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이유

2013. 2. 25. 12:04다독다독, 다시보기/생활백과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힐링 도서의 대표 멘토로 떠오른 김난도 교수. 그가 2013년을 내다보는 책 트렌드코리아2013을 공저한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김난도 교수는 이 책을 통해 2013년도의 대표 키워드를 계사년 뱀의 해에 걸맞게 코브라 트위스트(COBRA TWIST)로 명명했습니다. 2013년 미래 동향을 10가지 키워드로 내다보고 그 앞글자들을 따 만든 단어인데요. 그중 T를 사람들은 존재 이유를 찾아 미각적 즐거움을 탐닉할 것(Taste your life out)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과연 김난도 교수는 어떤 이유로 미각의 제국이란 말까지 썼을까요? 미각에 열광 중인 우리 모습을 한 번 살펴봅니다.


 

[출처-서울신문] ‘식신로드’ 먹방 신흥강자 허각
 

 

일상이 되어버린 ‘맛 찾기’

 

주말 데이트 혹은 친구들과 모임을 할 때 아마 맛집 검색부터 먼저 하실 겁니다. 이미 포털에서 맛집을 검색하면 광고, 블로그, 지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맛집 관련 정보를 보여주고 있고, 지역명+맛집은 자동완성으로 지원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단어입니다.

 

TV에서도 맛집 열풍은 한창입니다. 여러 맛집 TV 프로그램에서는 유명인이나 PD들이 맛집을 찾아가서 하정우의 먹방처럼 맛있게 음식을 먹어치우는 화면을 찍어오곤 하죠. 한발 더 나아가 케이블에서는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프로 같은 요리 프로그램을 방송하여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에는 오디션 열풍에 호응하여 마스터 셰프 코리아 라는 요리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까지 제작되었습니다.

 

 

[출처-yes24]


 

이런 맛집과 맛있는 요리에 대한 욕망은 시각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만화계에서도 뜨겁습니다. 한때 CEO들의 필독서로 불렸던 미스터 초밥왕이나 신의 물방울처럼 초밥과 와인이라는 좀 전문적인 음식들을 다루었던 만화들이 있었죠. 이 만화들은 신문에 연재되었던 식객이라는 불세출의 맛집 만화를 거쳐 이제는 웹툰을 통해 좀 더 생활 속 음식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요리-맛집 웹툰으로 네이버에서는 요리를 잘 못하는 어린 친구들도 따라 하기 편한 ‘역전! 야매요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음에서는 코알랄라와 차이니즈 봉봉클럽 등이 야식 시간마다 실시간으로 댓글 소통하며 독자들의 위를 고문하기로 유명했지요.

 

 

 

맛을 찾아 가는 사람들 ‘노마드족’

 

이런 환경을 놓고 보면 그야말로 미식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기본적으로는 소비 수준이 높아지고 디저트와 푸드 스타일링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난도 교수는 맛을 찾아가는 사람들을 일컬어 미각 노마드족이라고 정의하고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답니다.

 

 

[출처-yes24]


 

“미각은 단순히 혀의 감각 세포에서 느껴지는 1차원적인 감각이 아니다. 오히려 후각, 시각, 촉감 등 오감을 동원한 즐거움의 향유다. 따라서 미각, 맛, 요리 등이 떠오르는 것은 소비자들이 더 공감각적이고, 체험적이고, 세련되고, 즐거운 여가활동을 찾고 있다는 의미다.”-306쪽

 

다시 말해 요리와 맛집 탐방은 여가생활의 일환으로 작은 사치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말이다. 일명 ‘로캐팅 소비’의 형태로 불과 몇 만원으로 명품 옷이나 가방 자동차 등의 구매를 제치고 작은 사치를 즐기는 새로운 소비행태라는 것이다.


새해 키워드는 '코브라 트위스트' 다가올 2013년 트렌드 10가지 전망 (북데일리, 2012-11-29)

 

 

이에 따라 앞으로 독특하고 비싼 음식과 식재료를 파는 매장이 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맛에 대한 다양한 욕구가 감각과 지식에 대한 욕구로 발전해 미식 산업과 교육은 더더욱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요.

 

 

미식에 대한 욕구의 명암

 

[출처-성심당 공식 홈페이지]

 

 

이런 미식에 대한 욕구와 정보가 커 나가면서 명암이 갈리고 있습니다. 밝은 면부터 살펴보자면 지방의 맛집들이 미식 노마드족들의 열성적인 정보 전파와 SNS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어느 분야든 여태까지는 수도권이 아니면 일정 이상의 호응을 얻기가 힘든 면이 있었는데요.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이런 시대의 요구를 업고 대전의 대표 빵집 성심당은 지난달 오히려 롯데백화점 서울 본점으로 진출하여 위세를 떨쳤습니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으로 시작해 57년간 사랑받아온 대전의 명소. 입소문을 타면서 현재는 쇼핑몰과 전화주문을 통해 전국 각지로 배송되며, '지역구'에서 '전국구'로 발돋움했다。 (후략)

'전국구' 된 동네 빵집들 (한국일보, 2013-01-22)

 

 

이와 마찬가지로 전주의 풍년제과, 군산의 이성당 등 지역 특화적인 메뉴를 가진 맛집들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천편일률적인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과 대형마트 SSM 진출로 인한 골목 상권 위협 등의 흉흉한 기사들을 생각하면 고무적인 소식이 아닌가 해요.

 

 

[출처-서울신문]

 


하지만 이런 미식 산업이 발전하면서 이를 악용한 사례들도 늘고 있습니다. 제대로 신뢰할 수 있는 맛집 정보들을 찾기가 점점 더 힘들어 지기 때문이죠. 트루맛쇼로 폭로된 방송사 맛집 소개 프로그램과 음식점의 유착 관계나 일부 맛집 블로거들의 매수 등 돈으로 평가를 사는 모습이 눈에 띄기 시작한 거죠.

 

 

‘마침내’ <트루맛쇼>가 전국 11개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MBC가 제기한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법원이 기각하면서 영화 상영이 가능해진 터라 더욱 화제가 되었다. 이 영화가 주목을 받은 건 김재환 감독이 <시사IN> 제193호 대담에서 말했듯이, 다들 텔레비전의 맛집 프로그램에 ‘당한 기억’이 있어서다. 다시 말해 그동안 제대로 된 맛집 프로그램(보도)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후략)

한국판 ‘미슐랭 가이드’가 걱정되는 이유 (시사in, 2011-06-16)

 

 


미식 산업의 어두운 면만 커지게 되면 음식점을 별점으로 냉혹하게 평가하는 미슐랭 가이드 레드북이 나온다고 하여도 미식 산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미슐랭 가이드가 무소불위의 맛집 권력으로 군림하게 되어 버릴지도 모르죠. 이 상태라면 나쁘게 평가받는 식당은 둘째 치고, 좋게 평가 받는 식당조차 비뚤어진 주목 때문에 망가질 확률이 큽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올바른 평가와 건전한 평가 정보가 꼭 필요할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재료로 정성스레 만든 음식을 알아볼 줄 아는 소비자들의 미각이 필요하겠죠.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건전한 미식 문화가 정착되고 좋은 맛집들이 제대로 주목받을 수 있도록 맛있는 것은 맛있다, 맛없는 것은 ‘맛없다’ 솔직히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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