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작가가 본 ‘세종대왕’의 독서 방법 3가지

2012. 5. 25. 14:02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소위 ‘책벌레’로 불리는 이들의 독서법을 엿보는 것은 묘한 즐거움입니다. 때로는 그 사람의 독서법이 그 사람의 많은 것을 대변해주기도 하지요. 그는 세심한지 털털한지, 양을 중시하는지 깊이를 중시하는지, 급한 성격인지 느긋한 성격인지까지 말이죠. 소위 ‘성공한 이들’의 독서법을 소개한 책이 시중에 즐비한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그들의 어떤 독서가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는지 솔깃하잖아요?

 

그렇다면 이 분은 어떨까요? 우리 영혼의 뿌리를 심어주신 분, 뜨거운 자부심과 찬란한 자긍심을 안겨주신 분, 설명할 수 없이 아름다운 선물을 남겨주신 분(아름다운데다 과학적이고 실용적이기까지 하지요). 짐작하셨듯 이 분은 바로 세종대왕이십니다. 전 세계 언어학자들이 그 정확성과 치밀함에 혀를 내두른다는 한글을 우리에게 전해주신 분이지요. 전무후무한 존경심을 한 몸에 받으시는 이 분의 독서법, 심히 궁금하지 않나요?

 

 

 

 


“책이 닳아 해어질 때까지 읽다”

 

같은 책도 읽는 이에 따라 천차만별. 사람의 생김새와 개성만큼이나 다양하고 다채로운 반응과 효과를 얻게 된다는 것이 놀랍지 않나요? 같은 책을 두고 삶을 변화시키는 이가 있는 반면 시간과 에너지 낭비뿐인 헛수고를 되풀이하는 이도 있습니다. 열을 배우는 이가 있고, 하나를 얻는 이도 있지요. 그렇다면 과연 성군 세종은 나라살림을 다스리는 분주함 속에서 짬을 내 독서를 하며 어떻게 자신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는 지혜를 얻었을까요?

 

 

 

 

 


하나, 세종은 ‘책을 묶은 가죽 끈이 닳아서 끊어질 때까지’ 책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가죽 끈이 끊어질 정도로 읽으려면 몇 번이나 읽어야 하는 걸까요?
기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백독백습(百讀百習)’하였다 합니다. 즉, 같은 책을 백 번 읽고 백 번 옮겨 적는 것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모든 책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음을 의미합니다. 덮으면 그만인 독서가 아니라 책의 구절 하나 하나, 심지어 행간의 숨겨진 의미마저도 캐어내 그 글을 쓴 사람의 모든 것을 그대로 구하고자 했습니다. 


둘, 언제 어느 때고 책을 가까이 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어려서부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태종실록에도 경서는 물론이고 역사책 등 궁궐 안에 있는 책 중에서 읽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왕의 자리에 오른 뒤에도 언제 어느 때고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으니 신하들에게는 그 자체로 이미 모범을 보인 것이 됩니다. 이쯤 되면 세종대왕이 다스리던 시기가 조선 최고의 태평성대인 동시에 문화, 사회, 의료,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도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독서가 예지와 통찰과 연구로, 이는 다시 실천으로 옮겨 왔을 것입니다.

 

셋, 세종대왕은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토론과 소통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요즘은 독서논술토론이 활성화되어 있지만 몇 백 년 전 왕실에서 왕을 중심으로 독서토론이 열리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세종은 그만큼 시대를 초월해 앞서가는 왕이었습니다.(사족이지만, 조선에서 사가독서제賜暇讀書制, 즉, 독서와 학문에만 몰두할 수 있는 휴가를 최초로 실시한 왕도 바로 세종대왕입니다. 이는 그가 독서를 얼마나 중시했는가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토론의 핵심은 의견교환입니다. 이는 즉 세종대왕이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아랫사람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진정한 군주였음을 설명해줍니다. 신하들과의 진지한 토론을 통해 모은 지혜를 정책에 반영하기도 하였지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같은 책이라도 읽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의견이 발생하곤 합니다. 때로는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길을 발견하기도 하지요. ‘혼자 묵상하는 독서’도 중요하지만 ‘함께 공유하는 독서’도 빛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최고의 독서법은 ‘나에게 맞는 독서법’

 

그렇다면 최고의 독서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세종대왕처럼 백 번 읽고, 백 번 쓰는 독서만이 훌륭한 독서일가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핵심은 위대한 군주로 불리는 세종의 독서법을 벤치마킹하되, 나에게 맞는 고유의 독서법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겠죠. 세종처럼 ‘반복된 정독’도 좋고 ‘열린 독서’도 좋습니다. 나에게 맞는 옷을 재단하듯 내 삶을 가꿔줄 독서법을 구축해보세요.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빼놓을 뻔 했네요. 마지막으로 세종의 일화를 통해 독서법의 제 1법칙을 알려드리려 합니다. 귀기울여주세요. 하루는 밤낮 계속된 독서로 눈병이 난 세종을 위해 아버지 태종이 방에 있는 모든 책을 치워버렸답니다. 그런데 병이 난 세종이 방안을 거닐다 병풍 뒤에 숨어 있던 책 한 권을 발견하고는 너무 기뻐 껑충껑충 뛰었다지 뭡니까.

 

독서법의 가장 중요한 법칙을 발견하셨나요? 맞습니다. 그것은 바로 ‘읽기 그 자체를 간절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자기계발에 탁월하다니까, 남들 다 읽는다니까 부득불 읽는 독서에서 벗어나 책과 절친이 되어 보세요.

몽테스키외의 말처럼 심지어 모든 슬픔도 한 시간의 독서로 풀리는 날이 찾아오지 않겠어요?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