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과 기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재능 기부는?

2011. 5. 30. 13:48다독다독, 다시보기/미디어 리터러시




농작물 박람회가 열릴 때면 자신이 수확한 옥수수로 늘 1등 상을 받는 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 품질이 제일 좋은 옥수수 씨앗을 이웃에 사는 농부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주곤 했다. 그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들판 여기저기로 옮겨지기 마련입니다. 만일 이웃 농부가 품질이 떨어지는 옥수수를 키우면 내 옥수수 밭에도 그 꽃가루가 날아들어 수분이 되고, 결국엔 내가 키워 수확할 옥수수의 품질도 나빠질 것입니다.”

최고 품질의 옥수수를 재배할 수 있는 비법은 좋은 옥수수 씨앗을 함께 나눠 가지며, 모두가 좋은 품종의 옥수수를 키우는 것이라는 사실을 농부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방법에는 물질적인 것도 있지만 비물질적인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 ‘재능 기부’라고도 하는데요. 우리 사회에도 최근 이와 비슷한 긍정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기주의적이며 무한 경쟁이 자리 잡은 사회 현실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려는 모습인데요. 자신이 가진 재능이나 지식, 경험이 누군가 에게는 유용하게 쓰이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덕분이죠.

2011년 4월 22일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있는 오산중학교에서는 재능 기부와 관련된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신문・방송사 편집・보도국장, 논설위원 등을 역임한 전직 언론인을 초청하여 중학교 학생들에게 진로 교육을 실시한 건데요. 오산중학교에서는 매월 ‘진로 교육의 날’을 지정하여 학생들에게 진로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번 행사는 그 일환으로 ‘취재 현장에서 바라본 다양한 직업 세계’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전직 언론인 재능 기부 진로 교육

오산중학교는 올해 진로 교육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학생들에게는 고등학교 진학과 관련하여 진로 교육이 강화될 필요성이 높기 때문인데요. 고등학교 진학 시 일반고・특성화고・특목고・자율고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어, 고등학교 내에서도 과정별 선택 등 중요한 진로 결정을 위한 탐색이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연간 진로 교육 활동으로 직업 세계를 직접 견학하고 탐방하는 행사, 다양한 직업 세계에 대한 조사 활동을 통해 진로에 대한 관심과 표현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진로 표현 UCC 대회,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한 진로 설계의 필요성과 진로 선택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도록 하는 인문학 특강 개최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요. 특히 전직 언론인을 초청하여 ‘취재 현장에서 본 다양한 직업 세계’라는 주제의 행사를 가장 첫머리에 배치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언론인의 직업적인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인데요.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직업이 존재하고 있는데, 다양한 분야의 직업을 가진 전문가를 직접 초청하여 진로 특강을 개최할 수 있지만,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수많은 전문가를 초청하여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정 직업 전문가는 그 직업에 대한 강의를 깊이 있게 진행할 수 있겠지만 한 학급에서 그 전문가와 똑같은 직업을 꿈꾸는 학생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진로와 직업에 대한 확실한 비전이 부족한 중학교 학생들에게는 직업 전문가와의 직접적인 만남 이전에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직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인식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죠.

언론인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직업 세계를 목격하고 취재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기자라는 직업부터 시작해 경찰관, CEO, 공무원, 교수, 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 세계를 직접 관찰하고 그들과 대화 및 인터뷰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진로와 직업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면 학생들에게 진로와 직업 인식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입니다.

오산중학교에서는 전직 언론인 특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급별로 한 분씩 초청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대강당에서 전교생이나 한 학년 단위의 대규모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진행은 강의 집중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자유로운 질의응답 기회가 제한되어 내실있는 진행이 어렵기 때문인데요. 이번 강의는 30명 내외의 학급 교실에서 특강을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이 강사와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시청각 자료와 유인물을 통해 강의가 풍요롭게 진행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강사와 학생들이 진로와 직업에 대한 자유로운 질의응답을 통해 학생 중심의 수준별 맞춤형 강의가 가능했습니다.


<지난 4월 22일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있는 오산중학교에서는 재능 기부와 관련된 뜻깊은 행사로
전직 언론인을 초청하여 중학교 학생들에게 진로 교육을 실시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3학년 23개 학급 동시 특강

이와 같은 학급별 특강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이 큰 역할을 차지했습니다. 언론계의 명망 있는 전직 언론인을 개별 학교에서 위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급별로 한 분씩 여러 명을 동시에 위촉하는 것이 단위 학교 차원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스물세 명의 강사를 선정해 주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행사를 개최할 수 있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매년 100명씩 전•현직 언론인이 NIE 강사로 나설 수 있도록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최근 읽기와 쓰기 능력이 강조되고 있는 교육 현실과 다양한 직업 세계를 알려 주는 진로 교육 차원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정책인데요.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전직 언론인 특강이 활성화된다면 다음 사항을 보완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첫째, 전직 언론인 특강 강사를 대상으로 한 사전 연수 프로그램의 체계화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강의 내용 및 방법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합니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분명 다른데요.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강사가 되지는 않습니다. 천재적인 축구 선수가 반드시 훌륭한 축구 지도자가 되지는 않는 것처럼 말이죠. 아무리 성공한 축구 선수라도 코치나 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지도자 과정을 몇 년에 걸쳐 이수해야 하는데요. 물론 지금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학교 현장에 특강 강사로 파견될 전직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연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초・중・고・대학의 학교와 학급별로 강좌를 구분해 개설함으로써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연수 과정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존의 글쓰기, 진로 교육 이외에도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기자의 역할과 책임 등 전직 언론인 특강 영역으로 다양한 분야를 개발하고 이에 걸맞은 전문적인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둘째, 언론인 특강을 위한 표준 교안 및 교재의 개발 교안은 교육에서 기본적인 강의 목표와 틀을 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강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강의를 이끌어 갈 수는 있죠. 그러나 일회성의 특강 형식이 아니라 하나의 큰 주제로 여러 명의 강사가 학급별로 강의를 진행할 경우 또는 여러 차에 걸쳐 특강을 하는 경우를 위해 표준적인 교안을 개발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만 강의의 체계성과 연속성・일관성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에 교재 개발도 마찬가지 입니다.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기본으로 교사의 개별적인 교재 개발을 통해 수업이 이루어지는데요. 전직 언론인 특강도 교과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본 교재가 개발되어 강사들에게 제공된다면 강의 내용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으며 강사들의 특강 준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언론인 특강 범위를 한 차원 높인 계기

우리나라 현대사의 대표적인 사상가이자 오산학교 졸업생인 함석헌 선생은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이끌어 가는 중요한 세 가지를 ‘교육, 언론, 종교’라고 지목했습니다. 전직 언론인 특강은 평생 언론계에서 헌신한 분들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는 언론과 교육의 창조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전직 언론인 특강의 주제가 ‘글쓰기’ 위주였다면, 이번에 실시된 ‘진로 교육’은 범위를 한 차원 높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언론인으로서 평생 글쓰기가 주된 역할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직업 세계를 목격하고 취재한 경험도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위한 재능 기부 차원에서 중요한 항목이 될 것입니다.

영국의 철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는 “보통 교사는 말하고(tell), 좋은 교사는 설명하고(explain), 훌륭한 교사는 시범을 보이고(demonstrate), 위대한 교사는 가슴에 불을 지른다(inspire)”고 했습니다. 앞으로도 전직 언론인 특강을 통해 많은 학생들이 가슴에 불을 지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글은 월간 <신문과 방송 5월>중 조성백(서울 오산중학교 교사) 님의 ‘교육과 언론의 창조적 만남’을 옮겨온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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