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곽금주 교수가 말하는 읽기 ‘공감’

2012. 10. 2. 13:40다독다독, 다시보기/현장소식



촉촉이 가을비가 내리던 지난 금요일, 2012 리더스콘서트의 가을시즌 마지막 콘서트가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의 을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제복 입은 늠름한 생도들의 열기로 강당이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리더스콘서트의 마지막 연사는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님이었습니다. 대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심리학자로 손꼽히는 곽금주 교수님. 심리학자로서 곽금주 교수는 ‘읽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을 수 있는 강의였습니다. 을지강당을 가득 채운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특별했던 두 시간 속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책을 통한 경험, 상상력


몇 년 전, 곽금주 교수는 미국의 한 공항 서점에서 우연히 ‘the reader’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는 한국행 비행기에서 단숨에 읽었다고 하는데요. 'the reader'는 15세 소년과 36세 여성의 아름답고 순수한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 영화도 아름다운 영상미로 국내에서도 크게 흥행한 작품입니다. 그런데 곽금주 교수는 한국으로 돌아와 영화 ‘the reader’를 보고난 후 크게 실망했다고 해요. 영화로 표현된 스토리가 책을 읽으며 상상한 스토리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죠. 



출처-yes24(좌), 네이버 영화(우)




이와 관련해서 곽금주 교수는 냄새와 관련된 연구를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실험자는 피험자에게 식초, 갈릭처럼 냄새가 아주 강한 단어들을 읽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뇌의 변화를 지켜보았는데요. 단어만 읽게 했을 뿐인데 직접 냄새를 맡을 때처럼 뇌가 활성화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해요. 결론적으로 책을 읽는 것은 실제로 행동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영상물을 시각으로 접할 때와는 달리 책으로 접한다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어 뇌를 더 자극시키고, 더 멋진 스토리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죠. 피카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은 그 자체가 실제라는 말을 했습니다. 피카소, 그리고 곽금주 교수의 말은 책, 활자가 가진 힘이 얼마나 큰지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21세기의 성공지능은 ‘공감’


예일대 심리학과의 로버트.J.스텐버그 교수는 21세기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IQ외에도 성공지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곽금주 교수가 생각하는 성공지능은 실용적 지능이라고 해요. 실용적 지능의 핵심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라고 했는데요. 나를 아는 만큼 타인에 대한 이해도 강조했습니다. 타인을 이해하기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곽금주 교수는 공감이라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네만 심리학교수는 ‘인간은 똑똑한 사람보다 공감을 잘하는 사람을 더 선호한다.’는 주장을 했다고 해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는 대목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렇게 중요한 공감에도 개인차, 그리고 성별차이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2009년 큰 화제를 몰고 왔던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은 곽금주 교수팀이 참여한 실험형식의 다큐멘터리인데요. 이 다큐의 첫머리에서 공감의 성별 차에 대한 실험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엄마가 아플 때 24개월 된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는 실험인데요. 실험결과 여자아이들은 엄마의 아픔을 자신의 고통과 동일시했지만 남자아이들은 무관심하게 대응했다고 해요. 


이렇게 개인차, 성별차가 존재하는 공감능력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곽금주 교수는 읽기에서 공감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곽금주 교수는 독서량, 독서몰입도와 공감능력의 상관관계를 연구 했는데요. 연구 결과, 독서량이 많을수록, 몰입도가 높을수록 정서적인 공감이 높아지고, 친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진정한 공감


강연이 끝난 후 이어진 토크쇼시간에도 ‘공감’을 키워드로 한 많은 질문이 쏟아졌는데요. 장교로 임관 후 부하들에게 좋은 상담사가 되고 싶다는 한 생도는 곽금주 교수에게 좋은 상담가가 되기 위한 조언을 구했습니다. 






곽금주 교수가 강단에 선 첫 학기에 그녀는 힘든 상황을 겪고 있는 학생을 상담해주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학생의 고민의 해결책을 제시해 주고 싶었지만 그 학생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고 해요. 그러나 몇 시간에 걸쳐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자 진심으로 그 학생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곽금주 교수가 들어준 것만으로도 그 학생은 홀가분한 표정을 지으며 상담실을 빠져나갔다고 해요. 곽금주 교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스스로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좋은 상담사는 피상담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장교가 되어 많은 부하를 이끌 생도들에게 좋은 리더십의 덕목이 될 것 같습니다.






흔들리는 청춘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사랑에 대한 멘토도 되어주는 곽금주 교수와 언제나 강직해 보이는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만남은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는데요. 그 걱정이 무색해 질 만큼 육군사관학교 생도들과 곽금주 교수가 함께한 두 시간은 열정적이고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곽금주 교수는 마지막으로 ‘실패해도 좋으니 계속 도전하라.’는 말 대신 ‘많은 경험을 하기위해 계속 도전하라’고 말했는데요. 누구에게나 처음인 20대, 그 이후를 실수 없이 보내기 위해서는 행동, 그리고 독서를 통한 경험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콘서트였습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