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과 이외수가 말하는 글쓰기 비결

2012. 9. 13. 10:41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필생의 꿈을 ‘글 쓰는 사람’으로 못 박은 뒤 한동안 심각한 자괴감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질에 관한 문제였는데 다른 직업과 달리 작가란 사람들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서라기보다 타고난 재능에 의해 결정된다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런 선입견을 깨뜨려준 것은 뜻밖에도 스티븐 킹이 책 속에서 건넨 짧은 위로였습니다. 전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은 말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적어도 조금씩은 문필가나 소설가의 재능을 갖고 있으며, 그 재능은 갈고 닦아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이 말인즉 글쓰기에도 왕도는 있다는 뜻이지요. 타고난 언어적 감각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글쓰기의 핵심과 기법을 익히는 일이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이를 위해 저는 심사숙고 끝에 문장의 기법을 제대로 일러주는 책 두 권을 선정해보았습니다. 발표하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영화로 만들어지는 작가 스티븐 킹의 창작론 관련 책인 <유혹하는 글쓰기>와 마니아층을 몰고 다니며 자신만의 뚜렷한 문학세계를 구축한 촌철살인의 대가 이외수의 문장비법서 <글쓰기의 공중부양>이 바로 그것입니다. 


독특한 상상력과 기발한 언어표현으로 무장한 두 작가의 실전적 문장비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들의 지침을 따르다보면 골치 아픈 글쓰기도 얼마든지 즐거운 유희로 변신할 것만 같습니다.



[출처-YES24]




무엇이든 기본을 지켜야 성공


글의 기본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위대한 문학작품도 그 기본재료는 단어입니다. 좋은 요리의 첫 단계가 훌륭한 재료를 선택하는 일인 것과 매한가지지요. 이외수는 무엇이든 기본을 잘 지켜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즉, 부족한 어휘력을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보충하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어휘력뿐 아니라 문법, 맞춤법도 마찬가지지요. 사실 영어공부에 들이는 공의 1/3만 기울여도 우리말의 달인이 될 수 있고말고요.


어휘력을 늘리는 방법은 대략 이렇습니다. 먼저 작은 노트 한 권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상상력의 한계를 제한하지 말고 생동감 있는 단어들을 매일 하나씩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습니다.


하루는 ‘머리’라는 단어를 떠올린 후에 그와 관련된 단어들, 그에 속한 단어들을 생각나는 대로 열거하는 것입니다.

머리-골. 뇌. 소뇌. 가르마. 모근. 레게머리. 잔머리. 돌대가리. 뒤통수. 관자놀이 등등

머리에 속한 관계어-모자. 가체. 댕기. 미용실. 바리깡. 왕관. 가발. 중절모. 벙거지. 커트 등등.    






자신의 부족한 어휘력을 한탄하기에 앞서 매일 나만의 노트에 나만의 언어수집을 하는 겁니다. 이외수는 말합니다. ‘모름지기 문장을 자유자재로 다스리고 싶다면 지극히 미세한 부분에서 지극히 거대한 부분까지를 샅샅이 훑어보고 단어를 채집하는 일에 열중하라’고 말이지요. 스티븐 킹 역시 그의 저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글쓰기의 원료이자 연장이라 할 수 있는 낱말들을 잘 챙길 것을 신신당부합니다. 그는 특히나 각자 문장에 적합한 낱말들을 제자리에 놓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아무리 많은 풍부한 어휘력으로 무장해도 제자리에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면 마치 어마어마한 돈을 평생 은행계좌에 보관하다 죽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요.



[출처-YES24]




발상의 전환이 시작되는 순간 당신의 글쓰기는 한 단계 진화 한다


스티븐 킹 작품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독자의 허를 찌르는 놀라운 상상력일 것입니다. 그의 소설이나 이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탄탄한 구성이 지루함을 느낄 틈을 허락하지 않고 거침없이 흐릅니다. 남다른 글을 쓸 수 있는 첫 단계는 아이러니하게도 ‘남의 작품을 많이 읽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외수도 이와 마찬가지 주장을 하고 있고요. 


