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친해지는 절호의 기회

2011. 5. 19. 15:0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즘 지인들과 만날 때, ‘날씨 참 좋네요’라는 첫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싱그러운 5월의 봄이 절정을 향하고 있는데요.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이런 날 여러분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시나요?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라고 하지만, 따뜻한 햇살 아래 신선한 바람이 부는 봄도 책을 읽기에 너무 좋은 계절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책과 함께 사색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알려드릴까 하는데요. 좀 더 책을 재미있게 읽고 싶은 분들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





책으로 만나는 음악, 영화, 세상 이야기

단순히 읽기만 하는 책이 아닌 책을 통해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어 보는 뜻깊은 만남의 시간이 있다고 합니다. 바로 ‘책 읽는 서울 – 책으로 만나다’라는 프로그램인데요.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된 독서 문화 캠페인 ‘책 읽는 서울’은 문화의 거리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서 4월부터 10월까지 매월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화요일 저녁에 진행되고 있는데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책과 친해지는 계기를 만들고 있답니다.

이날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유정아 아나운서가 전해주는 책 이야기가 준비돼 있었는데요. 함께 한 책은 필립 로스(Philip Roth)의 ‘울분’이었습니다. 책 속의 내용을 통해 유정아 아나운서는 어떤 이야기를 펼칠지 기대하며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답니다.


잠시 기다리는 시간에도 사람들은 각자 준비해 온 책과 신문 읽기에 몰두 중이었는데요. 사색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실내 분위기 때문에 카메라 셔터 소리도 내기 민망할 정도였답니다.

책에 대한 작은 토론의 장

책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특별히 클래식 음악 연주도 있었는데요. 저절로 눈을 감고 음악에 빠져들게 할 만큼 아름다운 무대였답니다. 연주가 끝난 후 유정아 아나운서의 책 이야기가 시작됐는데요. 
 


‘울분’의 작가 필립 로스는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일컬어지는 작가라고 니다. 2008년에 발표된 이 책은 1950년대 초의 유대계 청년의 삶을 그린 소설인데요. 젊음의 격정과 울분 그리고 역사와 충돌하는 비극을 짧은 페이지 속에 담은 이 책은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유정아 아나운서는 줄거리 설명이 끝난 후 여러분들이 울분을 토로할 만한 일이 있었다면 이 시간에 한번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이에 대해 신입사원이 겪는 상사와의 갈등, 책을 읽은 후 생각한 세상 부조리에 대한 울분, 차별에 대한 울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제가 필립로스를 통해 생각해 보고자 했던 것들이 그런 것이었어요.라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는데요.

 

세상에 수면 위로 드러나 있지 않은, 그렇게 크게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억압이나 차별들을 포착해보고 싶었습니다.

 

세상에는 모순도 많이 있지요. 책의 내용 중 유대인들은 정결한 고기를 만들기 위해 고기를 사흘에 한 번씩 빗자루로 쓸고 물로 닦는다고 하죠. 그렇다고 정결해 질 수 있을까요? 정결해지지 않는걸 알면서도 그것은 하나의 의식이기 때문에 정결해지리라 믿고 행하는 행동이지요.

 

이처럼 우리는 모순된 삶을 품고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가 아닐까 합니다. 소설의 주인공이 항상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결국에는 최악의 인생을 살아야만 했던 것처럼 말이죠.라고 말하며 오늘의 책을 선택한 이유와 자신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 했습니다.

 

바로 이런 '모순과 차별 속에서도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는 모두 울분을 토하는 존재'라는 그녀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많은 공감을 했답니다.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의 분노와 그것을 통제할 수 없는 젊은 주인공을 통해 보는 우리의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이 최상이 될 수 없다는, 어쩌면 무기력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이날 강연의 핵심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2시간 가량 이어진 유정아 아나운서의 책 이야기는 이렇게 줄거리, 작가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날 유정아 아나운서의 책과 세상 이야기는 책을 읽지 않았어도 이야기의 감동이 와닿을 만큼 재미있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2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였답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소설은 우리가 선뜻 읽기에는 손이 가지 않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와 책을 통한 세상의 이야기를 들어본다면, 참을 수 없는 독서의 욕구를 느낄 것 같은데요.

아마 모였던 많은 사람들 중 이 책을 읽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집에 가는 길에 서점에 들른 사람도 많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 세상과 만나다는 이외에도 , 음악과 만나다’, ‘책 영화와 만나다라는 주제로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는데요. 앞으로도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되지 않나요?

 

서울문화재단에서는 이외에도 다양한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책과 함께 토론의 장을 마련하는 한 도서관 한 책 읽기와 책을 통한 문화 나눔을 실현하는 움직이는 서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읽기문화 확산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는 올해 서울시 공공도서관 87곳에서 소통과 배려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는데요. 한 권의 책으로 하나가 되는 서울을 목표로 서울 전역의 도서관에서 한 책을 선정해 지역 주민이 함께 읽고, 책에 관해 토론하며 문화활동을 하는 독서 운동입니다.

2004년부터 꾸준히 진행된 독서 운동을 통해 시민들이 도서관을 찾아가 청소년부터 대학생, 성인들까지 자발적으로 독서 토론회를 만들어 정기적인 토론을 하는 등 읽기문화 확산에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하는데요.

 

이외에도 서울문화재단에서 우수 도서관을 선정해 수상도 하며 지역민들에게는 독서문화 활성화를, 도서관에게는 문화 커뮤니티 기능을 할 수 있는 역량강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답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글을 읽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장문의 글은 기피하고 짧고 강렬한 글만 찾다보니 읽기에 대해 소홀해지는 것 같습니다
.

 

그런 읽기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마련된 이번 독서캠페인은 그동안의 뻔하고 지루한 캠페인이 아닌 책과 문화가 결합된 신선한 프로그램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번 기회에 내가 읽던 책 속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가는 깨알 같은 재미를 느껴보시는 건 어떠세요? ^^ 눈으로 읽던 책이 아닌 이야기로 듣는 책, 토론을 통한 책 나눔, 그 특별한 경험을 통해 책과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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