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패치의 특종 보도, 파파라치일까 탐사보도일까?

2013. 7. 25. 10:59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얼마 전에 제대한 월드스타 비와 국민배우 김태희의 연애 소식과 최근 원빈과 이나영 커플의 비밀 데이트 현장까지 잡아내어 보도한 디스패치. 최근 굵직굵직한 연예관련 사진들은 연예전문매체인 디스패치에서 보도했는데요. 이 때문에 디스패치는 짧은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주목을 받는 매체가 되었습니다.




출처 – 서울신문



새해 첫날 김태희와 비의 열애설을 보도한 온라인 연예매체 디스패치(dispatch)에 네티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일 이른 새벽부터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에는 디스패치가 검색어에 오르며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매체명이 검색어로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 디스패치가 시선을 끌기 시작한 것은 새해 첫날 특종을 보도하겠다고 예고한 31일부터다. 디스패치는 지난 31일 이병헌과 이민정의 데이트 현장을 보도하면서 기사 말미에 2013년 1월 1일, 디스패치가 새해 첫 커플의 사랑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라고 예고해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이어 1월1일, 이들은 톱스타 김태희와 비의 열애설과 데이트 현장 포착 사진을 공개해 새해 첫 날부터 네티즌들을 멘붕에 빠트렸다.


김태희-비 열애설 터뜨린 디스패치, 관심 폭발 (조선일보, 2013-01-01)



연예 보도의 특성상 해당 톱스타들은 난처한 입장에 빠지기도 했고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팬들을 위한 알 권리를 누구보다 빨리 전하는 매체라는 소리도 있고요. 이 때문에 디스패치와 같은 매체가 파파라치에 불과할 뿐인지 아니면 탐사보도에 속하는지 애매하기도 한데요. 다른 사례들로 차이를 한 번 살펴볼게요.




파파라치와 탐사보도




출처 - 서울신문


파파라치는 유명인사나 연예인의 사생활을 카메라로 당사자 몰래 찍은 뒤 신문이나 잡지사에 고액으로 팔아넘기는 카메라맨을 뜻하는 데요. 이탈리아의 영화감독 페델리코 펠리니가 만든 달콤한 생활이란 영화에 등장한 카메라맨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어로 파리처럼 웽웽 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를 말한다고 하네요. 유명인 주변에 서성이는 날파리 같은 존재라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출발했죠.




출처 - 서울신문


탐사보도는 최근 뉴스타파의 조세피난처 특종에서도 보이다시피 눈에 보이는 사실이 그 이면에 있는 진실과 다를 수 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합니다. 범죄, 정치, 기업의 부패나 비리를 수개월에서 몇 년 동안 깊고 넓은 조사를 통해 파헤쳐 폭로하는 언론보도 형태입니다. 탐사보도에 대해서는 얼마전에 다독다독에서 알려드린 적이 있죠.


> 세상을 움직이는 탐사보도의 미래 [바로가기] (다독다독, 2013-07-11)



파파라치와 탐사보도는 생각보다 나누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 대상을 공격적으로 파고 드는 취재 형태라는 점은 비슷합니다. 또한 취재 대상이 취재하는 기자들을 꺼려하고 피하려는 점도 비슷하지요. 극단적인 경우 이 때문에 인명 피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1997년 영국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가 파파라치를 따돌리려다가 자동차 사고로 서거했고, 정치권과 마피아의 유착을 취재하던 탐사 보도 기자 존 볼스는 자기 자동차에서 마피아가 장치한 폭탄이 터져 사망했습니다.


또한 파파라치와 탐사보도 모두 폭로라는 센세이셔널리즘에 의존합니다. 아무도 몰랐던 사실을, 혹은 아무도 모르게 암암리에 있었던 일들을 기사와 사진을 통해 보도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파파라치나 탐사보도 모두 취재 대상의 허락을 받지 않고 조사를 하거나 사진을 찍는 일도 많습니다. 파파라치가 비나 원빈 같은 연예인 사진을 찍는 것도 그들의 허락은 받지 않고 찍는 것이고, 기자가 찍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황제 테니스를 치는 사진이나 이건희 회장이 자신의 스포츠카를 트랙에서 모는 사진도 당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찍은 사진이죠.


그래서 디스패치를 다룬 언론들에서도 그들이 파파라치인지 연예계 탐사보도인지 쉽게 판단하지 못 하고 있습니다.




파파라치인가 탐사보도인가. 구분이 쉽지 않은 디스패치


디스패치가 파파라치인지 탐사보도인지 판별해보려는 노력은 이미 있었습니다. JTBC의 프로그램인 김국진의 현장박치기는 디스패치 기자들을 직접 만나 디스패치를 해부해보는 시간을 마련했었죠.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출처 – JTBC 홈페이지



제목처럼 직접 발로 뛰는 한 시간이었다. 특종보도를 주제로 한 어제 방송에서는 장성규 아나운서가 직접 파파라치성 취재를 체험해보고, 김국진과 장성규 아나운서가 매년 1월 1일마다 어마어마한 열애설을 터뜨리는 <디스패치> 기자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탐사보도와 파파라치의 차이점, 잠입취재 노하우, 연예부 기자들이 겪는 인간적인 딜레마를 모두 들어봤지만, <디스패치>의 정체성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채 프로그램이 끝나버렸다.


