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바뀐 노숙자의 삶, 인생을 바꾼 교육

2011. 11. 3. 13:2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책 읽기 같은 사소한 일이 어떤 이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요? <희망의 인문학>(2006, 이매진, 얼 쇼리스 지음)이란 책이 있습니다. 




저자 얼 쇼리스는 미국 태생의 저명한 언론인이자 소설가입니다. 그는 미국 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정규대학 수준의 인문학 교육과정 "클레멘트 코스(Clemente Course)"의 창립자이기도 하죠.

간단히 말해 이 교육과정의 목표는 노숙자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얼 쇼리스는 시카고 대학을 열세살의 나이에 입학한 수재였습니다. 소설가로부터 사회비평가, 언론인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던 그가 이 독특한 과정을 시작하게 된 것은 우연히 미국의 여성 교도소에서 한 수감자와의 만남 이후입니다. 그 여성수감자는 감옥이란 열악한 환경에서도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철학 전공으로 대학과정까지 이수합니다.

어느 날 그와 면담하면서 쇼리스는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왜 가난한 것 같나요?" 여성 수감자는 이렇게 답하죠. "우리 아이들(거리의 아이들)에게도 시내 중심가 사람들(부유한자들)이 받는 인문교육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은 결코 가난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서 얼 쇼리스는 ‘클레멘트 코스’에 대한 힌트를 얻죠. 이 여성은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가난한 범죄자들에게도 인문학 교육이 필요하고, 그걸 통해 가난과 범죄가 되물림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독특한 것은, 그가 가난을 경제적인 이유들에서 찾지 않고 그들의 인문학 공부의 부재에서 찾은 것입니다.

이후,
 이런 시도가 우리 나라에서도 있었죠. 노숙자들이 어느 날 길거리에서 교실로 모여들었고, <공자>나 <플라톤>을 읽기 시작했으며 그들이 그러한 교육을 통해 자신의 삶을 새로 설계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송을 탔습니다. 책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물론 모든 노숙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겠지요. 

자신의 인생에 변화를 원하는 사람만이 책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든 한 권의 책에 깊이 몰입돼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는 순간, 그는 한가지 분명한 목표의식에 도달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돈에 대한 욕망이나 이성에 대한 갈망 같은 것이 아닙니다. 지식, 앎에 대한 욕구가 샘솟기 시작하는 것이죠.


우리 시대 지식인의 책사랑

과거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고 지금의 ‘책사랑’에 도달했습니다. 도서관을 들락거리던 시절, 서가에 자리잡은 수 만권의 책을 볼 때마다 죽기 전에 꼭 저 모든 책을 다 읽고 말겠단 각오를 하곤 했었지요. 


<이미지출처 : flickr/ckaroli>
 

최근에 <지식인의 서재>(2011, 행성:B, 한정원 지음)란 책을 읽었습니다. 우리 시대 대표 지식인 열다섯 분의 서재를 탐방하고 마치 기행문처럼 서술한 책입니다. 각 분야에서 성공한 ‘지식인들의 서재엔 어떤 책이 꽂혀 있고, 그들은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란 주제로 엮어낸 책인데, 그분들의 책 사랑과 독서열이 어찌나 뜨겁던지 나름 책과 독서에 빠져 사는 사람조차 범접하지 못할 수준이더군요. 


그 중 인상 깊었던 몇 분의 인터뷰 내용이 생각납니다. 그분들 모두 책과의 인연이 지금 자신을 만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 사랑은 과거의 사랑이 아니고, 현재와 미래에 이어질 사랑이란 점도 강조하죠. 그 가운데 몇 분의 인터뷰를 볼까요?
 


"어찌나 책이 재미있는지, 심지어 길을 걸을 때도 책을 읽으면서 걷다가 논두렁에 빠지는 일도 있었죠. 저에게 독서는 삶이고, 인생이고, 과거 수백만 년 전의 역사로 가는 통로이자 새로운 미래를 향해 가는 교량이라고 할 수 있어요."
(현 서울시장 박원순)


"그 수천 권의 책을 통해 나를 알고, 부모님을 이해하고, 사회를 알고, 인류를 알게 됐어. 책을 통해서 말이야" (시인 김용택)

"책은 제 삶의 돌파구였어요. 현실의 힘겨움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무조건 책을 읽었죠.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잡념이 사라졌거든요. 책을 읽으면 현실과는 또 다른 세상을 탐험할 수 있어요." (건축가 승효상)

"자신을 넓혀가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쫄지 않고 자기 확장성을 갖는 사람이 되려면 자기 생각과 다른 타인의 생각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그러기 위한 시작이 바로 독서입니다." (법학자 조국)



어떻습니까?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
지식인들은 모두 책 읽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모두 독서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 있지만, 비슷한 결론에 닿았죠. 


책과 동떨어진 삶은 온전한 삶이 아닙니다. 실제로 책 읽기를 멈추는 순간 성장이 멈추고 자아를 잊어버립니다. 우리는 한 편의 글을 읽을 때, 자신과 대화하고 타인과 대화할 수 있죠. 영혼에 쉼을 주는 시간이 없으면 우리 삶은 물질적 삶으로 전락합니다. 

세상은 그럼에도, 쉬이 책 읽는 사람을 찾기 힘이 듭니다. 이미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이분들이 나름의 서재를 갖추고, 책을 모으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좋은 본보기입니다. 결국, 그들이 읽은 책 한 권이 그들의 성공한 인생을 짓는 벽돌 하나 하나가 되어 준 것이 아닐까요?
 



