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D의 첫 경험, 한국 대표 연사 4인 4색 스토리

2013. 3. 6. 10:0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18분, 1500여 건의 강연, 강연 동영상 조회수 10억, 빌 클린턴, 앨 고어부터 노벨상 수상자와 민간인을 아우르는 방대한 연사. 무엇보다 놀랍게도 이 모든 강연을 인터넷에서 무료로 누릴 수 있다는 것. 바로 세상을 바꾸는 18분의 아이디어 강연 TED입니다. TED는 기술(Technology), 오락(Entertainment), 디자인(Design)의 이니셜로 미국의 비영리 재단입니다. 원래 기술과 오락, 디자인의 융합을 꿈꾼 리처드 솔 워먼이 만들었으나 당시에는 폐쇄적인 행사였다고 해요. 21세기 들어 미디어 사업가인 크리스 앤더슨이 TED를 인수하며 현재와 같은 TED가 확립되었습니다. ‘퍼뜨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개방을 택한 거죠. 이제 TED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지식 컨퍼런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이 세계 최대의 컨퍼런스에 새터민을 포함한 4명의 대한민국 일반인이 연사로 나섰습니다. 수많은 명사들과 함께 TED 무대에 선 우리나라 일반인 연사들의 메시지를 살펴보실까요?


 


[출처-TED 홈페이지]

 

 

TED 큐레이터인 크리스 앤더슨은 지난해 “평범하지만 독특한 아이디어를 가진 일반인을 무대에 세우겠다”면서 세계 14개국에서 오디션을 개최했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5월 24일에 열렸다. 전 세계 참가자들을 상대로 동영상 투표가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이씨를 비롯해 카네기홀에서 한국인 최초로 시즌 개막 독주회를 연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27·여)씨, 중학생 활(弓) 제작자 장동우(15)군, 디자이너 이진섭(34)씨 등 4명이 최종 34명에 선정돼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가장 많다. 일본은 단 1명만 선정됐고 중국은 2명이다. (후략)

 

탈북여성 TED 선다 (서울신문, 2013-01-16)

 

 


지옥 같은 지상낙원 북한 탈출기, 이현서

 

 

[출처-TED 블로그]

 


탈북 여성인 이현서씨는 어린 시절 지상낙원이라고만 생각했던 북한에서 탈출한 기적 같은 일대기를 소개했습니다.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이씨 가족은 살아남았지만 열다섯 살 때 굶어죽은 어머니의 편지를 쥔 소녀가 집에 찾아오면서 의심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일곱 살 때 공개처형을 목격했지만 너무 어려서 북한의 실체를 미처 몰랐다고 해요. 15살 때 중국으로 넘어와 10년을 숨어살았다고 합니다. 북한 국적을 들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2008년 전 재산을 털어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 빼내 라오스로 탈출했지만 한국 대사관 진입 직전에 경찰에 붙잡혔다고 하죠. 그 절체절명의 순간을 한 사람의 선의로 넘기고 무사히 탈북 했다고 합니다. 이현서씨는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이 다른 사람에게도 일어날 수 있도록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며 발표를 마쳤습니다.

 

 

 

나만의 활을 만드는 16세 소년, 장동우

 

 

[출처-TED 블로그]

 


TED 무대에 오르자마자 평소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즐겨 언급하던 한국 교육에 대한 비판으로 입을 연 16세 소년 장동우. 모두 똑같은 목표만을 향해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한국 교육이 싫어 선택했다는 그의 목표는 활입니다. 활 만드는 재료를 구한다고 집 근처 나무를 몰래 배기도 하고, 활을 구부린다고 불을 피우다 소방서에 신고를 당해 방화범으로 몰리는 등 언뜻 보면 엄친아보다 문제아에 가까워 보이는 이 소년은 한국 교육에 대한 자기 나름의 저항의 도구로 활 만들기를 골랐다고 하는데요. 그는 보우토피아를 꿈꾼다고 합니다. 활과 같은 이상향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죠. 각자가 있어야 할 곳이 있고 누구도 뒤처지지 않는 세상, 활처럼 강하면서도 유연한 그런 세상을 말입니다. 틀림이 아닌 다름의 세상을 활을 매개로 잘 설명해내었습니다.

 

 

 

바이올린 봉사가 치유해준 우울증, 박지혜

 


[출처-TED 블로그]

 

 

TED 무대에 올라 비발디의 사계, 쇼팽의 녹턴 등을 현란한 기교로 연주한 박지혜씨는 바이올린 신동입니다. 그녀의 실력은 독일 정부로부터 1735년산 국보급 명기 페투르스 과르네르를 무상으로 대여 받아쓰고 있고, 2년 전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뉴욕 카네기홀 시즌 개막 연주를 맡았을 정도로 출중합니다.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 부러운 재능을 가진 박지혜씨도 우울증으로 고통 받던 시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그 시간 동안 교도소와 교회를 방문하며 그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했다고 합니다. 그 활동이 그녀를 짓누르던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줬다고 해요. 그 경험이 그녀의 음악과 연주를 더욱 깊이있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고요. 박지혜씨는 자신의 바이올린 연주로 음악이 정말 강력한 치유의 언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습니다.

 


 

[출처-TED 블로그]

 

 

이 세 명 이외에도 디자이너인 이진섭씨가 오감을 활용한 디자인이란 참신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왜 섹스가 그렇게 기분이 좋을까?’ 라는 도발적인 비유로 오감 디자인을 설명했는데요. 디자인의 본질과 그 디자인을 수용하는 사람에게 주어야 할 오감에 대한 이야기였죠.


 

 

[출처-TED 홈페이지]

 

 

올해 처음으로 일반인 연사를 오디션으로 선발한 TED. TED컨퍼런스도 2월 25일부터 3월1일까지 일주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끝이 났습니다. 올해는 젊음, 지혜, 미지라는 주제로 열렸는데요. 이현서, 장동우, 박지혜, 이진섭 이외에도 U2의 보노, 작가 릴로퍼 머천트, 경제학자 로버트 고든 등 수많은 명사들이 강연을 하였습니다. 아직 TED 홈페이지에는 영상이 업로도 되지 않아서 조금 아쉽네요. 영상으로 확인하기 전에 자신만의 젊음, 지혜, 미지에 대해 궁리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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