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 김대우 감독이 말하는 Reader가 되는 방법이란?

2011. 4. 12. 09:4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2011의 시작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추위도 끝나고 따뜻한 봄이 시작되는 4월입니다. 연초에 세우는 계획 중 ‘독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목표일텐데요. 혹시 새해 첫날 큰 맘 먹고 구입한 책이 지금 책상에 쌓여있지는 않나요?

우리나라 국민 10명중 4명은 한해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더불어 신문 구독률 역시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요즘 우리는 무언가를 읽는 것에 소홀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막상 책을 읽으려 해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처음엔 의욕에 넘쳐 읽던 책이 점차 손에서 멀어지던 경험, 다들 한 번씩은 있겠죠? ^^

지난 4월 4일 <리더스 콘서트>의 세 번째 강연자, 책읽기라면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는 다독의 왕 김대우 감독을 만나 진정한 Reader가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500번 넘게 읽은 ‘로빈슨크루소’


김대우 감독이 어렸을 때는 집에 읽을 책이 한 권도 없었다고 합니다. 유일한 책은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읽었던 ‘태평양 전쟁’이었다고 하는데요. 어린 나이임에도 일본군의 잔학행위를 생생히 묘사한 이 책에 꽂혀 몇 번이고 계속 읽었다는 다소 독특한 책 읽기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책 읽기의 재미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로빈슨크루소’를 읽었는데요. 특이하게도 출간된 모든 버전의 책을 읽으며 500번도 넘게 읽고 또 읽었다고 합니다. ‘로빈슨크루소’가 무인도에서 건져낸 물건들이 버전마다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만큼 많은 버전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하자 청중들은 웃으며 열광했답니다.

‘로빈슨크루소’에 그렇게 열광했던 이유는, 혼자 있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묘한 느낌이 나고 재미있었기 때문이라는데요. 로빈슨크루소처럼 혼자 있는 시간과 책을 읽는 시간을 사랑했기 때문에 이후에 수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김대우 감독의 말처럼 책 읽기는 타의가 아니라 자기가 좋아서 읽어야만 흥미가 생기고 더욱 책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요?


좋은 책을 고르려 하지 말고 우선 무조건 읽어라

고등학교 때 같은 반 친구가 선물해줬던 윤동주의 시집을 읽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대학 입학 후 처음 찾아간 곳이 문학반이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과 비교하면 정말 좋은 책, 꼭 읽어 봐야할 책 등을 모두 잘 알고 있는 사람들뿐이라서 쉽게 앞에서 말을 꺼낼 수 없었다는데요.

어느 날 토론을 하던 중 누군가 윤동주의 시에 대해 폄하를 하자 자신도 모르게 윤동주가 왜 좋은 시인인지 설명을 하게 됐는데요. 그렇게 말을 하고 난 후 어떻게 자기가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그동안 읽어 왔던 책들 때문에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지금 읽고 있는 책, 혹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어 도중에 그만둔 경험이 있지 않으세요? 과연 그 일들이 정말 의미가 없었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신문이 너무 좋아 아내에게 프로포즈까지 했던 사연

김대우 감독은 책 뿐만이 아니라 신문의 광적인 팬이라고 합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신문이 너무 보고 싶어서 옆집에 소포가 오거나 하면 달려나갔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포장으로 쓰던 신문지를 얻어서 읽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그만큼 신문을 좋아했다는 말이겠죠?

외국 생활을 하던 중 비가 많이 오던 어느 날, 구멍 뚫린 농구화에 물이 스며들어 다 젖었었는데요. 그때 여자친구가 소포로 보내줬던 농구화 한 켤레와 함께 들어 있던 신문을 보고 농구화 보다 신문에 더 감동을 받아 여자친구에게 프로포즈를 해서 지금의 아내가 되었다고 하며, “신문은 사랑도 맺어준다.” 라는 명언도 남겼답니다. ^^

읽기를 통해 배우고 꿈꾸는 삶

강의가 끝이 난 후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신문과 책을 읽으면서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그 읽기가 지금의 김대우 감독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김대우 감독에게 읽기란 이 세상 쾌락의 극치라고 합니다. 사적인 시간의 쾌락과 읽기의 쾌락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겐 쉽게 이해되지 않겠지만 그 쾌락은 어떠한 감정보다도 더 크다고 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조언을 했는데요. 좋은 직업과 지위가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어쩜 이리도 대화가 안 통하고 감정이 부족할까’하며 절망할 때가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열이면 아홉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스펙에만 몰두하는 학생들에게 ‘신문이나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은 결국 누군가에게, 혹은 사회와 조직 그리고 민족에게까지 폐를 끼치는 사람이 된다’는 일침을 놓기도 했는데요. 또한, 누군가 읽으라고 해서 읽는 책은 그 사람에게 사용된다는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타인에 의한 읽기가 아닌 자신의 의지대로 읽는 모든 활동은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능동적인 읽기와 삶을 살 것을 앞에 모인 많은 학생들에게 조언 했답니다. 읽기를 통해 꿈꾸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조와 함께 말이지요.

지금도 아침이면 베란다에 앉아 신문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김대우 감독은 읽기를 통한 삶의 쾌락을 느끼는 진정한 리더(Reader) 아닐까요?

 
김대우 감독은 자신의 읽기 스타일을 ‘우왕좌왕’, ‘비주류’, ‘그냥저냥’ 이런 식으로 표현을 했는데요. 요즘처럼 뉴스기사나 책이 디지털화된 순위에 의해 소비되는 시대에 김대우 감독만의 읽기습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날 특강은 학생들에게 위트있고 따끔한 충고를 던져줬던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김대우 감독은 학생에게 제발 서른 살이 넘어서도 신문과 책을 더 열심히 읽고 생각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하며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동안 생각하던 읽기란 무엇이었나요? 목적 없이 그저 읽기만 했던 적도 많이 있었을텐데요. 김대우 감독처럼 읽기와 사색의 쾌락을 느낄 수 있는, 읽기 그 자체를 사랑하며 자신의 결핍을 채워주고 애착을 키워주는 읽기야말로 진정한 읽기 아닐까요? 그러한 읽기를 위해 우리도 한 번 도서관에 꽂혀 있는 이름 모를 작가의 책을 읽어보며 김대우 감독이 말한 읽기의 쾌락을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