<김국진의 현장박치기>, 파파라치에게 판정패 (텐아시아, 2013-01-30)



디스패치 역시 이에 대해 상당히 애매하면서도 당당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파파라치식 사진 보도를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사진을 언론사에 판매해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이상 파파라치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이죠. 일부에서는 연예계에 등장한 신종 탐사보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고요.




출처 – 디스패치 페이스북



디스패치는 당당했다. 자신들의 취재가 파파라치가 아닌 탐사보도란 것이다. 그러니까 “뉴스는 팩트”다. “스타의 입장에서 사생활 노출은 일종의 ‘팬 서비스’ 개념”이며, “팬들의 사랑으로 유명해져 수십억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데 자기 사생활까지 지키겠다는 것은 욕심”이며, “연예인의 가십을 다루는 뉴스에서 공익성을 따지는 것은 넌센스”, “공인과 유명인의 기준은 논란의 대상이며, 유명인은 자기 행위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인의 위치라는” 디스패치 측의 입장이다.


신종 ‘탐사보도’, 어떻게 봐야 할까 (미디어스, 2013-01-18)



물론 여기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연예인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게 정당한지 아닌지입니다. 디스패치 측의 의견은 꽤 명확합니다. 공인과 유명인의 기준은 논란의 대상이지만 유명인은 자기 행위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인이라고 판단한다는 겁니다. 그 유명인들은 팬들의 사랑으로 유명해져 수십 억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사생활까지 지키겠다는 것은 욕심이라는 거죠. 하지만 반대 하는 측은 유명인이 공인인지는 불분명한 기준이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권과 사생활을 지킬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사실 연예인은 팬들의 인기로 수십억을 벌어들이고 있으니, 사생활의 침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강변은 별다른 논파의 가치가 없는 주장이다. 단 한 가지 반문만으로 그 부당함을 입증할 수 있다. 연예인은 사람인가, 사람이 아닌가. 프라이버시는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인격과 인권의 영역이다. 이 당연하고도 빤한 질문에 반박할 수 없다면, 변복에 밀회까지 감행하는 데이트 현장에 잠복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인권은 이런 식의 반대급부가 따라붙지 않는 개념이란 걸 떠올린다면 말이다. 연예인들은 이미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그 막대한 소득에 납세라는 책임을 이행하고 있다. 식당에서 서빙을 한다고 해서, 반말과 하대까지 당연히 감수해야 할까. 비서로 일한다고 해서 업무와 관계없는 심부름까지 도맡는 게 정당한 책임의 영역일까. 택시기사는 운행을 통해 수입을 벌어들이니 음주한 승객의 폭언까지 참아내야 하는 것일까.


신종 ‘탐사보도’, 어떻게 봐야 할까 (미디어스, 2013-01-18)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런 생각도 드실 겁니다. 그렇다면 비리를 저지른 정치인이나 재벌, 범죄자들에게도 일일이 허락을 받고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쓰란 말인가?라고요. 여기서 나오는 것이 파파라치와 탐사보도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파파라치와 탐사보도의 차이는?




출처 - 서울신문


파파라치와 탐사보도는 얼핏 보면 비슷한 점도 많지만 핵심 가치가 다릅니다. 바로 공익성입니다. 바로 이 공익성이 정치인이나 재벌, 범죄자들의 비리를 탐사보도해도 되는 권리를 보장하죠. 하지만 파파라치는 아닙니다. 어원에서 살펴보았다시피 파파라치의 목적은 돈이지 공익성이 아닙니다. 그리고 디스패치는 인터뷰를 통해 공익성을 부인했습니다.



디스패치는 언론보도의 공익적 측면을 두고서는 “연예인의 가십을 다루는 뉴스에서 공익성을 따지는 것은 넌센스”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연예인 가십에 대한 대중의 욕망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 수많은 연예매체 간의 무한경쟁이 디스패치라는 독특한 매체를 탄생시킨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잇따른 연예특종, 탐사보도인가 파파라치인가 (미디어오늘, 2013-01-05)





출처 - 서울신문


만약 대상이 연예인이더라도 그 보도가 공익을 위한 것이었고 실제로도 공익적이었다면 파파라치가 아니라 탐사보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SBS 현장21이 연예병사들의 안마방 출입을 취재하여 실태를 폭로했습니다. 하지만 취재 대상이 연예인이더라도 이를 통해 국방부의 관리 소흘과 연예 병사들의 나태함을 폭로했고 이 보도를 통해 국민적인 공분과 연예병사제도 폐지라는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 내었습니다. 


아직까지 디스패치는 비-김태희, 이병헌-김민정, 원빈-이나영처럼 비밀 커플 공개에 힘써왔습니다. 앞으로 취재와 보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파파라치에 더 가까운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수많은 연예 전문 매체와는 확실히 다른 디스패치만의 강점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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