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의 작가 최명희 문학관을 직접 방문해보니

2012. 6. 18. 11:2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이제 곧 여름방학이죠? 휴가 계획도 많이 세우고 계실 텐데요. 휴가를 어떻게 보내실 계획인가요? 마음을 달래주는 책과 함께라면 호화로운 휴양지 못지않은 안식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다양한 즐길 거리와 편안함, 책이 함께하는 최고의 여행지가 있습니다. 누구나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 갈 수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최명희 작가의 ‘독락재(獨樂齋)’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책 표지 출처-인터넷 서점 알라딘]



최명희 작가는 전북 남원시에서 태어나 전주시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습니다. 남원에는 최명희 작가의 생가인 ‘혼불 문학관’이, 전주에는 ‘최명희 문학관’이 있죠. <다독다독>이 찾아간 곳은 전주의 최명희 문학관이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전주’는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유명하죠. 국내외 여행객이 추천하는 가장 한국적인 여행지 전주의 한옥마을에 가면 최명희 작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독락재(獨樂齋)― 스스로 즐기는 공간

한옥마을에 들어서서 최명희 길을 따라 걷다보면 최명희 문학관이 나타납니다. 문학관은 단아한 한옥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낯선 타지의 여행지가 아닌 지인의 집을 방문한 것 같은, 반갑고도 설레는 마음을 안고 들어섰습니다.

최명희 문학관의 본관은 ‘독락재(獨樂齋)’입니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홀로 즐기는 공간’이라는 뜻인데요. 최명희 작가는 ‘혼불’을 집필할 당시 즐겁게 독락하며 글을 썼다고 해요. 그래서 홀로 지내는 것을 ‘즐기는 경지’에 이른 그를 나타낼 수 있도록 ‘독락재’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독락재에는 ‘방문객도 좁은 공간을 즐기며 최명희의 문학에 취하라’는 의미도 있다고 해요.  독락재 앞 쪽에는 누구나 앉아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독서당이 있어 독락의 의미를 마음에 새길 수 있어요.




민족의 존재의 불 ‘혼불’

독락재는 넓지는 않지만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나지막한 최명희 작가의 육성과 함께 나무냄새, 책 냄새가 그녀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독락재에는 작가의 손때 묻은 원고들과 생전 모습들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최명희 작가를 대표하는 ‘혼불’ 책들로 쌓은 전시물입니다. ‘혼불’은 전체 10권으로 이루어진 대하소설로 최명희 작가의 대표작입니다. ‘혼불’이라는 단어는 책이 발간된 이후인 1990년대에 국어사전에 등재되었다고 하는데요.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존재·목숨의 불로, 죽기 얼마 전 몸속에서 빠져나가는 정신의 불입니다. 최명희 작가는 ‘혼불’을 존재의 핵심이 되는 불꽃으로서 인식하고 혼불이 살아있는 시대를 꿈꾸며 우리역사에서 가장 아프고, 쓰라린 상처를 글로서 써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사실 ‘혼불’은 완결이 나지 않은 작품이라고 해요. 애초에 최명희 작가는 해방 이후의 진짜 혼이 살아 숨 쉬는 민족의 모습도 쓰고 싶어 했으나 건강악화로 10권에서 집필을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쌓아 오른 책들 아래에는 책 속의 구절들이 짧게 오려져 있는데요. 학예사 분들이 문학관의 방문객들에게 ‘혼불’속의 한 구절을 나누어 드리기 위해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글귀가 마음에 와 닿으시나요?




“나는 일필휘지를 믿지 않는다”

흔히 천재는 악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명희 작가의 자필원고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요. 최명희 작가의 필체에는 그녀의 여성스러운 성품과 차분함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원고뿐만 아니라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글을 보면 사소한 글이라도 곧게 쓴 그녀의 한결같은 성품을 알 수 있습니다. 독락재에는 1만 2천여 장의 ‘혼불’ 원고와 함께 “나는 일필휘지를 믿지 않는다”는 최명희 작가의 말이 적혀 있습니다. 그녀는 일필휘지의 강력함만이 아닌 천필만필의 다듬어진 힘으로 ‘혼불’을 써내려갔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인지 최명희 작가의 글에는 단어 하나에도 그녀의 고뇌와 정성이 녹아있는 것 같습니다.



방문객과 소통하는, 살아있는 문학관

최명희 문학관에는 방문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필사의 탑’은 1만2천매의 혼불 원고를 방문객이 참여하여 완성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내가 쓰는 원고지 한 장이 모여서 ‘혼불’의 1만2천매가 된다고 하니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또 독락재 안에는 최명희 작가와 관련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그녀의 여운을 좀 더 오래,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혼불문학제, 감상 나눔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문학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락재 밖에서도 소소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데요. 벽에 그려진 ‘혼불’과 돌담에 그려진 들꽃, 문학관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돌 소녀까지. 최명희 문학관은 딱딱하고 엄숙한 분위기 보다는 친근하고, 끊임없이 살아있는 공간으로서 방문객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이번 여름 여행지는 전주한옥마을로!

최명희 문학관은 교동아트센터, 전주부채문화관과 이웃해 있습니다. 교동아트센터에서는 새롭고 다양한 주제의 전시들을 관람할 수 있고, 부채문화관에서는 부채 만들기 체험과 전통 부채들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한옥마을 주변에는 이밖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으로 손꼽히는 ‘전동성당’과 조선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 공예품 전시관 등 하루 만에 둘러보고 떠나기엔 아쉬운 것들이 많습니다.




최명희 작가는 전주를 ‘꽃심 지닌 땅’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꽃심’은 언제나 새로움과의 만남 이라는 진보적이며 중심적인 의미인데요. 이번 여름에 전통적이며 진보적인, 우리 문화의 중심인 전주한옥마을과 최명희 문학관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