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생각하는 책읽기란 어떤 것일까?

2012. 6. 22. 10:28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새해가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년이 지나 방학이 찾아왔습니다. ‘여름’하면 떠오르는 여러 시원한 이미지들을 뒤로 한 채 여러분은 높은 영어성적, 점수 채우기 식의 봉사, 다양한 자격증 등 빠르게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일들만을 찾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많은 20대들의 공감을 받는 소설가 이외수님의 책 ‘장외인간’을 보면 ‘예전에는 책을 읽지 않으면 대학생 취급을 받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생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대학생 대접을 받는다. (생략) 밤이 깊었다. 나는 잠이 오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외수님의 말처럼 지금의 대학생들은 책 읽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것 같아요. 대학생들이 많은 질타를 받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여러분, 도대체 우리는 왜! 책을 읽지 않는 걸까요? 도대체 왜! ‘대학생들의 연간 도서 대출은 초등학생의 25분의 1’이라는 충격적인 기사를 접해야 하는 걸까요? 누군가 한 번쯤은 던져봤어야 하는 질문을, 대학생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대학생들이 얘기하는, 내가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이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넘쳐나잖아요“ “저는 드라마도 잘 보지 않아요. 하지만 음악을 듣는 것, 영화를 보는 것은 좋아해요. 책도 그렇게 여러 선택 중 하나 아닌가요? 취향에 따라 선호하지 않을 수 있죠. 자신에게 맞는 취미생활이 아니라면, 굳이 강요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신현 군




모 대학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2학년인 박신현 군은 “독서란 자신의 필요에 따라 행해질 여러 취미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TV드라마, 블록버스터 영화,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 등 우리 시대에는 꼭 책이 아니더라도 ‘재미’를 추구할 다양한 매체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시각적, 청각적 자극으로 가득한 이 시대에 가만히 앉아 글을 읽는 것이 지루하고 소용없는 일로 느껴지는 것은 박신현 군만의 일은 아닐 겁니다. 실제로 책을 자주 읽는 학생들도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독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책을 꽤 읽어요. 전공 참고서적으로 제한돼 있을 뿐이지만...주어진 일로 어쩔 수 없이 책을 읽는 경향이 있어요. 스터디 때에도, 동아리 모임에서도 책을 통해 지식을 쌓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목적을 갖지 않은 독서는 잘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인 것 같아요.” 

-화학과 김현주




주변에서 평소에는 책을 잘 찾지 않던 대학생들이 성적을 위해,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반짝 ‘읽기’에 열중하는 것은 보기 드문 광경이 아닙니다. 20대의 가장 최종적인 목표가 ‘넓은 인간관계’ 혹은 ‘다양한 경험’보다도 ‘안정된 취업’이 돼버린 이 시대에서, 따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책 읽기’로부터 꼭 그만큼의 효용을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책 읽기는 투자한 만큼의 효용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바로 20대의 읽기 문화를 시들게 하는 근본적 원인이 아닐까요?


그 외의 이유로 대학생들은 아래와 같이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이유’로 꼽았습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20대 <다독다독> 가족들도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고 계신가요?


- 영화가격보다 비싼 책 값

- 문학을 분석하는 교육에서 비롯된, 독서는 어렵다는 편견

- 책을 전혀 읽지 않아도 무사히 끝마칠 수 있는 대학 교육과정



대학생이 얘기하는,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대학생들에게 이야기를 들어 본 결과, 모두들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이유’를 하나씩은 갖고 있었는데요. 동시에 많은 대학생들이 “책을 읽어야 하는데..”라는 말도 덧붙였어요. 그렇다면 자신 없게 이어지던 그 얘기에 확신을 심어 줄 의견을 한 번 들어볼까요? 사회의 저명한 어른이 아닌 우리 또래의 입으로 듣는 독서의 이유, 함께 들어보시죠.


“책을 읽는 것, 진정한 대학생이 되기 위한 관문 아닐까요? 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잖아요. 주어진 공부만 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했으면서 또 다시 주어진 대로만 습득하려 한다면, 그것이 청춘일까요? 더 넓은 시야로 더 깊은 것을 추구하기 위한 공부로 가장 좋은 선생님은 책이죠.” 

-영화영상학과, 이승원




넓은 시야를 갖기 위해 이 시대의 젊은이들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경험을 위해 여러 기회에 도전하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더 많은 모임에 참석합니다. 하지만 가시적인 무언가를 얻기 위해 투자하는 긴 시간의 이면에 스스로의 가치관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 빠져 있지는 않은지요? 

사회와 마주하며 많은 불만과 혼란을 만들 수 있는 시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확실히 구분 짓기 위해서, 또는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르는 기준점을 세우기 위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건 바로 ‘책’일 것입니다.


“세상의 단편적인 모습들만 보는 것은 재미 없잖아요. 책 중에서도 고전문학이 정말 재미있어요. 표면의 텍스트가 아닌, 심층적인 내면을 읽어낼 수 있거든요. 마치 여자의 화장을 보고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남자처럼, 만들어진 글 뒤의 의도와 본질로 인해 가슴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고전문학의 매력이죠.” 

-노어노문학과, 위대성





빨리 먹고 빨리 치울 수 있는 패스트푸드, 빨리 유행이 되고 또 그만큼 빨리 인기를 잃는다는 요즘 시대의 패스트뮤직. 하지만 우리들은 구수한 어머니 표 된장국에서 마음 가득한 여유를 느끼고, 가끔씩 듣는 십여 년 전의 발라드 가사를 통해 진심 어린 위로를 받습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통해 글자 자체가 아닌 문맥이라는 것이 우리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고, 우리의 숨을 턱 막히게도 합니다. 우리가 듣고 싶은 얘기들을 전해주는 매체는 많지만,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머릿속으로 끌어들이도록 그 자리에서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은, 오로지 책뿐이죠.

어떠세요 여러분, 지금 20대에게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이렇게 다양한 의미로 받아들여지는군요! 책을 읽는 것? 또는 읽지 않는 것? 어떤 것도 강요 될 수는 없습니다만 선택이 아닌 강요에 의한 책 읽기는 오히려 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을 심어 줄 테니까요. 하지만, 혹시 내가 책에 대한 오해를 가지고 있었다면? 혹은 책에 대한 막연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다시 한 번 책장의 책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 봐 주세요. 책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여러분과의 대화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신문은?

책 외에도 정말 좋은 읽을거리인 신문에 대해서도 의견을 들어봤는데요. 신문을 읽지 않는 이유는 의외로 현실적이었습니다. ‘신문 분량이 너무 많아 읽기 부담스럽다’, ‘원하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인터넷 기사가 있는데 굳이 종이 신문을 읽을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라는 의견이 많았어요. 신문 읽기를 시도했다가도 ‘신문 읽는 습관이 없어서’, ‘신문 용어가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네요. 신문은 ‘정보편식’이 심한 20대에게 사회의 다양한 부분을 보여주는 창구이니만큼 좀 더 신문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