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신문을 더욱 깊이 있게 읽는 방법은?

2011. 11. 29. 09:1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책이 참 귀하게만 느껴졌습니다만, 불과 십여 년 사이, 요즘은 읽을거리가 참 넘쳐나는 듯합니다. 아침 전철에는 무가지 신문이, 인터넷에는 온갖 자료가, 트위터에서는 140자가 빠르게 올라오고, 블로그 포스팅도 어마어마하게 발행됩니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e북도 있습니다.

정보의 양은 이렇게 많아졌지만, 좋은 정보를 찾기는 어려워졌습니다. 더불어 쉽고 빠르게 읽고 넘겨버리는 것 역시 많아졌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나 블로그 글, 트위터를 드래그 몇 번, 손가락질 몇 번으로 휙휙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 태블릿 PC가 대중화되니, 종이책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드는 듯합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친구들은 괜찮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물었지만, 요즘은 괜찮은 ‘앱’을 알려달라고 합니다. 물론 스마트폰 덕분에 쉽고 편하게 정보를 얻고, 신문이나 책도 읽을 수 있으니 매우 유용하기는 하지만요.

다만 읽을거리를 쉽게 얻게 되니, 쉽게 읽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듭니다. 쉽게 읽는 것이 참 부끄럽고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읽기만 하는 것으로 그 내용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든 읽을거리를 어떻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는 늘 고민이 되는 문제입니다. 


여러번 읽고 필사하라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문구를 따로 옮겨 적어두는 독서 메모야말로 콘텐츠 독서법을 실천하는 첫걸음이다.
머리만 사용해서 읽은 책은 금방 기억에서 사라지지만 손을 사용해 기록을 하며 읽은 책은 오래도록 남는다.
책에서 발견한 좋은 내용을 정성껏 적어 옮기면 그것이 신념으로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

-문준호 <쓰고 상상하고 실행하라> p232


저는 마음에 드는 책은 여러 번 읽습니다. 열 번도 읽고 스무 번 읽은 책도 있습니다. 좋은 구절엔 줄을 치고, 줄 친 구절만 훑어 보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부분을 노트나 컴퓨터에 옮겨 적고, 노트에 적은 글만 따로 읽기도 합니다. 

이렇게 책을 필사하는 것은 예부터 강조되어온 ‘독서법’이라고 합니다. 인문고전 독서법을 강조한 작가 ‘이지성’은 그의 저서 <리딩으로 리드하라>에서 책을 필사하며 읽을 것을 권합니다. 


헤겔 또한 뉴턴처럼 자신만의 필사노트를 만들었다. 그의 필사노트는 자신의 관심사를 반영한 항목별로 나뉘어 있었는데, 독서하다가 각 항목과 관련해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발견하면 즉시 옮겨 적었다. 헤겔은 이 작업을 매우 중요시했는데 이를 통해 천재들의 사고방식을 깨달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헤겔은 필사노트를 마치 보물처럼 평생 간직하며 수시로 들춰보았다고 한다.

-이지성 <리딩으로 리드하라> p255


필사는 되도록
펜으로 노트에 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저는 마음에 드는 책을 원서로 다시 사서 원서를 필사해본 적도 있습니다. 

작가가 직접 쓴 문장을 고스란히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에 드는 책이 있다면 책 전체를 필사하는 것을 도전해보아도 좋겠습니다. (책 전체 필사까지는 아직 해보지 않았습니다 ^^) 

물론, 필사 외에 책에 대한 서평이나 느낀 점을 쓰는 일 역시 매우 좋은 습관입니다. 이렇듯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읽고, 감상문을 쓰고, 필사하고 토론을 해야 책에 있는 내용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신문은 되도록 종이 신문을! 

영화 <완득이>를 보면 이런 장면이 나옵니다. 완득이는 그의 담임 동주 선생님에게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를 보러 가기 위해 학교를 하루 쉬게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러자 동주 선생님은 학교를 쉬게 해주는 대신 매일 완득이가 배달하는 신문을 얻어 (실은 훔쳐^^;;) 달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완득이는 이렇게 불만을 터트립니다. 

"인터넷으로 보면 되잖아요!"

그런데 정말 신문을 인터넷으로만 보아도 괜찮을까요? 저는 신문기사를 포털 사이트나 신문사 홈페이지를 통해 보거나 스마트폰으로 각 신문사의 앱을 내려받아 보았습니다만,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클릭을 통해 얻는 정보는 매우 '선택적'입니다. 제 경우 신문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설이나 메인 기사보다는 '가십'을 볼 확률이 더 높았습니다. 결국 스마트폰에 있는 신문사 앱은 종이신문을 볼 수 있는 앱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워버렸습니다.

 

<앱은 종이신문을 볼 수 있는 것으로>


그리고 되도록 종이신문을 찾았습니다. 가끔 진짜 마음에 드는 기사가 있으면 따로 오려 내기도 하고, 잘 쓴 기사는 컴퓨터 뒷 벽에 붙여 놓고 틈이 날 때마다 읽기도 합니다.

앞서 글을 인용한 저자 문준호는 그의 저서 <쓰고 상상하고 실행하라>에서 신문기사 한 줄을 읽더라도 생각을 키우는 데 도움될 듯한 부분을 찾으면 꼭 스크랩하거나 키워드를 메모했다고 합니다. 

저자 문준호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각을 스크랩한 자료를 통해 점점 자신의 콘텐츠 자산도 불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기사 스크랩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신문을 처음 읽을 때는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고 재미없다. 하지만 꾸준히 구독하여 신문 고유의 매체적 특성에 익숙해지면 나름 아날로그적 기쁨도 느낄 수 있다. 그러니 적어도 한 종류의 신문을 정해두고 꾸준히 정독하라. 요즘에는 신문사 별로 논조가 극명하게 다르므로, 대조적인 견해를 싣는 신문 두 종류 정도를 함께 읽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김난도 <아프니까 청춘이다> p178



책은 몇 권을 읽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책을 통해 얼마나 얻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물론 신문이나 SNS에서 얻는 정보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골의사 박경철은 그의 책 <자기혁명>에서 "책을 몇 권이나 읽었나요?"라는 질문을 "당신이 읽은 책 중에서 당신에게 영향을 미친 책은 몇 권입니까?"로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단순히 한 번씩 읽고 지나가는 식의 독서를 하면서 일 년에 책 백 권 읽는 것을 자랑스러워할 게 아니라, 적은 수를 읽더라도 그 책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일 년에 책을 몇 권 읽었는지를 비교할 게 아니라 얼마나 더 질 높은 독서를 했는지가 더 의미 있는 법입니다. 여러분의 '읽기'가 ‘드래그’보다는 ‘필사’나 ‘스크랩’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