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샌디로 오바마 지지율 상승, 그 이유 사례로 살펴보니

2012. 11. 6. 09:3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미국 대선의 날이 밝았습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민주당 오바마의 재선이냐 공화당 미트 롬니의 정권 탈환이냐로 미국 대선은 후끈 달아올랐는데요. 최근 미국 대선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람이 아닌 허리케인이었습니다. 미국 대선을 1주일 남기고 불어닥친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 중 하나인 ‘샌디’가 미국 북동부를 강타했었죠.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뉴욕은 정전사태에 빠졌고 125년만에 뉴욕증권거래소가 이틀 연속 휴장하는 등 피해도 역대 최악이었습니다.



[출처-서울신문]




(전략) 사진은 허리케인 샌디가 맹습을 하고 지나간 맨해튼의 야경을 공중에서 촬영한 것인데, 전기가 끊기지 않은 맨해튼 위쪽 지역과는 달리 유명한 ‘배터리 파크’를 포함한 맨해튼 아래 지역이 모두 전기가 나간 채 암흑의 도시가 된 장면을 선명히 대비해 보여주고 있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후략)


<허리케인에 맨해튼도…야경 사진 화제> 서울신문. 11. 5



이런 자연재해 속에 오바마와 롬니의 희비가 엇갈렸습니다. TV토론에서 롬니에게 완패하여 지지율 역전을 당했던 오바마 현 대통령. 하지만 허리케인 샌디의 피해 현장을 찾아 신속한 복구를 지시하고 직접 수습하는 과정을 통해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을 지키는 강력한 리더의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었습니다. 이 자연재해 리더십 덕분에 지지율은 다시 상승하여 대선일이 밝은 오늘까지도 이변이 없는 한 재선이 확실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출처-서울신문]



롬니가 상승세라면 막판에 따라잡으리라는 희망이 있지만 지금 상황은 반대로 오바마가 상승세다. 더욱이 예상치 못했던 슈퍼 스톰 ‘샌디’까지도 오바마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등 모든 변수가 오바마에게 청신호를 드리우고 있다. 


<이변 없는 한… 오바마, 재선이 보인다> 서울신문. 11. 3



이렇게 대선의 판도까지 바꿔 놓는 자연재해, 과연 미국에만 있는 일이었을까요? 오늘은 다독다독과 함께 자연재하가 각종 선거에 끼친 영향을 알아봐요.




지진, 폭풍, 홍수까지 자연재해로 연기된 선거들


2010년 11월 28일 아이티에서는 대통령 선거 및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래 이 두 선거는 2월 28일과 3월 3일 각각 따로 치러졌어야 하는 선거였어요. 이는 모두 7.0 규모의 강진 때문이었죠. 이 지진으로 아이티의 수도인 포르토프랭스와 선거위원회 본부 건물들이 파괴되었어요. 엎친데덮친격으로 선거위원단을 포함해 직원 등 선거 관련자들이 많이 사망했어요. 지진이란 자연재해 때문에 대선과 총선이 연기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죠.



[출처-서울신문]



자연재해(지진), 질병(콜레라)에 이어 인재(폭력 시위)까지. 아이티에서 콜레라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서며 사실상 대재앙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웃 도미니카공화국에서도 콜레라 환자가 나왔다. 성난 민심은 원망의 화살을 유엔평화유지군에게 겨눴다. 대선을 불과 10여일 앞둔 가운데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후략)


<대재앙 三災 통곡의 아이티> 서울신문. 2010. 11. 18



전염병인 콜레라로 한차례 더 연기될 뻔 했으나 그대로 11월 28일에 선거가 치러졌다고 합니다. 


이보다 조금 전인 2008년 5월 미얀마에서는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10만 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이라와디와 양곤 지방에서만 1만 5천 명이 사망하고 3천 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 되었다고 하는데요. 피해가 너무나도 심각하자 미얀마 군사정부는 원래 5월 10일 가질 예정이었던 새 헌법에 대한 찬반 국민 투표를 24일로 연기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국민들에게 개헌 찬성을 종용하며 선거를 그대로 강행해 국제 사회의 지탄을 받기도 했었죠.



미얀마 군부가 150만여명의 이재민을 낸 사이클론 ‘나르기스’의 재앙 속에서도 신헌법 찬반 국민투표를 강행했다. 구호활동은 뒷전에 둔 채 정권연장을 위한 선거에 집중한 탓에 희생은 늘고 이재민들의 한숨은 절망과 비탄의 탄식으로 바뀌고 있다고 AFP,CNN 등이 11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미얀마 군부, 신헌법 국민투표 강행> 서울신문. 2008. 5. 12



이렇게 아이티의 대선, 총선에 이어 미얀마에서는 헌법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까지 자연재해로 연기되었습니다.



미국 북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와 불과 5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중략) 정치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자연재해는 재임 중인 정치 지도자에 대한 심판대 역할을 하게 된다. (후략)


<"소매를 걷고 카메라를 향해 웃어라“> 연합뉴스. 2012. 11. 1



이밖에도 1985년 1만 명의 사망자를 낸 멕시코시티 대지진은 70년을 집권해 온 여당을 실각시키는 주 요인이 되었으며, 1998년 인도의 양파 파동은 델리 지방선거에서 인도인민당의 참패를 가져왔고, 중국에서는 마오쩌둥의 후계자인 화궈펑이 1976년 탕산 대지진 이후에나 권력을 잡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자연재해로 인한 재앙은 정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크게 미쳐 왔습니다. 그렇다면 한달 후에 대선을 치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출처-서울신문]




우리나라는 자연재해로 선거 연기된 적 없어. 법 조항은 존재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재해로 선거가 연기된 적은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에 대비해 선거법에 조항은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선거법 제196조(선거의 연기)

(1)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 한 사유로 인하여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거에 있어서는 관할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직무대행자를 포함한다)과 협의하여 선거를 연기하여야 한다.



자연재해로 인해 선거를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우리나라 선거법은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조항으로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일부 지역만 투표를 하지 못 하거나 이미 투표한 투표함이 분실되거나 멸실되었을 시 해당 지역에서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이 조항이 쓰일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국민들이니까요. 미국 대선에 역대 최악의 허리케인이 몰고 온 역전의 바람. 과연 이번 미국 대선의 승리자는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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