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인문학 박물관'

2011. 12. 9. 09:0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인문학, 얼마나 알고 계세요?”

“애플의 DNA에는 기술 뿐만 아니라 인문학이 녹아있다!”
이제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 2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이 말은 많은 창작자와 기업인들에게 커다란 자극이 되었습니다. 

대체 인문학이 무엇이길래? 
우리는 ‘인문학’에 대해 얼마나 많이, 또 제대로 알고 있나요? 

앞서 언급한 잡스의 애플에서 출발해 보겠습니다. 스마트폰이나 mp3 등의 제품은 애플의 출시 이전에도 이미 개발돼 있었습니다. 다만 애플은 기존의 것보다 직관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하나의 기술 회사라기보다 고유의 문화를 이끌어내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또한 싸고 가볍고 성능 좋은 제품을 넘어서 사람들의 삶을 보다 행복하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에 기술 개발의 목적을 두었죠.

그리하여 IT와 인문학적 감성이 결합해 만들어낸 독특한 ‘애플’ 문화에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얼마 전 발간된 스티브 잡스 자서전에서 사람들이 얻고 싶어하는 것들 중에는 그 또한 포함돼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른 여러 기업들 또한 앞다투어 인문학 소양을 갖춘 SW전문가를 선발하겠다고 합니다. 앞으로 인문학 소양을 갖춘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차별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인문학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쉽고 가까운 예를 들어볼겠습니다. 만약 당신이 공대생이라면 전공 서적 외에 철학, 소설과 시, 음악과 미술 등의 예술 전반에 관심을 가지고 가장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취미로 삼아 보세요. 

그리고 자신의 감상과 의견을 친구들과 나누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세워 보는 겁니다. ‘진실되게 살자’는 다짐도 좋고, ‘매일 다섯 줄의 일기를 쓰는 습관’도 좋아요. 생활 속 인문학의 작은 시작, 참 쉽죠? 




지나온 삶을 통해 현재를 속삭이는 박물관

여러분의 인문학 라이프를 위해 ‘박물관 견학’을 준비했습니다. 언제나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로 북적거리는 삼청동 카페거리, 그 길을 따라 쭉 걷다 보면 고즈넉한 정취의 인문학 박물관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8년 중앙 중,고등학교의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설립된 이 곳. 우선 학교 내부가 정말 예뻐서 감탄을 이끌어냅니다.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촬영지로 쓰였다고 하니 최지우, 배용준처럼 사진을 찍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합니다. 

성인이라면 2000원에 1시간 동안 관람할 수 있습니다. 커플이 가도 4000원이니 고작 커피 한 잔 가격의 호사네요.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이뤄진 인문학 박물관. 주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꿰뚫는 책과 시대상을 담은 포스터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깔끔한 내부, 전시물들의 야무진 배치가 돋보입니다. 1층은 인촌실, 인문학 아카이브 도서실, 기획 전시실 등이, 2,3층은 상설전시실, 지하 1층은 회의실, 세미나실, 소강당 등이 자리잡고 있어요. 


사라지고, 흩어진 것들이 파릇한 싹을 틔우는 곳 

수장고에 보관 중인 유물과 도서는 도서실 검색대에서 이용 후 볼 수 있고, 원본 열람도 사서에게 열람 신청을 하면 가능하다고 해요.

상설 전시실에서는 전시 코너마다 우리의 근현대사와 문화를 통해 인문 정신의 인식을 새로이 하도록 했어요. 도서실은 청소년과 일반인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자료와 유물을 만날 수 있지만 내용의 특성상 어린이들은 조금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부모님이 먼저 홈페이지 등에서 공부를 하고 가서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티켓을 산 뒤 1층부터 둘러봅니다. 1층에는 인촌관이 있습니다. 중앙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를 세운 정치인, 언론인 ‘인촌 김성수’의 일대기를 볼 수 있습니다. 내부에는 인촌 선생의 업적과 생애를 소개하는 유물과 자료 등이 가득합니다. 

인촌 선생 한 명의 역사를 통해, 당시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 속 역사로 범위를 점점 넓혀 가며 친구, 연인,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살아있는 역사 공부겠지요? 


상설전시장
-아버지 세대의 아픔과 현재 우리의 아픔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장소 

상설전시장은 2층과 3층 두 군데로 나뉘어 있습니다. 우선 2층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인류의 일상과 인생을 그린 만화부터 만나볼 수 있는데요. 이 곳을 따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다보면 우리나라가 전통사회로부터 어떻게 근대화되어 가는지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우선 근대화를 통해 여성들의 교육기회가 넓어지는 단계와 현대식 기계로 인해 점점 편리하게 변해가는 농촌의 모습에서, 가부장적이고 농업중심이었던 우리 사회가 짧은 시간에 얼마나 급격하게 변화했는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단시간에 이뤄진 산업화로 인해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한 채 불합리한 대우를 받아오며 지내온 세월을 확인하게 됩니다. 아버지 세대의 아픔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용불안 문제 등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박물관이 우리에게 자꾸만 묻는다, 너의 삶은 오늘 적합하냐고

2층 전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돌았다면, 이제는 TV와 신문 그리고 라디오 산업의 발달을 통해 미디어가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과 진보적 생각을 가졌지만 행동은 보수적으로 하는 중산층의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마지막 부스에서는 완전히 근대화된 현재의 우리 모습을 통해 오늘날의 삶은 우리에게 과연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줍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중앙 계단을 통해 한 층 더 올라가면 박물관은 이제 우리에게 정치와 철학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생각하기 귀찮아하는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은 달고 나른한 잠을 깨워대는 모기인지도 모르겠어요. “인문학은 모기”라는 나름의 정의를 내려 보기도 합니다. 

3층에서는 ‘교육의 가치관과 철학의 정체성’을 마주하게 됩니다. “근대교육이 추구한 인간 교육의 이념이 무엇인지” 또 “동서양철학의 세계관과 인간관, 우리의 교육이념”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 펼쳐집니다. 대중문화와 예술이 우리 삶과 문화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인문학 박물관은 문학, 철학, 역사학 등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다 보니 하루에 다 관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해요. 인문학을 아끼는 여러분이라면 출구를 찾지 못할 것도 같습니다. ^^
 



“역사는 현재를 이해하는 단서다”

“민족과 국가를 위해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왜 유효할까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처럼, 박물관에서 잠자고 있는 과거의 흔적은 단지 잠을 자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나약한 개인으로 시대의 격랑을 마주한 지금. 고요한 박물관 안에서 자신과 나누는 “시끄러운 대화”. 매력적이지 않으세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작은 단서 하나 얻고 돌아온다면, 특별한 주말이 될 겁니다. 

모든 전시장 관람이 끝난 후에도 1층 인문학아카이브도서실에 가면 인문학 관련 단행본과 연속간행물 그리고 시청각 자료 등을 열람할 수 있는데요. 전시실과 달리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니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인문학 박물관에서는 개인 및 가족단위로 모집하는 정규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중 북촌탐방 코스가 인기인데요. 12월까지는 예약이 만료됐고 곧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홈페이지 공고를 주목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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