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펌질과 관련된 저작권법 알아보니

2011. 6. 20. 13:43다독다독, 다시보기/이슈연재


 



요즘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굳이 뉴스를 보지 않아도 어떤 사건, 사고들이 화제가 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소셜 미디어가 언론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언론인들 역시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뉴스를 전하기도 하는데요. 그렇다면,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올라온 사진이나 영상을 언론사에서 보도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이것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일까요?


트위터 사진에도 저작권이 있다?

“서울 폭우 사진 저작권 논란요. 트위터 사진을 아이디도 언급 않고 자기 것인 양 신문사 로고 워터마크 박은 주요 언론이 정말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fast

지난해 9월 21일 서울 곳곳에 300㎜ 가까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피해가 속출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건 당일이 추석 연휴 첫째 날이어서 신문이나 방송 등 각종 언론매체들은 잠잠했고, 유일하게 현장 상황을 알린 것은 ‘트위터’였는데요.


<트위터를 통해 당시 상황이 알려지고 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블로그, 난장이를 위한 변명(
http://hansangy.tistory.com/96)>

강서구 신월동 일대에 물난리가 났다고 알린 한 트위터 포스팅 이후 다른 지역 피해 상황을 알리는 트위트가 줄을 이었고 당시 트위터에는 재난보도를 하지 않는 언론의 안일함을 꼬집는 글들이 넘쳤습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 중앙일간지가 뒤늦게 폭우 관련 속보를 인터넷에 올리면서 트위터에 게재된 사진을 해당 언론사의 저작권 표시를 붙여 사용했는데요. 이를 발견한 트위터 사용자들의 비난 여론은 트위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트위터 사진 무단 도용 논란은 해당 언론사가 서둘러 문제 사진을 삭제함으로써 무마되었지만, 이미 확산된 비난 여론은 쉽게 사라질 수 없었죠.

이와 같은 사례가 비단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23일 미국의 한 지방법원에서는 역시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을 출처도 표시하지 않은 채 배포한 뉴스통신사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인정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타인의 사진 팔아 물의 일으킨 AFP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월 아이티 대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다니엘 머렐이라는 사람이 현장의 처참한 모습을 찍은 후 트윗픽에 올린 13장의 사진을 세계 5대 통신사 중 하나인 AFP가 자회사 이름으로 CBS, CNN 등에 판매하면서 시작됐는데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머렐은 자신의 저작권이 침해되었으니 즉시 사진을 삭제하고 적절한 배상을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AFP는 머렐이 자신들의 신용을 훼손했고 저작권 침해라는 명목으로 배상금을 요구했다고 하며 머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여 이 사건은 법정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지난 연말 해당 사건의 재판을 맡았던 ‘뉴욕남부지방법원’에서는 AFP의 저작권 침해 일부를 인정했는데요. 이 사건의 항소심 재판은 현재까지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잠정적인 결론이라 할 수 있는 1심 판결이 이미 선고되어 일부 언론사들이 머렐 측과 배상금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런 점은 앞으로 언론의 온라인 자료 사용에 대한 잠정적인 준거가 될 듯 합니다.


온라인 자료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은?

그럼 언론이 온라인 자료를 기사에 이용하고자 할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다음 사례를 통해 온라인 자료를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사례)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도에 사용하고자 하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동영상을 올린 사람들은 모두 원작자가 아니며, 그들도 원작자가 누군지 알지 못한다. 이렇게 원저작자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해당 저작물을 보도에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까?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영상을 사용하고 싶은 기자들은 가끔 이런 문제에 고민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원저작자를 알 수 없다 하더라도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하면 해당 저작물을 보도에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먼저 시사보도를 위해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원저작자의 동의가 없어도 공정한 사용의 범위, 즉 새로운 저작물이 원저작물의 수요를 대체할 정도가 아니며 표현 형식상 보도가 ‘주’이고 저작물이 ‘종’으로서 참고 자료로만 사용된다면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출처 명시 의무(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해야 하는 의무)’마저 배제하고 있어서 저작자를 모르고 있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 외에 상당한 노력에도 저작물의 저작재산권자나 그의 거취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에 의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승인을 얻은 후 기준에 의해 보상금을 공탁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법적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절차도 복잡하고,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드는데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저작권자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저작물 이용이 차단되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죠.

<유튜브의 화제 영상이 기사와 함께 나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 기사 참고>


윤리적 의식이 필요한 온라인 자료 이용 문제 


사실 최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온라인 자료의 이용 문제는 법적인 문제이기 전에 윤리적인 문제에 가깝습니다. 보도의 윤리적인 기준만 가지고서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실제 <신문윤리실천요강 제8조>에서는 ‘언론사와 언론인은 신문, 통신, 잡지 등 기타 정기간행물, 저작권 있는 출판물, 사진, 그림, 음악, 기타 시청각물의 내용을 표절해서는 안 되며 내용을 전재 또는 인용할 때에는 그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이렇게 보면 저작권법이 무척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 같지만, 사실은 지극히 상식적인 내용일 수 있습니다. 인터넷은 장소나 시간의 제약이 없는 공간인 것은 맞지만, 법적 규제를 받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개인의 사진과 영상에도 저작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겠죠.

결과적으로 온라인 자료를 보도에 이용할 경우에는 먼저 출처를 표시하고 다음으로 보도에 필요한 범위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상식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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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과 방송 6월호> 중 양재규(언론중재위원회 정책연구팀장, 변호사) 님의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