나의 인생 나의 책읽기


 


건강에 자신하던 사람이 갑자기 몸이 아픈 경험을 하고 나면, 운동도 시작하고 먹는 것에도 신경을 씁니다. 안 하던 것을 시작하는 것만큼 두렵고 어려운 일은 없답니다. 운동, 여행, 독서, 글쓰기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읽기에 철저히 담을 쌓고 살았습니다. 교과서나 참고서를 열심히 파서 시험 점수 잘 맞으면 그걸로 만족했습니다. 어렸을 적엔 집이 그렇게 넉넉하지도 못하고, 부모님이 특별히 책 읽기를 권하지도 않았죠. 대학에 들어오고 군입대를 앞 둔 시점, 인생과 사회, 세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때가 저의 책 읽기가 시작된 시점입니다.

그 시절 주로 읽었던 건, 무겁고 어려운 책들 위주였습니다. 서양 철학, 고전 문학이 주였죠.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던 때 또 하나의 욕망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잘 써보고자 한 것이었죠. 

그 때 PC통신 ‘하이텔’에 독서(Reading) 게시판이 있었는데, 이용자들이 독후감을 올리던 공간이었어요. 그 공간엔 독후감을 정말 잘 써 올리던 분이 있었는데, 같은 나이에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한 권의 책을 잘 정리하고, 나름의 자기 생각을 담아낸 독후감을 읽을 때마다 저의 더 많이 읽고 더 잘 쓰고 싶은 욕망은 더 크게 자라났습니다. 

그 이후로 십 수년이 흘렀지만 한번 당겨진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제 삶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삶이 힘들 때도, 책은 언제나 제 삶의 동반자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 다니던 직장에서 사표를 쓰고 고향으로 내려갈 때도 제 가방 속에는 이외수의 소설들이 가득했답니다. 여름 한 낯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방안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그의 소설을 읽던 여름 한철이 생각납니다. 

문학이 절망과 가난과 고통의 산물이란 걸 소설 속에서 느끼며, 삶이 결코 녹록하지 않음을 깨닫고 새로운 희망을 가슴 속에 품으며 한 철을 보냈습니다. 그 이듬해 봄, 취직과 결혼과 안정이 순서대로 찾아왔습니다. 이외수의 소설 속 어느 문장들이 가슴 속에 희망을 불지폈습니다. 책을 통한 구원 같은 것일까요?
 


"가난하고 외로운 자들이여 안심하자
사람들 밖에서 살던 사람들이여 안심하자
우리는 비록 그렇게 살아왔다만 사랑만은 간직하고 살았으니
영혼까지 멸망치는 않으리라"
-이외수 <꿈꾸는 식물> 中-



제 삶을 뒤돌아 보면 어려운 순간마다 저는 항상 책에 길을 묻곤 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현재의 직장생활에서 여전히 독서는 제 삶의 동력이자 기쁨입니다. 


직장에 들어와 사내에서 주최한 글쓰기 대회에서 다섯 차례에 걸쳐 큰 상을 받았습니다. 최근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주최한 글쓰기 대회에서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답니다. 그 모두가 책 읽기를 통해 얻은 인생의 작은 성취이자 행복입니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의 여행을 떠나라

책에 대한 고정관념은 바뀌어야 합니다. 책은 도서관의 서가나 서점에만 있지 않습니다. 신문, 만화, 여행, 영화, 사회, 다큐멘터리도 책의 일종이지요. 읽고 보고 습득해서 자신의 지식을 풍성하게 하는 모든 매체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 책을 읽는 습관은 우리 삶을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킵니다. 읽기를 통해 세상에 대한 안목을 키웁니다. 그래서, 우리 삶 가운데 먼저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신문을 열독 해보는 것은 읽는 습관을 들이는 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신문 읽기는 본격적인 책 읽기에 앞서 단단한 배경지식과 비판의식을 키워줍니다. 신문은 사설, 논평, 에세이, 특집기사, 시, 소설 등 읽기의 종합선물세트라고 할 수 있죠. 그 가운덴 서평 코너도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해야 할까요?

최근 뉴스에도 나왔지만, 조기 영어 교육이 투자에 비해 별 효과가 미미하다고 합니다. 아이에게 이것저것 많은 걸 가르치고, 배우게 하는 것은 부모의 욕심일 뿐이죠. 어린 시절 배우는 많은 것들을 살아가면서 써먹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읽는 습관을 들이고, 좋은 책을 읽게 하고, 책의 진정한 가치를 깨우치게만 할 수 있다면 이제 그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갈 것입니다. 도서관에 아이를 데려가 지식의 바다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 깨닫게 해준다면 아이는 그 많은 책의 바다에 빠지기 전 앎에의 겸손과 성실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요? 

결국,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건 스스로의 깨달음입니다. 자신의 삶을 객관화 시키고,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힘, 자기 존엄성을 갖고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폭넓은 시선을 갖게 하는 능력, 모두 책 읽기에서 비롯됩니다. 

노숙자의 비루한 삶을 바꾼 것은 사람들의 은전이 아니라 <칸트>와 <공자>의 철학이었습니다. 한 시절 인생에 회의가 몰려왔을 시간 20대 청년의 마음에 생에 대한 강렬한 열망을 불러온 건, 도서관의 서가에 꽂힌 그 많은 책을 꼭 읽고 말겠다는 의지였죠.

책에는 길이 있고, 책을 읽는 사람은 절망 가운데서 자신의 나아갈 길을 반드시 찾아냅니다. 책 속에 답이 있고, 인생을 바꾸는 해법이 있습니다. 독서는 행복한 인생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저는 23살에 책 읽기를 시작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 `인생을 바꾸는 행복한 책 읽기'를 시작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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