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건으로 보는 성범죄 친고죄 폐지

2012. 11. 26. 09:34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주말 동안 검찰과 경찰의 성범죄로 비난이 속출했습니다. 40대 피의자 여성과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초임 검사에게는 ‘성추문 검사’라는 오명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긴급체포된 지 하루만이지요. 또한 가출한 10대 청소년에게 돈을 주고 3년간 성관계를 맺은 혐의 등으로 성남수정경찰서 산하 지구대의 50대 경사가 구속되었습니다.



[출처-서울신문]




사회지도층이라는 검찰과 경찰이 중년 여성부터 미성년자까지 손을 댄 추악한 범죄인데요. 특히 성추문 검사 사건의 경우 피의자를 초임 검사가 손을 댄 케이스라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하지만 혐의가 성폭력이 아니라 뇌물수수를 적용했습니다. 다소 의아하죠.


검찰에서는 피의자 여성과 성추문 검사가 이미 성관계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해버렸기 때문에 성폭력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피의자 여성의 변호인 측에서는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하면 안 된다고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이 경우 피의자 여성 역시 뇌물을 준 혐의로 같이 처벌 받게 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며 검찰이란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전략) 검찰은 전 검사의 행위는 피의자로부터 성(性)을 제공받은 것으로서 ‘포괄적인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사의 지위를 이용해 성추행하거나 성관계를 가졌다면 ‘위계·위력에 의한 추행·간음’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전 검사와 B씨가 ‘법적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기 때문에 이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후략)


<뇌물수수 혐의 … 성추문 검사 구속영장 청구> 2012.11.26. 중앙일보




성폭력 피해자가 뇌물죄로 처벌 받을 지경에 몰릴지도 모르는 상황은 성범죄에 대한 부분이 친고죄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법에서는 ‘위계, 위력에 의한 간음’은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간단히 말해 누군가 높은 지위나 힘을 이용해 성관계를 갖더라도 피해자가 고소를 하지 않거나 합의를 해버리면 그 높으신 분은 적어도 성범죄자로는 처벌할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청각장애아를 상대로 교장과 교사들이 성폭력과 학대를 저지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도가니[출처-서울신문]





도가니로 불붙은 성범죄 친고죄 폐지 목소리


장애인 아동을 대상으로 반인륜적인 성범죄를 일으킨 실화를 바탕으로 공지영 작가가 집필했던 도가니. 공유와 정유미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이른바 도가니 법을 촉발시켰는데요. 성범죄 피해자가 오히려 가해자에 의해 피해를 보는 사례는 너무 많아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지난 6월 전남 여수에서 고 모 군 등 10대와 20대 7명이 수차례 여중생 A양을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가해자 8명 중 6명이 구속됐지만 문제가 전혀 해결 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와 가해자 부모들 그리고 그 친구들까지 작당해 끊임없이 A양에게 합의를 요구했기 때문이죠. 이들은 A양의 보호자가 없는 틈을 타 병원에 들어가 강제로 합의문까지 쓰게 했습니다. 공판이 시작되기 직전에는 합의금 명목으로 돈봉투를 건네기도 했고요. 결국 A양은 진술도 제대로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합니다. 이런 악순환 역시 친고죄이기 때문에 협박을 하든 돈을 주든 합의만 하면 된다는 가해자들의 천박한 심리가 깔려있기 때문이죠.



[출처-서울신문]




도가니 열풍으로 장애인이나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진전이 있었지만 일반 성인 대상 성범죄에는 아직 사각이 존재했거든요.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많은 분들께서 성범죄 친고죄 폐지에 힘써 오셨는데요. 드디어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들의 합의 종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 되었기 때문입니다.





성범죄 친고죄, 공소시효, 술로 인한 감형 폐지 – 남성 상대 강간 등 처벌 폭도 넓혀


23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국회는 22일 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형법 일부개정안 및 아동, 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에서 심사한 5개 법률 개정안을 모두 가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강간 등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을 피하는 일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는 처벌 수위가 한층 높아지게 되었고요. 아동, 청소년 대상 강간죄의 경우 최고 무기징역으로 형량이 강화되었습니다.



[출처-서울신문]



이제 성폭력범죄는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거나,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게 됐다. 23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2일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형법 일부개정안 및 아동·여성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성폭력 특위)에서 심사한 5개 법률 개정안을 모두 가결했다. (후략)


<'성범죄' 친고제 폐지…남성 상대 강간도 처벌> 뉴시스. 2012. 11. 23




동시에 강간 피해자의 대상도 여성만으로 규정하던 것에서 남성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그동안 강간죄는 대상을 ‘부녀’라고 한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성은 강간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으로 가해자에 대한 강간죄 처벌을 남녀 피해자 모두 요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소시효 배제도 폭이 넓어졌으며 음주에 의한 성범죄에 대한 감형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기존에 13세 미만의 여자, 장애인 여자‘만 적용 받을 수 있었던 공소시효 배제가 이제 ’13세 미만 사람,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아울러 강간살인죄의 경우에는 연령과 상관없이 공소시효가 배제되게 되었습니다. 특히 매번 술 때문이라며 빠져 나가려고 했던 성범죄자들을 단죄하기 위해 음주,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을 저지르더라도 감형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성범죄에서 공소시효나 술타령으로 복장 터지는 일은 앞으로는 없어지겠네요.


법률 개정안이 통과 되었으니 하루 빨리 발효되길 빕니다. 더 이상 성추문 검사의 피해자나 합의 종용에 시달리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나와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