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뉴스가 따라올 수 없는 ‘지면 편집의 힘’이란

2011. 6. 7. 13:26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10년 뒤에도 신문이 있을까요? 신문이 위기라고 합니다. 아니 신문산업이 위기라고 합니다. 극단적으로는 요즘 종이신문 누가 보냐며 멀지 않은 장래에 신문은 사라질 거라고 예언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실제로도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부 신문은 조만간 종이신문 발행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미 실행에 옮긴 곳도 있습니다. 신문은 과연 사라지는 매체일까요. 더는 신문의 매력은 없는 걸까요. 아침에 일어나면 신문부터 집어드는 50~60대 어르신들이 사라지면 신문도 그 생명이 끝나는 걸까요.

소위 말하는 신문 전문가들조차 견해가 엇갈립니다. 비관론자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종이활자시대는 갔다. 인터넷 클릭 한 번이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찾아볼 수 있는데 누가 신문을 볼 거냐” 반면에 긍정론자들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가 과연 얼마나 신뢰할 만한 것이냐. 당신은 인터넷을 전적으로 믿는가. 결국은 그래도 믿을만한 신문을 읽게 될 것이다”고 주장합니다. 활자의 매력을 외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기 어느 신문의 1면이 있습니다. 어쩌면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3월 일본에서 대지진과 쓰나미의 참사가 있던 그 주의 일요일. 멀리 지구를 반 바퀴 돌아 영국의 한 일간지의 1면이 눈길을 확 잡아끌었습니다. 우리 시각으로 보면 참 희한하게 만들었습니다. 자기 나라도 아닌 먼 나라의 불행에 따뜻한 시선을 던집니다. 




“간바레 닛폰, 간바레 도호쿠(힘내라 日本, 힘내라 東北)”


이 신문은 1면 전체에 일본 국기를 싣고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 원안에 일본어로 “힘내라 일본, 힘내라 東北”라는 구호를 실었습니다. 붉은 원 바로 아래 일장기 여백에는 영어로 “Don’t give up, Japan Don’t give up, Tohoku”라고 썼습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3월 13일자 1면 모습입니다. 저는 이 지면을 보고 감탄 또 감탄했습니다. 참 인류애가 넘쳐나는 지면입니다. 인터넷이나 방송으로는 보기 어려운 따뜻한 모습이죠. 저의 생각으론 그렇습니다. “이런 신문이 있는 한 독자들은 신문을 집어들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기서 신문의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정말 멋있지 않습니까.

저 지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저 지면이 있게 한 것은 편집입니다. 흔히들 편집이라고 하면 방송을 떠올립니다. 촬영한 필름을 방송시간에 맞춰 자를 건 자르고 적당히 순서도 바꾸는 걸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문의 편집은 다릅니다. 맨 위의 편집국장부터 막내기자까지 기사를 기획하고 취재하고 지면에 배치하는 모든 과정이 편집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위에 언급한 인디펜던트 같은 지면도 나오게 되지요. 신문은 결국 편집의 힘입니다.

편집된 뉴스와 날 것의 뉴스는 천양지차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온라인으로 보는 뉴스는 다 똑같습니다. 한 줄짜리 제목 아래에 기사가 달립니다. 어느 뉴스가 더 비중이 큰지, 어느 게 중요한 뉴스인지 알 수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제목에 낚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나 신문은 다릅니다. 지면을 펼치면 한눈에 기사의 경중이 보입니다. 1면에 굵은 고딕체 활자로 상단에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기사는 그날 뉴스 중 가장 중요한 뉴스입니다. 독자들도 그렇게 훈련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굳이 저널리즘 이론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단편적인 기사 한 건 한 건을 읽는 것과 신문을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또 하나 편집의 중요성은 그 신문의 스탠스를 은연중에 또는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비교해 보면 금세 이해가 되실 겁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전혀 다른 시각으로 때로는 반대쪽 대척점에 서서 보도합니다. 그것 역시 편집입니다.

신문이론에 대한 설명이 구구절절 길었나요? 그래도 신문편집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죠. 왜 이렇게 긴 설명을 하냐면 바로 그것이 신문이 필요한 이유, 나아가 신문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편집이 없었다면 이런 지면들을 볼 수는 없었겠죠>


얼마 전 세계적 유력지 ‘월스트리트 저널’의 디지털 네트워크 총괄 책임자인 앨리사 보웬이라는 분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분의 언급은 한마디로 간결합니다. “종이 신문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역할을 유지할 것이다.”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뉴스가 전달되고 스마트폰 태블릿 PC도 일반화된 요즘에 그는 자신 있게 신문의 미래를 예언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덧붙입니다. “경제적으로 볼 때, 신문에 광고하는 브랜드 광고의 영향력,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여전히 종이 신문은 영향력이 있다. 우리는 여전히 다양한 매거진을 만드는 등 신문 지면의 계발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저 역시 신문은 살아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물론 그전에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습니다. 신문이 신문다워야 한다는 것이죠. 예전에는 직장인들이 출근 후 대화를 열어가는 첫마디가 “오늘 신문에서 그 기사 봤니”였습니다. 그만큼 신뢰성이 바탕이 되었던 것이지요. 신문들은 이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독자들은 똑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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