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없는 집, 어떤 부모가 되고 싶습니까?

2012. 8. 28. 13:38다독다독, 다시보기/생활백과




"결국 마음씨 나쁜 마녀는 벌을 받고, 공주님은 멋진 왕자님의 손을 잡고 궁전으로 가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주부 김은경씨는 지난해 거실에 있는 TV를 없앤 후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부쩍 늘었습니다. 올해 6세가 된 딸을 위해 가장 잘한 일이 TV를 없앤 것이라고 말하는 이 주부, 다른 엄마들과는 어떤 차별화된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어느 순간 집안에 아이 우는 소리와 TV소리 밖에 안 들리더라구요. 그걸 깨닫게 되니까 아이 교육상 TV가 무척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죠." 아이의 교육을 위해 TV를 '유보'한건 특별한 자녀교육관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아이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자'는 생각 아래 내린 결정이었죠.


"TV를 틀어 놓으면 사실 아이를 보는 제 입장에서는 편합니다. 아이를 TV앞에 앉혀놓고 저는 집안일을 하면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TV에 익숙해지면 아이는 스스로 생각을 할 힘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았어요. TV는 수동적으로 보고 들을 수밖에 없잖아요." 






TV 자리를 대체한 것은 책장이었습니다. 거실에 TV가 없자 아이는 방에 있는 책을 갖고 나와 거실에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가져온 책이 거실에 하나 둘 쌓이자 부부는 책장을 새로 장만해 '거실 서재'를 만들었습니다. TV가 사라지자 책이 존재를 드러냈고 가족의 목소리가 한데 섞였습니다.


TV없이 사는 것, 독서 환경 조성과 학습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TV 없이 10년 이상 지낸 가정의 경우 TV가 있는 집과 비교해 환경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대학생 A양은 중학생 때 우연히 TV가 고장 난 이후 TV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고 해요. A양은 명문 외고에 진학해 좋은 성적으로 서울 소재 유명대학 영문학과에 진학했다고 하는데요. 공부에 가장 도움이 된 것으로 TV가 없던 것을 꼽았습니다.



▲중학생 때 우연히 TV가 고장난 덕에 TV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된 대학생 A 양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TV가 없어서 책 읽을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하는데요. 또 남들보다 시간이 여유로워졌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보를 얻는 수단이요? 당연히 TV보다는 책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통해서는 좀 더 깊이 있는 정보를 획득할 수 있죠. TV는 시청하는 동안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쫓아가는데 급급해 수동적인 수용이 이루어지지만, 독서의 경우 책을 읽다가 언제든 멈추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는 점입니다.” 



▲TV가 없기 때문에 거실에서 가족과 책 읽도 읽고 대화시간도 충분하다



TV가 없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가족들과의 대화시간도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봅니다. 또 스스로 시간을 조절하는 법을 배웠고요. 심심하기 때문에 결국 책을 손에 집게 되었어요. 그게 가장 좋은 점이었죠.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연습을 했어요. 그래서 또래들보다 빨리 철이 들었고 깊이 있는 사고가 뭔지 조금은 빨리 알게 된 것 같습니다. TV 사주지 않은 저희 부모님께 감사하네요.” 라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TV를 없애자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는 아닙니다. 현대인에게 TV가 없다는 것은 결국 ‘다른 것을 할’ 여유 시간이 생긴다는 뜻인데요. 독서 시간을 늘리는 한 방안이 될 수 있기에 중요한 것입니다. TV가 있던 자리에 책장을 만들면 책 속의 이야기가 이내 집안을 떠다닐 것입니다. TV가 사라지는 순간, TV로 인해 사라진 것들이 다시 생겨날 것입니다. 가족 간의 대화가 살아날 것이며 독서 분위기가 집안 곳곳에 자라날 것입니다. 당신은 미래의 자녀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싶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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