읽다보니, 본인의 생각을 글로 표현한다는 점이 놀라웠다. 특히 서론-본론-결론으로 나눠 글을 쓰는 아이를 보니 반대했던 내가 부끄러웠다”고 했는데요. 

‘생각팡팡 창의쑥쑥’ NIE 교재는 양오초등학교 전직원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결과물입니다. 그렇기에 아이들도 어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창의력을 쌓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민경 연구부장은 젊은 세대에게도 “모니터로 읽는 것과 활자로 읽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스마트폰으로 대충 읽는 것보다,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 사람, 성공한 사람 등 많은 사람들이 신문을 읽었다고 한다. 특히 생각할 여유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에게도 신문이 꼭 필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마 자녀가 있는 부모님이라면 누구라도 양오초등학교의 NIE 교육을 받아보게 하고 싶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데 서툰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아이들일수록 NIE 교육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