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남성 인문학강의도서에 열광하는 이유

2013. 2. 26. 12:36다독다독, 다시보기/지식창고

 


한 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에 누구나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화해서일까요? 가만히 있어선 오히려 뒤처지고, 걷기라도 해야 세상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뛰어야 남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죠. 이런 시대적 흐름 때문일까요. 최근 자기계발 서적 중에서도  하버드·예일·와튼스쿨 등의 명강의를 담은 책 출간이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에 호기심이 가는 이유는, 주요 독자층이 3040 남성이라는 점인데요. 걸그룹 문화를 선도해온 3040삼촌들이 인문학강의 도서에 열광하는 이유! 다독다독과 함께 살펴보실까요?  


 

[출처-서울신문]


 


여성이 주도하는 도서 시장 속 <인문학, 자기계발서>는 3040 남성이 주도


그렇다면 3040 남성들이 인문 강의 도서에 시선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혹한 사회 속에서 위안과 멘토를 찾지만, 주위에서 멘토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 도서로 시선을 쏠리게 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합니다. 철학적 깊이가 있는 인문학 강의인데다 세계적 석학이라는 신뢰도가 더해져 3040 남성들에게도 큰 어필을 한 것이죠.



베스트셀러 전반을 살펴보면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김난도, 김정운, 마이클 샌델 등 교수들뿐만 아니라 혜민 스님, 법륜스님, 박경철 등 ‘멘토’ 작가들의 책들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을 것을 알 수 있다. (후략) 


2012년 상반기 교보문고 종합베스트셀러 1위는? (교보문고 북뉴스, 2012-06-19)



이런 트렌드는 판매 층에도 영향을 끼쳤는데요. 예스24 통계에 의하면 2012년 책을 가장 많이 산 독자는 3040 여성으로 3040 남성의 2배 가까이 많은 책을 구매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비리그 명강의 도서는 사정이 매우 달라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같은 도서는 구매자의 40% 정도가 3040 남성들로 3040 여성은 물론 다른 세대에 비해서도 큰 구매력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는 전자책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네요.



전자책 독자 성비는 균등하다. 2011년 처음으로 여성 독자의 점유율이 앞섰으나 2012년 남성 독자 비율이 소폭 상승하면서 여성 49.8%, 남성 50.2%로 성비가 균등해졌다. 자기계발, 인문 분야의 신규 콘텐츠가 늘면서 남성 독자의 유입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2012년 가장 사랑받은 전자책은 바로 '이것'? (동아일보, 2012-12-06)




오피니언 리더층에서도 인문학 사랑은 남성층이 압도적


인문 강의 관심은 경영인, 의료인, 법조인 등 오피니언 리더들의 인문학 강의 클래스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 1회 철학과 역사 등 인문학을 배우는 서울대 AFP 수강생들은 헤르만 헤세, 데카르트, 한용운, 셰익스피어 등을 배우며 토론하는 수업으로 인생을 돌아보고 있다고 하네요. 내로라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지원 경쟁률이 3대 1에 이르는 서울대 AFP 클래스는 인문학에 대한 남성들의 열망이 들끓는다고 하는데요. 이 열망은 3040에서 5060에까지 이어지는지 도서 구매 행태보다도 압도적인 남성 비율을 보였습니다.




[출처-서울대 AFP는 공식 홈페이지]




철학과 역사를 배우러 매주 모여든 이들은 누구였을까. 10기수에 걸친 AFP 수강생을 서울대 인문대학과 함께 분석해 봤다. 수강생 451명 중 대기업 임원급 이상이 132명, 중소기업 대표이사급이 129명으로 기업인이 전체의 43%였다. 시중은행과 증권사 임원급은 67명으로 15%였고, 공기업 임원과 정부 고위공무원이 60명(13%), 부장급 이상 판사·검사와 법무법인 대표 변호사급 법조인이 28명, 대학 총장·교수 12명, 의대 교수를 포함한 의료인이 9명이었다. 이외에도 언론계와 문화·예술인이 각 6명·4명이었고, 소망교회 김지철 목사와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 같은 종교인도 있었다. 성비는 남성 416명(93%), 여성 35명(7%)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후략) 


“헤르만 헤세가 본 이상적 인물은 누구죠?” … 교수들 “지적 열정 놀랍다” (중앙일보, 2012-08-18)




3040 남성들이 아이비리그 명강의를 찾는 이유


2010년 정의 신드롬을 일으킨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로 출판계는 명강의를 묶을 책들을 쏟아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하버드, 예일, 컬럼비아대 등 미국 동부 명문대, 이른바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명강의를 묶은 책들이 자기계발서의 트렌드로 급부상했죠. 이 책들이 3040 남성들의 관심을 끌면서 상한가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솔직하게 말해 세계 최고라는 아이비리그 대학의 간판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이비리그 강의의 인기 비결은 기존의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세계 최고 상아탑의 인문학 강의라는 묵직한 외피를 입은 데서 나온다. 책에 적힌 `세계 0.1%에게만 허락된 특권` 등의 문구가 독자를 유혹한다.(후략)


‘아이비리그 강의’에 빠진 서점가 (MK뉴스, 2013-02-20)




시장과 도덕,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사람을 이끄는 힘, 열린 인문학 강의 등 2012년 한해 인문, 경영, 교양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하버드대 간판을 단 책만 30여 권이 출간됐다고 하죠. 하버드뿐 아니라 예일대 셸리 케이건 교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나 와튼스쿨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의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같이 아이비리그 명강의 도서는 폭넓게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출처-yes24]




하지만 단순히 인문 강의 도서의 열풍이 이런 간판 때문만일까요? 3040남성들이 인문학 강의 도서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불안정한 사회 현실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3040남성들은 어떤 세대보다도 치열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 한국 사회에서 ‘남성’으로서의 책임감을 짊어진 각박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삶을 사는 남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험난한 시대에 자신이 버틸 수 있는 버팀목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3040남성들은 인문 강의 도서를 선택한 것이지요. 경쟁에서 자신이 살아남는 방법을 책을 통해 찾아보고, 이 각박한 하루하루 속에서 인간으로서 느껴야 할 가치를 책을 통해 느끼면서 삶의 결핍을 조금이나마 채우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어떤 책보다도 리더십을 강조하고, 사회적 가치를 말하는 명문대학의 인문 강의 도서는 불안정한 삶을 향유하는 3040남성들에게 든든한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죠. 




도서나 문화에서 항상 강세를 보인 여성층뿐 아니라 남성들까지 도서와 문화에 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참 고무적인 일입니다. 다만 그 열정이 생존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 안타까운 점이 있습니다. 힘든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자기계발서를 탐닉하고 인문학 속에서 살 길과 본받을 대상을 찾는 이 시대 남성들. 그 무거운 어깨에 인문학이 날개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