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로 통하는 독서모임, 소셜북스를 아세요?

2011. 6. 2. 12:57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좋은 책이란 물론 거침없이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진짜 양서는 읽다가 자꾸 덮히는 책이어야 한다.
한두 구절이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서란 거울 같은 것이어야 한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이 때로는 번쩍 내 눈을 뜨게 하고, 안이해지려는 내 일상을 깨우쳐 준다.

- 무소유 본문 中 (법정스님)


스마트폰 1000만대 시대에 맞춰 짧은 메시지를 주고 받는 소셜네트워크(SNS, Social Network Service)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뉴스나 속보를 전달하는 공적인 기능은 물론, 자투리 시간을 보내거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겸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단문 메시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늘수록, 반대로 책에 대한 관심은 매우 하락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어야지…’ 하면서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고,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대신 본인이 필요한 부분만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는 ‘발췌독’이 늘어나고 있죠.

요즘은 ‘소셜 커머스’, ‘소셜 쇼핑’, ‘소셜 게임’ 등 SNS와 연계된 다양한 플랫폼과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소셜의 힘으로 책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고자 노력하고 있는 독서 관련 커뮤니티가 있어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할까 합니다.


‘댓글 토론회’로 독서문화 확산하는 소셜북스


페이스북에 개설된 소셜북스는 ‘놀이’라는 컨셉 아래 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페이스북 짧은 평과 댓글 토론회, 댓글 토론 리포트, 그리고 출판사 견학권 등 소셜북스에 설치된 다양한 탭들은 책에 대한 딱딱함을 없애고자 노력한 운영자의 노고가 보이는 부분인데요.

<이미지 출처 : 소셜북스 페이스북 페이지>


특히, 소셜북스에서는 이벤트 게시판을 통해서 책을 소개하고, 이벤트 담벼락에 읽고 싶은 이유를 적어 책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선정된 사람들이 책을 받게 되면 자신의 담벼락에 인증샷을 올리고 태그로 소셜북스를 지정하게 되는데요. 그때부터 해당 도서에 대한 댓글 토론회가 시작됩니다. 댓글 토론회가 마무리되면 운영자가 일목요연하게 하나의 페이지로 정리해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소셜북스 페이스북 페이지>

 

 

그리고 페이스북에 개설된 또 하나의 대표적인 독서 커뮤니티로 ‘북 나눔나우’가 있습니다. 소셜북스가 운영자 중심의 커뮤니티라면 ‘북 나눔나우’는 회원들이 좀 더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이 눈에 띄는데요. 특히 책을 통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서로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어 책을 매개로 인적교류를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CEO 및 전문가들의 특별한 책 이야기’, ‘나 요즘 이 책 읽어! 넌 요즘 뭐 읽니?’ 등 다양한 독서 취향의 친구들이 원활하게 책 나눔을 할 수 있도록 특성별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어서 취향대로 가입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미지 출처 : 북 나눔나우 페이스북 페이지>



트위터, ‘독서당’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 펼쳐


페이스북과 함께 오늘날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NS로 트위터를 들 수 있는데요. 트위터에는 친목, 취미, 지역 등 분류별로 많은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들을 소위 oo당이라고 하죠. 도서와 관련된 당들의 움직임도 매우 활발합니다. 트위터에서 ‘독서’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일반적인 취미 독서 모임부터 장르별, 내용별로 심층적으로 나뉜 수십 개의 모임을 볼 수 있는데요. 이들은 트위터를 통해 책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거나 독서법을 공유하고, 직접 만나서 서로 책을 교환하기도 합니다. 
 

                                                               <이미지 출처 : 트윗 애드온즈>

 

