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신문이 주는 소소한 재미는?

2012. 2. 2. 09:3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저희 집에서는 연말이 되면 꼭 하는 연례 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연말맞이 대청소인데요. 보통 다른 가정에서는 봄에 하는 그것을 저희 집에서는 연말에 하는 것이지요. 남편은 하기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지만 행여나 저의 잔소리를 들을까 싶어 어쩔 수 없이 참여를 하곤 합니다. 

손이 잘 닿지 않아서 한동안 닦지 않았던 가구 위의 뿌연 먼지도 닦아내고 손자국이 남아 있는 유리창도 닦으면서 대청소는 하루 종일 이어지는데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던 잡동사니들도 이 때 정리합니다. 

뭐든지 버리지 않고 쟁여 두는 걸 좋아하는 저는 이건 이래서, 저건 또 저래서 다른 각각의 핑계를 대며 버리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 일은 주로 남편이 맡아서 하는 편인데 어느 순간 조용하다 싶어 가보면 남편은 모아두었던 책을 읽고 있거나 물건들을 싸놓았던 오래된 신문을 펼쳐서 기사를 읽고 있기 일쑤입니다. 

재미있는 건 처음엔 청소하다 말고 뭐하는 거냐고 잔소리를 하던 저도 어느 순간 남편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오래된 신문 기사를 읽고 있다는 거죠. 길게는 1년 가까이 지난 기사이거나 적어도 몇 개월은 된 기사들이고 당시에는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던 것들인데 청소 도중에 읽는 건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요. 

특히 국내외 정치와 경제가 신문이 발행된 당시와 현재 상황이 차이가 있을 경우나 그 당시 열애설을 극구 부인했던 연예인들이 현재 결혼을 한 경우는 더욱 재미있습니다. 

뒤늦게 읽는 신문은 왠지 모든걸 위에서 바라보며 조망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니면 청소 중에 잠깐 농땡이를 부리면서 읽는 것이라 그런 것일 수도 있고요. 

얼마 전에는 김장을 하면서 바닥에 양념이 묻지 않게 깔아 놓은 신문 기사를 읽다가 친정 어머니께 잔소리를 듣기도 했지요. 그럴 때 보면 남편한테 청소 안하고 신문 본다고 잔소리 할 처지는 못 되는 것 같네요. 
 
 
읽는 재미를 주는 신문
 

<출처 – 한국언론재단 ‘2008 언론 수용자의 인식 조사’>


요즘은 신문을 보는 가정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의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그런 매체를 통해서 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정에서 인쇄된 종이신문을 구독하는 수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지요. 

통계를 보면 2002년만 해도 ‘52.9%’였던 신문 구독률이 올해는 ‘26%’ 정도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사실 저희 집만 해도 스마트폰 사면서 신문을 끊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을 하긴 했지만 전 책이든 신문이든 종이 감촉을 직접 느끼고 종이 냄새를 맡으면서 읽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아직 구독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사들은 때로 너무 가볍게 느껴지거나 ‘진정성’이 좀 떨어진다거나 하는 기사들이 종종 있어서 의아스러울 때가 있지만 종이로 발간되는 신문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신문 구독을 계속 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지요. 

신문은 주로 정보 전달의 매체로 사용되긴 하지만 전 신문의 매력은 그것 외에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각 신문사마다 눈여겨 볼 만한 기획 기사를 많이 쓰고 있어서 신문만 읽어도 여러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저희 부부가 그러는 것처럼 시간이 지난 신문을 읽으며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기도 하고, 매일매일 꼼꼼하게 활자들을 읽어나가며 뇌 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치매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실생활에서도 유용한 신문

이런 표면적인 용도 외에도 신문은 실생활에서 정말 유용하게 쓰입니다. 무나 배추를 오래 보관하기 위해선 신문으로 싸서 보관하면 되고, 김장할 때처럼 바닥에 깔아서 깨끗하게 요리할 수 있게 해주고, 자장면 같은 배달 음식을 시켜먹을 때도 신문을 깔고 먹으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다 먹고 난 후에 신문지로 그릇을 싸서 내놓으면 보기도 좋고요. 게다가 겨울 부츠처럼 관리가 어려운 신발 안에 넣어두면 습기 제거에도 좋고 냄새도 덜 난다고 합니다. 저 어릴 때는 유리창 청소할 때 신문을 뭉쳐서 닦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사용하는 분들은 없겠지요.

얼마 전에는 남편이 신문으로 포장한 소국을 선물로 안겨줬는데 화려하게 포장된 꽃다발은 아니었지만 나름 로맨틱하더군요. 


 
 
신문의 용도에 대해 반은 농담 삼아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실생활에서 신문만큼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물건도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본래의 용도 외에도 다방면에서 활용이 가능하니 말이에요.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조만간 연말맞이 대청소를 해야겠습니다. 이번에도 남편은 마지못해 도와주는 척을 하겠지만 베란다 한쪽에 쌓아둔 옛날 신문 정리를 시키면 신나서 할지도 모르겠네요. 분명 또 어느 순간 조용해지면서 편하게 앉아 정리하던 신문을 읽고 있겠지만 이번에는 그냥 모르는 척 눈감아줘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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