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고 싸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부부의 사연은?

2012. 1. 10. 09:1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새벽 5시.
아내는 오늘도 어김없이 침대에서 내려와 바로 현관문을 열고 밖에 있는 신문 세 뭉치를 들고 식탁에 앉습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신문 정독에 들어가죠. 몇 분 늦게 일어난 저도 아내를 따라 식탁에 앉아 가지런히 놓은 신문 한 뭉치를 펴들었습니다.

이것은 벌써 몇 십 년째 계속된 우리 집만의 독특한 생활습관입니다. 한번 맛(?) 들여진 습관은 고치기 힘들듯이 아내와 저의 신문보기는 이렇게 더욱 탄탄하게 다져져갔습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참 별난 행동이긴 합니다.

꼭두새벽부터 두 내외가 일어나 무언의 행동으로 식탁에 앉아 신문을 정독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색다른 풍경이라 생각됩니다. 단지 우리 두 내외니까 모양새가 좋든 나쁘든 상관없지만 제 삼자가 이런 모습을 볼 때는 참으로 희한한 집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구요.

저는 가끔 기이한 우리 부부의 행동을 보고 혼자서 킥킥거리며 웃을 때가 있습니다.

 



“왜 웃어요?”
“우습잖아. 도둑놈처럼 새벽에 일어나 아무 말도 없이 신문을 펼치는 우리의 모습이... 누가 보면 저 집식구들은 미치지 않았나 생각할 수도 있잖아?”
“후후후... 하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지금 새벽 5시니까. 남들은 지금도 꿈나라에 있을 시간에 우리는 신문 들여다보기에 정신없으니까.”
“아마 아침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했으면 박사 간판이라도 몇 개는 따고도 남았을 텐데...."
“그게 억울해요? 신문 헛 읽었네요. 겉만 번지르르한 박사 허우대가 뭐가 좋다고... 쯧”
“그런가? 역시 당신에겐 못 당해. 내가 괜히 신문사에 다녔나봐. ㅋ”
“신문사에 다니는 사람한텐 미안한 소리지만 휴일, 국경일, 명절 땐 왜 신문도 쉬나 몰라. 그런 날이면 세상 소식 몰라도 된다는 건가?”
“당신 말 그대로 신문사에 전해줄까? 신문기자들이 우리 집에 쳐들어올 텐데, 우리도 사람이다! 우리도 쉬고 싶다! 라고 아우성을 칠 텐데..."
“그래도 하루의 뉴스가 못 본다면 암흑이잖아요.”
“TV, 인터넷 뉴스도 있잖아.”
“아휴, 알지요. 그러나 TV나 인터넷 뉴스는 감질만 나지, 본격적인 뉴스는 아니잖아요.”


아내의 이런 억지투정은 하루 이틀 들은 게 아닙니다.
하긴 아내 말이 맞는지도 모르죠.

개인적으로는 이른 아침마다 습관처럼 보는 신문을 휴일이라는 핑계로 보지 못하는 게 너무 서운하다는 말입니다. 물론 세상 돌아가는 뉴스를 보지 못한다는 것은 갑갑하기도 하려니와 꼭 멍청한 바보가 되는 것 같기도 할 것입니다.

저 역시도 아내의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합니다. 인터넷 뉴스는 일일이 클릭을 해야 할 뿐더러 뉴스 자체를 간략하게 추려 전하고 있으니 성에 차지 않습니다. TV 뉴스도 마찬가지이구요. 이상하게 종이신문이 쉬는 날은 TV뉴스마저 재미가 없습니다. 항상 신문의 뉴스를 받아왔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죠.

역시 종이신문은 포괄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겐 많이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나의 신문이 성에 차지 않으면 또 하나의 신문을 구독해 서로 대조해 볼 수도 있어 좋습니다.
또한 그 신문만의 논조도 읽을 수 있어 뉴스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유명인사의 동정도, 누가 세상을 하직했는지도 한눈에 알 수 있거든요. 그밖에 광고에서도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구요. 종이신문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장점들입니다.

3가지 신문을 정독한 아내는 드디어 맞은편에 앉아있는 저에게 질문공세를 시작합니다. 제가 제일로 곤혹스러워 하는 시간이 돌아온 것입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도 없습니다.

아내의 핵심적인 질문의 펀치는 그 위력이 대단합니다. 어느 날엔 완전히 제가 넉 아웃 당하고 말아요.


“△△신문과 ▽▽신문 1면 톱 타이틀 봤어요? 어떻게 같은 이슈를 놓고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너무 극과 극이잖아요”
“응? 그러네....”
“무슨 대답이 그래요? 확실하게 그렇다 아니다 라고 말해야지.”
“너무 한쪽으로만 치달으면 문제가 생기는 거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잖아, 언론자유가 있으니까 한 이슈를 보고 서로 달리 생각할 수가 있잖아. 아니면 공산주의지. 안 그래요?”
“그걸 몰라서 묻는 게 아니잖아요.”


아내의 말엔 어느새 독이 들었습니다. 이대로 계속해서 나가면 우리 집 거실의 아침 기운이 더욱 싸늘해질 판이죠. 싸늘해지면 아침밥상이 서먹서먹해진답니다. 이미 한두 번 겪어 본 일이 아니기 때문에 빨리 분위기 전환을 해야 합니다.
 
 “여보! 찌개 올려놓은 것 끓어 넘친다. 빨리 밥 먹자고...”

저는 아내에게 마치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소리치면서 신문을 덮고 식탁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내는 얄밉다는 표정으로 눈을 흘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저와 아내는 매일 아침을 신문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각 신문사마다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이야기하듯 저희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신문 속 기사의 내용을 평가합니다.

어느 기사가 꼭 나쁜 기사라고는 콕집어 말하기는 힘듭니다. 어떤 기사라도 그 속에는 우리가 생각과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주제가 있으니까요. 그것이 바로 신문의 가치 아닐까요? 극과 극의 세상을 보여주더라도 중심을 잡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란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신문 속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서로 비교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요즘처럼 흥미 위주의 인터넷 기사가 판을 치는 세상 속에서 정보를 가려내는 일은 정말 중요하죠. 

종이신문이 위기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래도 그 생명이 이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며 사회 전반의 화제거리들을 차분히 읽고 있으면 왠지 제 지식의 깊이와 폭도 넓어지는 것을 느끼고, 그 맛도 참 괜찮더군요

이런 종이신문의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제가 읽는다고 모든 사람들이 읽기를 바라는 것은 힘들겠지만, 저는 이런 종이신문의 맛을 함께 느껴보고 싶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IT 세상 속에서 적어도 현재의 우리가 생존하는 시대까지는 종이신문이 건재하리라 생각합니다. 그 어떤 매체도 따라올 수 없는 신문만의 가치와 매력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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