‘책으로 트윗 인맥을 만드는 북브릿지당’의 한 트위터리안은 자신의 독서 방법에 대해 “저는 책을 읽을 때 포스트잇이 많이 필요합니다. 특히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서적을 읽을 때는 필참하고 읽다가 맘에 드는 부분, 알아두면 좋을 부분에 붙여둡니다. 가끔 생각나서 그 책의 어떤 부분을 찾고 싶으면 바로 펴 볼 수 있지요”라며 본인의 독서 노하우를 공유했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나 모임에 직접 참여해 보지 않는 이상, 이런 나눔과 공유를 통한 독서에 대해 실감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독서 커뮤니티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소셜북스 개설을 담당하고 있는 오승주 님을 만나 좀더 자세히 물어 보았습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우선 간략하게 자기소개와 하시는 일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저는 소셜미디어 기반, 출판 프로모션과 웹사이트 개발을 업으로 하는 출판/소셜웹 기획자입니다. 출판사와 독자를 이어주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독자에게는 책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만족스러운 책 정보를 제공하고, 좋은 책을 만드는 출판사를 발굴해 독자들에게 알리는 일을 합니다. 인터넷 기반에서 페이스북(SNS) 기반으로 넘어오면서 책 정보에 대한 수요가 커졌습니다. 와인을 골라주는 사람을 소믈리에라고 하는데, 저는 북 소믈리에(book sommelier) 일도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소셜북스’를 개설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책 읽는 것 자체를 워낙 좋아해서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또 소셜미디어든 책 공간을 찾아 다닙니다. 2010년 5월경부터 페이스북을 시작했는데, 책 커뮤니티가 잘 안 보이더군요. 6개월 고민해서 하나 만든 게 소셜북스입니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놀이’의 콘셉트를 담으려고 노력했더니, 진짜 놀이가 되더군요. 많은 분들이 책을 읽고 싶어하고 책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소셜북스에서는 주로 어떤 책들을 소개하고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운영자가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책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련 분야의 책을 다루게 됩니다. 하지만 조정래의 <허수아비춤> 같은 문학서적이나 <페이스북 시대> 같은 IT 관련 책들도 유심히 살펴봅니다. 소셜북스 운영자가 부지런히 책 정보를 찾고, 그렇게 찾은 책들을 직접 읽어보고 검토합니다. 부지런히 조사하고 진심을 다해 소개하니 공감대가 쌓이면서 신뢰가 생겨났습니다. 특히 널리 알릴 만한 책을 발견하면 출판사를 설득해 10~20명 규모로 댓글놀이 이벤트를 하기도 합니다.


소셜북스 회원들과의 모임이나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소셜북스 회원들과 함께 “장바구니 제거하기”를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책을 구매했는데 쓸데없는 책을 너무 많이 구매했거나 자신이 쓸 수 있는 돈보다 더 많은 책을 구매하는 경우 책을 제거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요청을 했더니, 리스트에 있는 책을 읽어본 분들이 이 책은 빼도 좋다, 이 책은 절대 빼지 마라며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총 13만원이 되어버린 책이 10만원 이하로 줄었습니다.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경로도 들어서 만족스러운 딜(deal)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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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인 독서량 저하가 많이 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책 읽기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일단 책 읽기가 재미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재미있는 책은 많지만, 그것을 재미있게 읽게 만드는 문화가 너무 부족합니다. 서울대 선정도서 00권이라든지 각종 단체에서 추천도서 리스트가 만들어지는 것은 이런 악순환을 부추깁니다. 책은 “발견의 독서”가 되어야 하는데, “강요의 독서”가 되고 맙니다. 한 권의 책을 추천 받는다는 것은 따뜻한 관심과 인내를 가지고 그 사람을 관찰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쉽게 읽고 너무 쉽게 권합니다.


소셜이 책 읽기 문화 확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은 함께 읽는 책입니다. 한마디로 책에 대해서 왁자지껄 떠드는 자리가 있으면 만사 OK입니다. 소셜미디어에서 6개월간 실험해본 결과 함께 읽기가 가능했습니다.
책을 나눠 읽고 각자 책에 대해서 아는 부분에 대해서 조사하고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던지면 댓글이 달립니다. 댓글을 달다 보면 생각이 가지를 치고 환기가 되고 연관되는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칭찬해줍니다. 소셜미디어는 책을 읽으면서 얻는 재미난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소셜북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요?

소셜북스는 한국 특성에 맞는 소셜커머스를 지향합니다. 현재 소셜커머스는 뷰티나 레스토랑 등 티켓 위주로 판매되고 있지만 출판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소셜커머스 업체, 전자책 업체(단말기 업체) 등이 진출하면 출판시장은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소셜북스는 독자들의 재미있는 독서경험을 만들어내고, 책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가고, 기존에 있던 소셜커머스와는 다른 방식의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것도 커머스가 되는구나'하실 겁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요일 별로 책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볼 생각입니다. 예컨대 책에 관한 뒷이야기나 북 소믈리에, 문학 이야기, 댓글 놀이, 음악/미술 이야기 등을 정규 채널처럼 편성합니다.(채널 소셜북스) 그리고 책으로 할 수 있는 기발한 파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책이 술로도 변신하고, 또는 떡이 책으로 변신하기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고 하며 독자에게 다가가는 파티를 열어 책 친구들을 모으고 서로 연결시켜주면 또 책에 대한 이야기가 꽃필 수 있겠죠.


“책을 소유할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소유해라”라는 법정스님의 말씀처럼, 책에 대한 강한 소유 의식은 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SNS을 활용한 독서 커뮤니티는 짧은 메시지로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가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까지도 알 수 있어서 이해 폭이 넓어지는 것이 온라인 커뮤니티 만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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