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살리기! 지역신문의 어제와 오늘

2012. 9. 5. 11:0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지금 여러분 곁에 있는 신문은 어떤 신문인가요? 여러분이 인터넷으로 보고 있는 기사는 어떤 신문사의 기사인가요? 십중팔구 전국에서 볼 수 있는 중앙지일 것 같습니다. 지역신문을 읽는 분은 좀처럼 보기 힘든 게 요즘 현실입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신문이 중앙지 못지않은 판매부수와 영향력을 자랑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지역신문이 사라지기 시작해서, 제 또래인 20∼30대는 어떤 지역신문이 있는지조차 알기 힘듭니다. 하지만 언론 전문가들과 지역사회에서는 언론과 지역 발전을 위해서 지역신문이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죠. 오늘 <다독다독>에서 소개해드릴 소재는 '지역신문'입니다.





지역신문이 왜 필요할까요? 


신문은 목표 독자들의 거주지에 따라 전국지와 지역지(지역신문)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전국지는 전국에 거주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지역지는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전국지 대신 ‘중앙지’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 발행하는 신문들이 대개 전국으로 배송되기 때문이죠.



▲충북 옥천지역 신문인 ‘옥천신문’ 1면. 지역이야기가 톱기사로 올라있다




인터넷으로 전국 소식을 다 알 수 있는 시대에 지역신문이 필요하냐고요? 아시다시피 언론사는 지면과 인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전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취재할 수도 없고, 취재한 다해도 한정된 지면에 모두 실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취사선택을 해야 합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중요한 이슈인데,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기에는 흥미 없는 일이라면 지면에서 사라지게 되죠.


신문의 기본 역할 중 하나가 '권력 감시'인 점도 생각해봐야겠죠? 중앙지가 수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을 일일이 감시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 역할을 대신하는 게 지역신문이죠. 내가 사는 지역 이야기인 만큼, 타 지역 기자들보다 열정을 가지고 심도 있는 취재를 할 수 있습니다. 독자 입장에서도 더 이해하기 쉽고 문제의식을 느낄 수 있겠죠.





언론통폐합, 기술 발달…설 자리를 잃는 지역신문


자기 지역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며 사랑받던 지역 언론이 죽은 결정적인 계기는 전두환 정권이  1981년 발표한 언론기본법입니다. 이 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가 언론통폐합이었습니다. 지방의 경우 ‘1도 1사 원칙'을 적용했죠. 하나의 도나 도시에는 한 개의 언론사만 있으면 된다는 결정입니다. 중앙지 미 방송사 정비도 병행한 결과, 전국 64개 언론사(신문 28, 방송 39, 통신 7) 중 44개 사(신문 11, 방송 27, 통신 6)가 흡수, 통합되거나 사라졌습니다.



▲1980년 당시 언론통폐합을 입안했던 ‘언론대책반 운영계획’ 문건




1987년 언론기본법이 폐지되면서 폐간된 신문들이 복간되고, 새로 창간한 신문도 늘었습니다. 특히 이때부터는 지역신문이 다루는 범위가 더욱 좁아져 ‘도'가 아닌 ‘군' 단위 신문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지역신문은 점차 중앙지에게 자리를 내주게 됩니다. 과거에는 조판기를 이용해 지면을 만들어서 인쇄한 뒤 지역에 내려 보내야 해서 중앙지가 배송할 수 있는 범위가 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컴퓨터를 이용한 편집이 가능해지면서, 중앙지도 지역지처럼 아침 일찍 받아볼 수 있게 됐죠. 독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인력으로 다양한 분야의 소식을 실은 중앙지를 선호할 수밖에 없고요. ‘1년 구독하면 6개월 무료’ , ‘정기구독하면 자전거, 선풍기 증정’ 같은 중앙지들의 정도를 벗어난 영업행태도 지역신문의 위축을 불렀습니다.


지역신문의 난립도 지역신문 몰락의 원인으로 지적되는데요. 전라북도 전주시의 경우 인구가 65만 명인데 지역 일간지는 13개라고 하네요. 어떻게 신문사가 운영되는지 싶을 정도로 발행 부수가 적은 신문도 있을 정도라고 해요. 다른 지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고 하는군요.





지역신문의 부활,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지역신문을 살리기 위해서 일부 지역자치단체에서 지원금을 배당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좀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지역신문의 자체적인 노력도 절실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지역 여건에 비해 지역신문이 너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정상적인 경영이 힘든 상황인데도 퇴출되지 않고 발행되는 신문이 있기 때문이죠. 부실한 신문사는 퇴출시키고, 인쇄나 판매를 공동으로 하면서 지출을 줄이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경쟁이 심한 미국에서는, 지역신문들이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있습니다. <The Spokesman>은 신문에 관한 대화나 토론의 장을 만들고, 토론이 열리는 장소에 피자를 무료로 제공하는 '피자 신문'이라는 개념으로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지역 언론과 연구소, 학생들이 힘을 합쳐 지역사회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The Spokesman>에서 제공하는 피자[출처-The Spokesman 리뷰 모바일]




우리나라에도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지역주민에게 사랑받고, 경영성과도 좋기로 유명한  <옥천신문>이 대표적이죠. <옥천신문>은 주민의 일상, 마을이야기를 부각시키고, 날카로운 군정과 의정 감시 활동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명망을 얻었습니다. 그 결과 <옥천신문>은 자생이 가능할 정도의 유료구독자와 광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합니다.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위해선 '다양한 목소리의 공존'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인구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수도권집중화 경향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지역의 여론을 알릴 수 있는 지역신문은 꼭 필요합니다. 좋은 지역신문이 살아남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