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가슴 멍울 풀어줄 건 CCTV뿐?

2013. 3. 18. 10:18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지난 11일 한 고등학생이 중학교 때부터 시달려온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15살밖에 안 된 나이에 23층 아파트에서 투신해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최모군은 유서에서 자신이 당해온 학교폭력의 실상과 문제점을 자세히 밝혀 사회에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가해자들 역시 300번 빵 셔틀을 했으면 빵을 300개 먹었으니 좋았을 것 아니냐, 돈을 빼앗은 게 아니라 내가 보관하고 같이 쓰려고 했다는 등 횡설수설하여 다른 충격을 안겨주고 있고요. 최근의 학교 폭력은 이제 피해 규모가 집계된 피해자만 수만 명을 헤아리는 조직범죄에 가까울 정도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매년 학교폭력이 반복되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통계에 의하면, 2010년 7823건(초 231건, 중 5376건, 고 2216건)이 발생했다. 가해학생 수는 1만9949명, 피해학생 수는 1만3748명이었다. (중략) 학교폭력은 반복적,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피해자가 당하는 고통의 정도도 심각하다. 2011년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학교폭력 실태보고서에 의하면 피해자 중 60.8%가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 중 11.65%는 자살을 생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후략)

 

[기고]‘사회적 숙제’가 된 학교폭력 (세계일보, 2013-03-17)

 


한편 최모군의 유서에는 제 기능을 못하는 CCTV에 대한 성토가 쓰여 있어 학교폭력 예방에 CCTV의 효용이 시험대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CCTV는 학교폭력 예방에 효과가 있는 걸까요?

 

 


늘어나는 학교폭력, CCTV는 흡연 금지를 위한 낡은 것 몇 대가 전부

 

현재 학교에 설치된 CCTV는 숫자도 모자라지만 성능도 떨어지는 것투성이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성능의 CCTV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데요. 하지만 아직 현실은 감시 기능이 떨어지는 CCTV들이 대부분이죠.


 


[출처 – 서울신문]

 

 

실제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시내 학교 CCTV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초ㆍ중ㆍ고등학교 1,321개교에 설치된 1만8179대의 CCTV 중에 40만 화소 미만은 3958대(21.8%), 40만~50만은 1만 3055대(71.8%)로 저해상도 카메라 비중이 약 93%를 차지했다. (후략)

 

학교폭력방지 첨단 CCTV `관심` (디지털타임스, 2013-03-17)

 


50만 화소 이하 CCTV는 실제 설치되어 녹화되어도 사람이나 사물의 인식, 식별이 어려워 사실상 유명무실한 존재라고 합니다. 적어도 100만 화소급 이상은 되어야 촬영된 차량 번호판 정도를 식별할 수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전국에 실제 설치된 교내 CCTV 중 100만 화소급은 단 3%. 그래서 최근 각 교육청은 개별 학교 단위로 관리했던 CCTV를 교육청에서 통합 관리하기로 하고 CCTV 표준안 작업과 시스템 설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요. 앞으로는 경찰서와 연계해 통합보안관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CCTV만으로는 학교폭력 근절 어려워, 교사의 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겠지만, 고화질 CCTV만으로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번 학교폭력의 희생자인 최모군은 유서에 학교 CCTV가 소용없다는 내용을 썼다고 합니다. 학교에 여러 대의 CCTV가 달려 있었지만 폭력은 항상 사각지대에서 일어나고 그 구석구석을 다 담는 건 구식 CCTV로는 무리이니까요. 이는 최모군에게 학교폭력을 행사한 가해자 중 한 명인 A군도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출처 – 서울신문]

 

 

학생 인권이나 교권 침해 논란 등으로 CCTV가 설치되기 어려운 곳들이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전국 중·고교생 1만595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학교폭력을 가장 많이 당한 곳으로 ‘교실 안’(38%)이 꼽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후략)

 

학교폭력 가해학생 “쉬는 시간 교실안서 가장 많이 때려요” (국민일보, 2013-03-17)


정말 등잔 밑이 어둡네요. 그나마 있는 CCTV도 가해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앞에서 학교폭력을 행사할 리는 없죠. 대담하게 교실 안을 학교폭력의 장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CCTV 이외에도 시선이 필요합니다. 감시가 아닌 관심의 시선이요. A군은 등장 밑을 살필 수 있는 건 오직 선생님의 눈뿐이라며, 이렇게 직접 가해자로 조사받으면서 생각해보니 CCTV보다 선생님이 한 번 교내 순찰을 제대로 하는 게 학교폭력 예방에 훨씬 효과적이란 걸 체감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CCTV를 증설할 거면 복도가 나을 거라는 제안도 했다고 하네요. 교실이나 화장실에서 학교폭력이 크게 벌어지면 복도에 구경꾼들이 우르르 모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났다는 것을 CCTV를 통해 금방 눈치챌 수 있기 때문이죠.


 

 

학교폭력예방에 왕도는 없다.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때

 

경북 교육청은 2012년 모든 학교의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했으나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이렇게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자살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대책회의에서도 뚜렷한 해법은 찾지 못했다고 하죠.

 

 

사실 학교폭력만큼 어려운 문제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학교폭력 예방은 관심에서 출발합니다. 희생자가 있다면 누구든 주변에 알리고 가족들도 학생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를 평소에 나누어야 합니다. 학교는 신고학생과 피해학생은 철저히 보호하고 가해학생에게는 엄중한 벌과 함께 인성을 교정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이란 무엇인지 철저히 교육하고 동시에 이를 어기면 어떻게 처벌받는지도 명확히 인식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제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지로 넘어갈 수 있는 시절이 아닙니다. 폭력에 대한 민감성은 아이들뿐 아니라 학부모들에게도 꼭 교육해야 할 것들입니다.

 

 

[출처 - 교육과학기술부 학교폭력 예방 종합포털사이트 STOP Bullying]

 

 

실제 사천 지역에서는 강경책과 예방교육을 병행하여 학교폭력이 확 줄어들었다고 하는군요.

 

최근 또래들의 폭행을 견디지 못한 고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학교폭력이 전국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사천지역의 학교폭력이 대폭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규모 학교폭력범을 검거한 데 이어 다양한 선도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후략)

 

사천지역 학교폭력 확 줄었다 (경남일보, 2013-03-18

 


작년에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법에 따라 엄단하고, 동시에 경찰이 관내 초중고를 순회하며 학교폭력 예방교육, 학부모 설명회, 지역주민 설명회를 열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학교폭력을 사전에 제압하는 분위기를 형성한 것이죠. 이 덕분에 2012년 1분기 학교폭력 신고건수는 단 1건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학교폭력은 나쁜 것이란 교육을 확실히 하고 가해학생은 엄벌에 처하는 것, 이것이 학교폭력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 아닐까 싶네요.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독다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