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덴빈 취재 현장, 기자한테 들어보니

2012. 10. 11. 09:1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8월의 광주・전남 지역은 겹태풍으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15호 태풍 볼라벤은 강풍으로 완도와 해남, 여수 등 전남 서남해안 양식장과 내륙지역 과수농가, 비닐하우스 등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틀 뒤 14호 태풍 덴빈은 목포를 비롯한 전남 서부지역에 물폭탄을 쏟았다. 




허리만큼 차오른 물속에 들어가 취재 


덴빈이 관통할 것으로 예상되는 날 아침 회사에 출근 후 지역 주재기자와 언론매체를 통해 전남 지역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목포 침수 상황을 접하고는 사진부장과 상의 후 취재차량을 몰고 목포로 향했다. 세찬 비바람으로 인해 목포로 가는 길은 극도의 긴장감을 가지게 했다.


나주를 거쳐 함평과 무안을 가는 동안 차량을 여러 번 멈추며 가옥침수와 도로 유실 농경지 침수 등의 피해상황을 취재했다. 얼굴과 카메라엔 빗방울이 매섭게 몰아쳤다.


목포에 도착한 후 현장감 있는 사진을 취재하기 위해 허리만큼 차오른 물속에 들어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물속의 장애물 때문에 중심을 잃고 수차례 쓰러졌다. 그렇게 물속에서 30분간 취재를 하다 보니 어느새 체력이 바닥을 보였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의 모습을 보니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2012년 8월 28일 태풍 볼라벤으로 큰 피해를 입은 완도의 바닷가




침수된 터미널 전경이 나온 앵글을 잡기 위해 고가도로로 이동하는 순간 태풍으로 조기 귀가하고 있던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학생들의 가슴높이만큼 물이 차오른 곳이었지만 평소 자주 다니던 통학로였기 때문인지 삼삼오오 모여 가방을 머리에 얹고 침수지역을 지나고 있었다.



태풍 볼라벤에 이어 8월 30일 찾아온 태풍 덴빈에 의해 목포 시내는 물바다가 되었다



순간 베트남 전쟁 관련된 다큐멘터리 사진이 머리에 떠올랐다. 전쟁을 피해 아이를 안고 물속을 지나던 한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다. 셔터는 누르고 있었지만 다른 한손으로는 학생들에게 손짓을 하며 외쳤다. “거기는 침수돼서 위험하니 다른 길로 걸어가라”라고.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학생들은 그냥 물속을 지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학생들이 침수지역을 빠져나갈 때까지 지켜봤다.




태양은 다시 떠오르고 


빗속에서 목포의 참상을 찍다보니 어느덧 먹구름은 사라지고 햇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터미널과 인근도로를 가득 메웠던 물도 빠지기 시작했다. 그제야 한숨 돌리며 인근 편의점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문득 몸을 던져가며 취재를 하던 선후배 사진기자들의 안전이 궁금했다. 잠시 후 그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아무런 사고 없다는 말에 운전대를 돌려 광주로 향했다. 어느새 하늘은 푸른 초가을의 하늘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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