스티븐 킹에 따르면 작가나 좋은 글을 쓰기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은 ‘많이 읽는 것’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물론 다른 지름길도 없고요. 왜냐하면 세상의 모든 책들은 나름의 가르침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형편없는 책에서도 가르침은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나도 이것보다는 잘 쓰겠다.’하는 일종의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고요. 하다못해 혹평을 받는 원인을 분석해 그와 유사한 방법의 글쓰기는 피해갈 수도 있지요.


한편, 좋은 책 한 권은 대학 문예창작과의 한 학기 수업과 맞먹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기도 합니다.(이것은 저의 주장이 아니라 스티븐 킹의 주장이에요) 좋은 책에서 우리는 작가의 문체와 서술, 짜임새 있는 플롯, 생생한 인물캐릭터, 삶의 교훈과 뜻밖의 통찰도 선물 받을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문체, 자신만의 색깔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다른 여러 문체를 관찰해보는데 있습니다. 


자신만의 대학을 설립하고 매 학기에 한 편의 단편소설을 필사해보는 것도 탁월한 방법입니다. 저는 실제로 이와 같은 커리큘럼으로 이루어진 기관에서 일 년 간 교육받은 적이 있습니다. 문학번역 수업이었는데 한 학기에 딱 하나의 단편소설을 가지고 공부를 했습니다. 대신 그 안에 포함된 모든 표현을 완벽히 숙지했음은 물론입니다. 남의 글을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의 글을 ‘제대로’ 읽는 것도 중요합니다. 습작은 남의 글을 ‘제대로’ 읽는 가장 확실한 방법일 것입니다.  




많은 글을 접하다보면 작가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기회가 더 많이 찾아옵니다. 저자는 이 부분을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나는 한 번도 이런 시각으로 이 사물을 본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바라봤는지 등등 지금껏 미처 깨닫지 못한 다른 눈을 갖게 되는 시기가 찾아옵니다. 이때 의문은 발상을 전환시키는 도화선 역할을 합니다. 

남들이 늘 사용하는 주제와 표현들은 지루하고 진부합니다. 작게는 자기소개서에서 크게는 소설에 이르기까지 진부함은 글쓰기가 피해가야 할 가장 큰 불청객입니다. 구태의연한 문장은 읽는 이에게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리는 것과 동일합니다.


‘저의 무자비한 문자고문을 부디 끝까지 참아주세요.’


이외수는 욕심과 가식과 허영이 글쓰기가 피해가야 할 병폐들이라 지적했는데 저는 거기에 진부함을 꼭 덧붙이고 싶습니다. 물론 이 진부함을 타파하기 위한 열쇠는 바로 상상력에 있습니다.


스티븐 킹은 글을 읽기 힘든 장소에서는 소설을 녹음한 테잎을 늘어지도록 들을 정도였습니다. 자신이 정한 규칙-매일 열 페이지 즉, 2천 단어 분량의 글쓰기-을 거의 하루도 어기는 날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에게 예외가 허락되는 긴박한 상황은 거의 없었습니다. 본인의 의지가 약해지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이외수는 한때 스스로 만든 감옥에 갇혀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합니다. 덕분에 광인, 기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고요.  

최고의 작가들도 눈물 나는 매일의 노력으로 글이라는 자유로운 나만의 공간을 창조해 나갔습니다. 하물며 우리들은 어떨까요. 노력 없이 어느 날 뚝딱, 근사한 문장을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그 헛된 망상부터 깨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스티븐 킹과 이외수처럼 매일 스스로에게 일정 분량의 글쓰기 숙제를 내주고 나만의 방에서 나만의 꿈과 환상에 의존한 채 반드시 그 숙제를 완성해보시기 바랍니다. 대입 논술이든 입사 지원서든, 기타 회사 홍보자료, 소설, 블로그 포스팅, 신문기사 등에 이르기까지 이제 글쓰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시기와 장소는 거의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창작과 친해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삶의 많은 부분이 좀 더 근사하게 발전될 것 같지 않나요?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으로 다음 메인에 노출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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