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두 여류작가의 작품

2013. 5. 31. 10:15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청춘들을 향한 발신음


'청춘'이라는 단어를 조용히 발음해보세요.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풀잎내음이 물씬 풍길 것 같은 싱그러운 미소와 붉게 상기된 촉촉한 볼을 한 채 인생에 대한 의문을 잔뜩 챙겨들고 길을 나서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신가요?
여덜 여문 풋사랑에 밤새워 시름하고, 어설픈 꿈과 이상(理想)에 안쓰러울 정도로 고군분투하며, 제대로 겪어보지도 못한 인생 앞에 좌절하고 아파하는 모습. 언제나 돌아보면 ‘피식’ 웃음만 나지만, 청춘은 그러기에 바로 청춘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작가, 신경숙의 눈에 비친 청춘 역시 그러합니다. 그녀의 눈에 비친 청춘이란 인생에 대해 가장 깊이 고민하고, 절망하고, 상처받고, 그러기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이라 비춰지지요. 여기, 그녀 작품 속에 등장하는 4명의 청춘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윤, 미루, 단, 명서. 신경숙의 장편소설《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속 그들은 그 아름답고 찬란한 시기를 하필이면 비극적인 시대상황과 맞물려 힘겨움에 힘겨움을 더해 지나게 됩니다.


[출처 – yes 24]



여러분은 각기 크로스토프들이네. 강 저편으로 아이를 실어나르는 자들이기도 하지. 거대하게 불어난 강물 속에 들어가 있는 운명을 지닌 자들이란 말이네. 강물이 불어났다고 해서 강 저편으로 아이를 실어나르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되네. 강을 가장 잘 건너는 법은 무엇이겠는가? 서로가 서로에게 크리스토프가 되어주는 것이네. … 여러분은 불어난 강물을 삿대로 짚고 강을 건네주는 크리스토프이기만 한 게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전체이며 창조자들이기도 해. … 그러니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게.



갑작스레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엄마의 감당하기 힘든 부재 속에서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의 낯선 환경에 외톨이로 놓인 윤. 시대와의 불화를 견디지 못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 언니로 인해 방황하는 미루. 작은 몸뚱이로 시대와 맞서보기 위해 데모와 집회로 젊음을 소진하는 명서. 그리고 윤에 대한 오랜 사랑과 예기치 못한 청춘과의 불협화음으로 삐걱대는 단. 아픔을 간직하고 이리저리 흔들거리며 방황하는 이 네 젊은이를 창조한 작가, 신경숙은 말합니다. 청춘이란 것은 모든 것을 다 걸기에 아름답다고. 우정, 사랑, 심지어 시대가 가져다주는 불화까지도 자기를 다 투사해서 존재를 거는 열정을 품고 있다고.



인생의 맨 끝에 청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 … 누군가 약속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의미 없는 일은 없다고 말이야. 믿을 만한 약속된 무엇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쫒기고 고독하고 불안하고 이렇게 두려움 속에서 보내고 나면 다른 것들이 온다고 말이야. 이러느니 차라리 인생의 끝에 청춘이 시작된다면 꿈에 충실할 수 있지 않을까?



신경숙은 책의 전반을 통해 우리에게 조용히 이야기합니다. 인생에 의미 없는 사건이나 순간 같은 것은 없다고 말이지요. 세상이 건네는 모든 것은 공부이고 과제이고 심지어 아직 포장지를 뜯지 않은 멋진 선물이라고 말입니다.





작가는 마지막으로 힘겨운 청춘을 보내며 비틀대는 많은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위로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소설을 끝맺습니다.


살아 있으라. 마지막 한 모금의 숨이 남아 있는 그 순간까지 이 세계 속에서 사랑하고, 투쟁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살아 있으라.



글쎄요, 이 한 문장으로 모든 것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부조리만 가득할 뿐일지라도 이 세계 속에서 끝까지 멋지게 살아 사랑하고 투쟁하고 제 몫의 분노와 슬픔을 견디는 일이 아닐까요?



넘치도록 가득한 젊음과 자유를 기꺼이 실패에 투자하라


제목만으로도 넉넉한 위로를 주는 책이 있습니다. 제게는 공지영 작가의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꼭 그러했습니다. 아, 내가 어떤 삶을 살든, 이를테면 방황하고 추락하여 세상이 제시하는 성공의 반대편 길을 걷고 있더라도 '나는 언제나 네 편이다'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누군가를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너는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 한다.'라는 일장연설을 늘어놓고, '이 모든 것이 너를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스무 배쯤 강력한 힘을 안겨줄 것 같았지요.





알려져 있다시피 이 책은 작가 공지영이 실제 딸인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들을 묶어 놓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위녕에게만 국한된 메시지는 아니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청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랑이나 우정, 직업, 인생, 이런 주제들을 가지고 그 주제에 알맞은 책들을 소개하며 그 책속에서 작가의 인생을 변화시켰던 구절들도 함께 소개해 주는 것이지요.



자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싶지 않을 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도피처를 찾는 일이란다.


고통만이 성장할 수 있게 해주죠. 하지만 고통은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겁니다.

사랑이란 무턱대고 덤벼들어 헌신하여 다른 사람과 하나가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내 삶을 사는 것, 그건 이기적인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남에게 살도록 요구하는 것, 그것이 이기적인 것입니다.



작가 공지영은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청춘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시넘치도록 가득한 젊음과 자유를 기꺼이 실패하는데 투자하라고. 귀에 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당신이 달리고 있을 때에도, 설사 멈추어 울고 있을 때에도 나는 당신을 응원할 것이라고.


힘겨운 오늘과 두려운 내일을 염려하는 중이라면, 잘못을 지적받고 반성을 강요당하는 대신 누군가에게 절대적인 위로와 응원의 소리를 듣고 싶다면, 혼란스러운 세상을 받아들이는 법을 몰라 당혹스러워 하는 중이라면, 그렇다면 지금 이 두 권의 책을 펼쳐들고 조용히 혼자만의 세계로 걸어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여류작가, 그녀들이 있어 더 빛나는 봄입니다.




ⓒ 다독다독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으로 다음뷰 pick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