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는 극찬! 부정입학은 극성? 한국교육열의 명암

2012. 11. 14. 10:10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되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 교육과도 연이 깊은데요. 대통령은 평소 한국 교육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0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도 공화당을 비판하며 이틀 연속으로 한국의 교육을 좋은 사례로 언급했었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을 비판하며 이틀 연속으로 한국의 교육정책을 ‘좋은 사례’로 언급했다. (중략)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 한국 학교의 수업 일수가 길고 교육경쟁력이 높다고 찬사를 해왔으며 여러 장소에서 한국의 교육경쟁력을 언급해 왔다. (후략)


<오바마, 이틀 연속 한국 교육정책 칭찬> 조선일보. 2010. 9. 30



하지만 방금 수능을 마치고 조금의 해방감과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계실 수험생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교육 찬사가 잘 이해가 가지 않거나 심하면 고깝게 보이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찬사하고 누군가는 비판하는 한국교육, 그 명암에 대해 살펴볼까요?



[출처-서울신문]





오바마가 호감을 보내는 한국교육은 ‘공교육’과 ‘교육열’


오바마는 바로 다음해 신년 국정연설에서도 한국의 교육문화에 대한 찬사를 늘어 놓습니다. 미국도 부모 다음으로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교사임을 인지해야 하며,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교사가 ‘국가 건설자(Nation Builder)’로 대접받는다며 이를 본받아야한다고 말이죠.



(전략)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미국의 발전을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국의 교육을 참고해야 할 모범사례로 소개했다. (중략)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한국이 전세계 교육 군비 경쟁에서 대표주자라고 꼽은데 이어 “우리 미국 어린이들이 이제 베이징, 서울의 아이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한국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해왔다. (후략)


<오바마 신년 국정연설 - 올해도 ‘한국교육·IT 찬가’> 문화일보. 2011. 1. 26



어르신들께서 말씀하시죠. 우리나라를 일으켜 세운 것은 8할이 교육이라고요. 실제 주입식교육이라는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평준화 교육과 대대적인 교육열은 우리나라가 세계학력평가(PISA)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출처-서울신문]



(전략)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지난해 국제 학력평가(PISA·Programme for Internation al Student Assessment)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최상위권(상위 5%)은 65개 평가 참여국 가운데 읽기 9위, 수학 5위, 과학 13위를 차지했다. (후략)


<한국 15세 학생들, 읽기·수학 1위, 과학 3위> 조선일보. 2012. 12. 8



오바마가 한국교육에 부러워하는 부분도 교육열과 국민의 교육 수준을 전반적으로 올려놓을 수 있는 평준화된 교육, 즉 공교육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는 안토니 밀러 미 연방 교육차관이 올해 APEC 교육장관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한국인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미국에 큰 영감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안토니 밀러(Anthony Miller) 미 연방 교육부 차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한국민의 교육에 대한 열의가 미국에 큰 영감을 주기 때문입니다.” 고 말했다. (후략)


<오바마가 한국 교육 자주 언급하는 이유는…> 서울경제. 2012. 5. 22





시험대에 오른 미국의 공교육, 한국을 벤치마킹하여 공교육 정상화를 꾀해


사실 미국의 공교육은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공교육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미국 대선을 앞둔 9월 시카고 교사 2만9천 명의 파업 선언으로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치닫기도 했습니다. 2010년에는 학부모들이 ‘공교육을 위한 행동의 날’ 시위를 하기도 했었죠.



[출처-서울신문]




시카고 교사들이 25년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한다. (중략) 파업이 시작되면 약 2만 9000 명의 교사와 행정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고 35만 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못한다. (중략) 노조의 요구는 학급의 학생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과 교육 재정을 확충시켜 달라는 것이다. (후략)


<美 시카고 교사 25년 만에 파업...오바마 교육개혁의 시험대> 뉴스1. 2012. 9. 10




미국 공교육은 미국 경제와 맞물려 시험대에 올라있습니다. 미국의 각 지역의 교육예산 중 절반은 주민들의 재산세로 만들어 집니다. 이 때문에 부자들이 사는 동네는 교육 예산이 넉넉하니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고,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는 교육 예산이 빠듯하니 교육이나 시설 확충을 제대로 할 수가 없게 됩니다. 미국의 많은 공립학교는 예산 부족으로 어쩔 수 없이 방학을 일찍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반면 부유한 동네의 학교는 계절학기 수업이나 특별활동 등을 열어 아이들의 소양을 더욱 키워줄 수가 있지요. 교육이 직접적인 빈익빈 부익부에 노출되어 있는 것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 교육이 한국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립학교도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통해 한국 학교들처럼 수업 시간이 제대로 보장되어야 하며 가난이 대물림 되지 않도록 평등한 공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인 거죠.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공교육의 결과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것이지 사교육이 만연하고 입시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한국 교육의 현실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출처-서울신문]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초선 당시 내세운 교육공약인 낙제학생방지법(No Child Left Behind · NCLB) 개혁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NCLB는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교육을 책임져야함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학업성취도 평가를 의무화한 것입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NCLB 개혁은 학생들이 일년 내내 규격화된 시험을 보도록 강요해서는 안 되며 우선 재정 지원으로 NCLB를 개선하겠다는 정책입니다. 평가방식 또한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으로 바꾸고 수업방식도 개별화하고 학새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주입식 교육과는 정반대에 가깝죠.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교육에 대한 찬사는 이런 맥락에서 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 교육의 장점과 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교육의 어두운 부분 – 지나친 교육열의 폐단


장점이 크면 그만큼 단점도 크다고 할까요? 오바마 대통령이 찬사를 보낸 한국의 교육열이 때로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폐단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교육열은 여태까지 거둬온 성공만큼이나 뿌리 깊은 어둠을 드리우고 있지요.


현대 가족 해체의 주범인 기러기 아빠나 학군, 교육 환경으로 인한 부동산 투기는 두말하면 입아플 이야기일테고, 요즘 나타난 원정 출산의 경우도 그러할 것입니다. 얼마 전에는 온갖 부정한 방법으로 아이의 국적을 세탁해 우리나라의 외국인학교에 집어넣은 사건이 있었지요.



▲부정입학 증거품[출처-서울신문]



외국인학교 부정입학에 연루된 재벌가 며느리 등 학부모 4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외국인학교 부정입학 사건을 수사 중인 인천지검 외사부(부장 김형준)는 6일 위조 여권 등을 통해 자녀를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권모(36·여)씨를 업무방해 및 사문서 위조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재벌가·의사·로펌 변호사·전 국회의원 딸 등 사회 부유·특권층 학부모 46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후략)


<‘입학 비리’ 재벌가·고위층 며느리 등 47명 기소> 서울신문. 2012. 11. 7 




재벌 그룹 전 회장의 며느리, 재벌 회장의 딸, 병원장 부부, 대형 로펌 변호사 등 소위 사회지도층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이 하나같이 자식의 국적을 온두라스나 니카라과로 둔갑시켜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혐의를 받았는데요. 외국인학교는 부모 중 한 명이 외국인이거나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한 사람만 입학할 수 있으나 사회 지도층의 자녀들은 각종 편법과 불법으로 외국인학교에 입학해왔습니다.


일부 부유층의 이야기라지만 현재 한국 교육의 추한 단면이기도 합니다. “내 자식만 잘 되면 된다.” 어찌보면 한국 사회의 모든 폐단이 비뚤어진 교육열에서 비롯된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교육열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사람밖에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사람을 키우는 교육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서로를 배려하고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는 가르침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추구해야할 한국 교육의 진정한 모습은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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