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남기신 ‘마지막 선물’

2012. 7. 10. 22:21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재작년 8월 아버지는 간경화로 돌아가셨다.
잦은 병원 생활로 늘 피곤해하시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4개월 전부터는 입원 치료를 받으셨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셨던 아버지는 급기야 휠체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아버지가 하실 수 있는 유일한 소일거리는 ‘신문 읽기’였다. 아버지께서 신문 보시는 모습은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였으니 5년은 족히 넘었던 것 같다.






인테리어 공사 일을 하셨던 아버지는 여유로운 시간이 비교적 많으셨다. 아침에 식사 준비로 분주하신 엄마와 누나, 그리고 마루에서 여유롭게 신문을 읽고 계신 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집 일상 풍경이었다. 아버지가 신문을 보고 계실 때만큼은 아픔도 잠시 잊어버리신 듯 평온해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는 ‘신문은 마치 고통을 잠재우는 진통제’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던 아버지께서 누나가 고3이 되면서 신문을 읽어 주기 시작하셨다. 누나는 수능 준비로 바쁜 보통의 고 3과 같았지만,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았던 터라 학원에 다니지 못했다. 다행인지 누나는 혼자 꿋꿋하게 공부했고, 아버지는 신문으로 그런 누나를 도와주셨다.


신문을 꼼꼼하게 읽으셨던 아버지는 중요한 내용을 오려 누나에게 건네 줬다. 아침에 여의치 않으면 아버지는 누나의 책상에 메모와 함께 신문을 올려놓았다. 안타깝게도 아버지는 누나의 수시 합격 소식을 듣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누나는 그런 아버지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았다. 경기대 회계세무학과에 수시 전형으로 당당히 합격했고, 지금은 대학 생활에 푹 빠져 있다.


나는 그런 아버지와 누나의 모습에 올해 초 엄마를 졸라 신문을 다시 구독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어 글쓰기와 책 읽기에 더 관심도 두게 되었고, 예전에 누나와 아버지가 신문으로 얘기하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비록 초등학생이던 나에게 아버지는 직접 신문을 읽어 주시진 않았지만 누나를 통해 아버지의 마음이 전달되었던 것 같다.


“아버지,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계시죠. 저도 아버지께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당당히 살아갈게요. 그리고 신문을 좋아하셨던 것처럼 저도 신문을 열심히 볼게요. 잘 지내세요….”


 

 

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2012년 신문논술대회 수상작> 중 중등부 은상 이현수 님의 '아버지가 남기신 마지막 선물'을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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