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참된 즐거움

2012. 3. 16. 11:19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이미지 출처: flickr/Dan Sumption>




어렸을 적 내가 학교를 갔다 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신문을 보는 것이었다. 가방도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채, 거실 바닥에 엎드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문을 읽었다. 어린 여자애가 신문을 열심히 읽는 게 신기했던지, 가끔 집에 놀러 오시는 어른들은 “우와, 신문 참 열심히 읽네” 하며 놀라워 하셨다. 나의 이러한 신문 읽는 습관은 중 3 때까지 계속 되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내가 다니는 대구 외국어 고등학교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지라 주말에만 집에 갈 수 있다. 조금 불편하긴 해도 생활하기엔 큰 무리는 없었지만 신문을 읽을 수가 없었다. 바깥세상과 소통하던 창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자 가슴이 막힌 듯 답답했다. 신문 외에도 tv나 인터넷역시 이용하기 힘들기 때문에 나를 비롯한 우리학교 학생들은 정보에 둔감했고, 설령 접한다 해도 얕은 인터넷 정보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신문과 비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달 후, 학교에서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 신문 신청을 받았다. 나는 신청을 하지 않았지만 친한 친구들이 신문 신청을 해서 자연스럽게 신문을 돌려 보게 되었다. 몇 달 만에 받아보는 따끈따끈한 신문들이 어찌나 반갑던지.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재회한 기분이었다. 사실 주말에 집에 가면 신문을 볼 수 있었지만 일주일 치를 한꺼번에 봐야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와 나란히 앉아 신문을 보며 우리나라 교육 정책에 관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고 가슴이 훈훈해지는 기사에 감동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다수의 친구들이 신문을 재밌어 하는 내 모습을 신기해했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자기는 신문을 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내신 공부를 하고, 각종 어학 시험과 자격증 시험 까지 준비 하자니 신문 하나 읽는 것이 너무 벅차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주위에서 논술과 구술 면접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하니 읽기는 읽는데, 재미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 친구 앞에선 고개를 끄덕거리며 수긍을 했지만, 돌아서서는 마음이 씁쓸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반 교탁 위에는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신문들이 쌓여갔다. 학생들에게는 신문이 단지 논술과 구술 면접에 필요한 것 일 뿐일까? 안 그래도 공부가 부담스러운데 짐이 될 뿐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렸을 적 그 누구도 나에게 신문을 읽으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장하긴 하셨지만 신문을 읽는 건 순전히 나의 의지였다. 어쩌다 보니 손에 잡히는 게 신문이었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건 어린 나이에도 참 매력적이었다. 신문 기사에는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 의견에 동의하기도 하고 비판하기도 하면서 자연스레 비판력이 길러졌다. 수줍움을 많이 탔고 지금도 내성적인 편이지만, 토론 대회나 논술 대회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던 건 신문에 의해 길러진 논리적인 비판력이 큰 몫을 했다. 또한 신문에서는 고급스런 문체와 어휘를 접할 수 있어 글쓰기 실력 향상과 속독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신문을 꾸준히 접하다 보니 어느 덧 기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생겼고, 언론학과 쪽으로 대학진학을 희망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이 모든 것을 목표로 하고 신문을 읽은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신문을 읽는 것이 아니라, 신문을 읽음으로써 그렇게 되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신문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는 아마 신문이 공부로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해야 하는 일이 공부로 느껴진다면 누구한테나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본래 신문은 세상과 소통하고 정보를 얻는 곳이다. 하지만 요 근래 그 의미가 변질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매일 아침 신문을 읽는 습관을 들여보자. 어느새 신문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1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모음집>중 장려상 고등부 수상작 류가영 (대구외국어고 3학년)님의 ‘신문의 참된 즐거움’을 옮겨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