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모메식당 음식 감독의 레시피 따라해보니

2012. 10. 19. 21:06다독다독, 다시보기/생활백과



누구에게나 향수를 일으키는 요리가 하나쯤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매생이국, 감자피자(저희 엄마만의 별식입니다), 김치주먹밥, 유부초밥 등을 먹을 때 더욱 신이 납니다. 유년기 혹은 어떤 한 시절을 반짝 떠오르게 하는 특별한 음식들이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이이지마 나미의 요리책 <Life: 카모메 식당, 그들의 따뜻한 식탁>에서 유부초밥을 발견하고 곧바로 실전에 들어간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었어요.


저자는 일본에서 꽤나 유명한 푸드스타일리스트이자 음식감독. 우리에게도 친숙한 영화 <카모메 식당>의 음식감독으로 알려졌다 하네요. 저는 고추장에 묵은지만 있어도 삼시세끼를 해치우는 ‘한국토종입맛’이지만 늘 일본음식에 대한 미미한 동경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어쩐 일인지 지금껏 맛없는 일본음식을 먹어 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에요. 일본음식은 먹고 난 뒤에 더욱 건강해 질 것만 같은 느낌도 들고, 아기자기한 게 정성을 다해 차렸다는 생각이 드는 덕분일까요. 






책에는 다양한 ‘진짜 일본식’ 요리가 소개돼 있는데요. 저는 그 가운데 유부초밥을 선택해 본격적인 요리에 들어갔습니다. 혹 주말에 야외나들이를 계획 중인 분들이 계시다면 주목해주시길!






아시다시피 유부초밥의 레시피는 매우 간단합니다. 요즘 마트에서는 인스턴트 라면처럼 뚝딱 만들 수 있는 유부초밥 세트도 팔고 있지만 저는 레시피에 충실한 ‘정통’ 유부초밥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우선 핵심재료인 유부를 준비합니다. 유부는 갓 튀겨 두툼하고 폭신한 것이 좋다고 하네요. 준비한 유부를 유부초밥 크기로 적당히 잘라준 뒤 밀대를 이용해 뻣뻣하게 밀어줍니다. 밥을 담기 위해서는 유부에 힘이 들어가 있어야겠죠? 밀대로 밀기까지 완성했다면 바닥이 넓은 냄비에 유부를 넣고 한번 삶아 줍니다. 삶기는 유부의 기름기를 제거하기 위해서죠. 물에 뜨지 않게 눌러주며 4~5분 정도 삶아주고 건져내어 수분을 제거합니다.  






다음으로는 준비된 조림장에 유부를 넣어주어야 하는데요. 일단 조림장은 이렇게 만듭니다. 물 약간과 설탕, 간장과 미림(맛술이라고도 하죠)을 조금씩 풀어 달콤짤짤한 양념장을 완성합니다. 조림장이 준비되었다면 유부를 그 안으로 투척! 타지 않게 조림장을 넉넉히 하여 조려주면 됩니다. 






자, 그리고 중요한 유부 속재료를 준비해야 하는데요. 책 속에는 벚꽃 소금절임을 준비하라고 나와 있지만 도저히 구할 수 없어 우엉조림으로 대신했습니다. 우엉조림과 생강절임을 준비 한 뒤에는 고슬고슬한 밥에 단촛물을 붓습니다. 이름은 좀 어렵지만 별 다를 것 없습니다. 식초와 설탕, 소금, 검은 깨와 방금 준비한 우엉조림과 생강절임을 한꺼번에 밥에 넣고 적당히 섞어주면 됩니다. 여기까지 잘 따라오셨나요? 






마지막 순서는 다들 아시죠? 준비된 유부에 밥을 넣고 맛있게 꿀꺽꿀꺽 먹으면 오늘의 요리는 끝!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맨 마지막 단계입니다. 예쁘게 담아 맛있게 먹을 것, 혼자보다는 둘이 말이지요. 






조금 번거롭지만 간만에 유부초밥을 만들며 새록새록 추억에 잠겨보았습니다. 당시 할 줄 아는 유일한 요리인 주먹밥과 유부초밥을 준비해 떠났던 남자친구와의 여행도 떠오르고, 외국친구들에게 선보인다며 정성껏 준비했던 김밥과 유부초밥이 말라비틀어지고 옆구리가 터져 얼굴이 붉어졌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이제는 요리를 예술이라 칭하는 것도 조금 이해가 됩니다. 예술의 정의가 우리를 좀 더 사랑하게 하고, 바라보게 하고, 이해하게 하려는 시도라면 요리도 분명 하나의 예술이지요. 이 세상 누구나 할 수 있는 예술. 이제는 제법 쌀쌀해져서 올해 마지막 소풍의 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말엔 바라만 봐도 즐거워지는 사람과 도시락을 싸들고 나들이를 떠나보세요. 차가운 겨울을 버틸 힘과 낭만을 지금부터 쌓아둬야 하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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